인문고전

인문 古典 강의

지은이: 강유원
판형: 신국판; 576페이지(27,000원)
발간일: 2010년 4월 15일
ISBN: 9788996056164

<<인문 古典 강의>> 강유원, 라티오 (#ISBN9788996056164)

도서안내
체계적인 기본 지식도, 현실적인 지혜도 주지 못하는 인문학 공부는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과장하는 책이나 현실에 대한 표피적인 비판을 담은 조각 글들이 아니다. 인류의 오래된 지식에 관한 ‘총체적인 통찰’과 삶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담긴 책이 필요하다. 이런 책을 통해서라야만, 고전에 천착하여 당면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인문학적 교양인’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신화(神化, 고귀한 삶)와 물화(物化, 천박한 삶)의 대립이라는 일관된 주제의식 아래, 고대와 근현대의 주요 고전을 선정하여, 텍스트 안팎의 역사와 사상을 종횡으로 설명하고 있다. 시대와 삶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고전읽기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자기계발을 하고자 하는 이, 고전 공부를 통해 인문 교양의 핵심을 얻고자 하는 이, 책과 세계 그리고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매개하고자 하는 이를 위해 쓰인 책이다.

여기서 다루는 고전들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문학 텍스트도 있고, 역사적 성찰에 기여하는 것도 있으며,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사유의 힘을 기르기 위한 것도 있다. 그러나 이 고전들은 역사적 배경으로도 철학적 내용으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어떤 하나의 책에 관한 논의를 읽을 때에도 그것이 고립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강의는 서구 서사시의 출발점이라 여겨지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시작한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서구의 유년 시대에 해당할 것이다. 이 시대는 물론이고 이어지는 시대에서도 사람들은 인간과 세계를 분리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항상 우주 혹은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인간을 보는 관점을 견지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안티고네>>,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거쳐 <<신곡>>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과 세계가 하나가 되는 장쾌한 드라마를 경험할 수 있다.

<<군주론>>에서 <<방법서설>>, <<통치론>>, <<법의 정신>>을 거쳐 <<직업으로서의 정치>>, <<파놉티콘>>, <<거대한 전환>>에 이르는 과정은 서구의 근현대에 해당한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힘의 약진과 그것의 파멸을 목격한다. 인간은 대단한 존재이지만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때에는 결국 인간성을 벗어난 것, 즉 기계가 되고 만다는 것을 여실히 알게 된다. 이에 마지막으로 우리는 동아시아의 소박한 유년 시대가 담긴 <<논어>>를 들여다보면서 고대와 근현대를 잇는 자기반성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차례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첫 시간

진정으로 명예로운 인간의 길 : 호메로스 <<일리아스>>
제1강 사건의 한가운데로
제2강 불멸하는 신, 필멸하는 인간
제3강 공동체를 구하는 ‘명예’
제4강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여 영원함을 얻은 자

신의 법과 인간의 법 :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제5강 삶 자체가 정치인 공동체
제6강 고귀함과 천박함
제7강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제8강 파멸을 향해 가는 인간

덕을 닦는다는 것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9강 훌륭한 시민의 조건
제10강 향락적 삶, 정치적 삶, 관조적 삶
제11강 실천적 지혜의 도야
제12강 완성된 인간의 자기관조

절대자와의 만남: 단테 <<신곡>>
제13강 기쁨에 가득 찬 시
제14강 훌륭한 말
제15강 신의 은총과 초인간적 경지
제16강 신을 닮은 인간

지극히 현실적인 것의 발견 : 마키아벨리 <<군주론>>
제17강 군주의 역량
제18강 행동하는 삶
제19강 무장한 예언자의 무력과 설득력
제20강 군주를 몰락시키는 미움과 경멸

인간주체의 허약한 확실성 : 데카르트 <<방법서설>>
제21강 세상이라는 커다란 책
제22강 삶에 유용한 여러 지식
제23강 이성을 사용하는 방법
제24강 근대의 정신분열

물질세계의 소유 : 로크  <<통치론>>
제25강 물질주의적 인간관
제26강 자유주의 국가의 목표
제27강 재산으로 증명되는 인간의 정체성
제28강 세계의 중심을 차지한 ‘소유권’

이성주의에 대한 희미한 저항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제29강 인민의 도덕적 기질과 성향
제30강 인류학적 상대주의

폭력으로 다스려지는 세계 :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제31강 물리적 강제력, 근대국가의 수단
제32강 근대의 정치, 악마적 힘들과 관계맺기

기계화되는 인간 : 벤담 <<파놉티콘>>
제33강 이익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세계
제34강 내면화되는 감시의 시선

근대 세계의 파탄과 혼돈의 시작 : 폴라니 <<거대한 전환>>
제35강 자기조정시장의 파탄
제36강 물건으로 변해버린 인간

역사에게 묻는 인간 : 공자 <<논어>>
제37강 정치적 현실, 유가의 출발점
제38강 사심을 이겨내고 예로 돌아간다
제39강 “이 문화”의 보존과 계승
제40강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

마지막 시간

저자소개
대학과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고전 공부를 해야한다고 믿는 지식주의자이지만, 시대와 역사를 모르면 모든 공부가 공허할 뿐이라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하다. ‘인문철학자’로서 철학, 역사, 문학, 정치, 종교,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유기적으로 탐구하고 있으며, 강의와 글쓰기, 번역을 통해 공동 지식과 공통 교양의 확산에 힘쓰고 있다.

<<책과 세계>>, <<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 <<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주제: 강유원 서평집>> 등을 썼으며, <<인문학 스터디>>(공역), <<경제학-철학 수고>>, <<역사와 역사가들>>(공역), <<낭만주의의 뿌리>>(공역), <<헤겔 근대 철학사 강의>>(공역), <<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The Argument and the Action of Plato’s “Laws”

Author: Leo Strauss
Paperback: 196 pages
Publisher: Chicago University Press; New edition edition (9 July 1998)
Language English
ISBN-10: 0226776980
ISBN-13: 978-0226776989

Product Description
Leo Strauss 사후에 출간된 이 책은 1973년 그가 죽기 얼마 전에 편집된 것이다. Strauss는 Platon의 고전 텍스트를 조심스럽고 면밀하게 읽음으로써 통찰력있고 유익한 독법을 제공하고 있다.

출처: Amazon.com

번역: 라티오 출판사

이 원고는 필자가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에서 2009년 2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40회에 걸쳐 진행한 ‘고전 10권 읽기’ 강좌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서구 고대와 근대의 고전들을 아우르며 폭넓은 사유와 오늘날에 되새길 수 있는 지혜를 펼쳐보이고 있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고전은 다음과 같다.

호메로스, 일리아스(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소포클레스, 안티고네(천병희 옮김, 문예출판사)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강상진 외 옮김, 이제이북스)
단테, 신곡(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마키아벨리, 군주론(강정인 외 옮김, 까치출판사)
데카르트, 방법서설(이현복 옮김, 문예출판사)
로크, 통치론(강정인 옮김, 까치출판사)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고봉만 옮김, 책세상)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김진욱 옮김, 범우사)
벤담, 파놉티콘(신건수 옮김, 책세상)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홍기빈 옮김, 도서출판 길)
공자, 논어(미야자키 이치사다, 이산출판사)

2010년 4월 출간 예정

Plato’s Philosophers: The Coherence of the Dialogues

Author: Catherine H. Zuckert
Hardcover: 896 pages
Publisher: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 edition (June 1, 2009)
Language: English
ISBN-10: 0226993353
ISBN-13: 978-0226993355

Product Description
플라톤의 진정한 사상과 그것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서로 대립되는 문제에 직면하면 그것을 구별하려는 학자들은 대화편 안에서는 물론이고, 대화편들끼리도 일치하지 않는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Catherine Zuckert는 이 책에서 처음으로 이 산문 드라마가 철학에 대한 플라톤의 포괄적 이해를 어떻게 정합적으로 드러내는지를 설명한다.

Zuckert는 이 정합성을 드러내기 위해 대화편들이 쓰여졌다고 여겨지는 순서가 아닌 플라톤이 그 대화들이 벌어졌다고 말한 드라마의 순서에 따라 검토한다. 이는 일반적인 탐구방식이 아니지만 이로써 이야기의 시작, 전개 그리고 소크라테스적 철학의 한계가 낱낱이 드러난다. 예를들어 드라마의 초기 대화들에서 비소크라테스적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가 대답하려고 하는 정치적 철학적 문제들을 끌어들인다(이 내용이 이 책의 제1부에 해당한다). 두번째 드라마 묶음들은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독자적인 철학 스타일을 발전시키는 방법이 드러난다(이 내용이 이 책의 제2부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후기 대화편들은 그의 철학의 한계를 밝혀내는 대화가담자들을 주로 다룬다(이 내용이 이 책의 제3부에 해당한다). Zuckert는, 이러한 한계가 있지만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에게 ‘최선의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라는 인간의 근본문제를 제기하게 함으로써 대화편의 중심 인물로 만들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게다가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불완전함을 드라마로 만들면서 인간의 삶과 비인간의 세계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명백하게 건널 수 없는 간극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간극 — 과학과 인문학의 분리 그리고 과학적 진보가 탈인간화라는 결과에 이를 가능성 — 이 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시기에는 플라톤의 전 저작에 대한 Zuckert의 이 탁월한 해석이 과거와 현재 세계에 대한 참으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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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라티오 출판사

Thucydides: The Reinvention of History

Author: Donald Kagan
Paperback: 340 pages
Hardcover: 272 pages
Publisher: Viking Adult (October 29, 2009)
Language: English
ISBN-10: 0670021296
ISBN-13: 978-0670021291

Product Description

명망있는 학자가 다시 살펴본 최초의 근대적 역사가와 그의 방법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장엄함과 힘은 2500년 동안이나 독자와 역사가 그리고 정치가를 사로잡아 왔으며, 그 저작과 저자는 국제 관계와 전쟁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영향력을 끼쳐왔다. Thucydides에서 우리 시대 가장 앞선 고전 학자 중의 한 명인 Donald Kagan은 이 위대한 역사가와 그의 저작을 그의 시대 안에서 검토하고 그를 수정주의적 역사가로 간주하면서 조명한다.

투키디데스는 인간 행위에 대한 설명을 신의 의지 또는 심지어 개인의 의지에서 찾기를 거부하고 사회 속의 인간 행위에서 바라봄으로써 근대성으로의 놀라운 도약을 이룩하였다. Kagan은 이러한맥락에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어떻게 다른지를 그 당대 사람들이 내놓은 고찰을 통해 설명하며, 그에 이어 그때 이후 역사를 개념화하는 방식에 극적인 영향을 끼침으로써 그 책이 최초의 근대적 정치사로 자리잡게 된 사정을 보여준다.

출처: Amazon.com

번역: 라티오 출판사

|국내 관련 도서|
도널드 케이건(지음), 박재욱, 허승일(옮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까치글방, 2006.

도널드 케이건(지음), 김지원(옮김), <<전쟁과 인간>>, 세종연구원, 2004.

The Young Karl Marx: German Philosophy, Modern Politics, and Human Flourishing

Author: David Leopold
Paperback: 340 pages
Publisher: Cambridge University Press (August 6, 2009)
Language: English
ISBN-10: 0521118263
ISBN-13: 978-0521118262

Product Description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에 관한 획기적이고도 중요한 연구서.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들은 강력하고도 상상력이 풍부한 지성에게는 매혹적인 장관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끔찍한 해석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저자 David Leopold는 그 저작들의 지적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저작들의 정치적 차원을 어떻게 조명하는지를 보여준다. 마르크스의 영향과 목표에 관한 박식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논의는 근대 국가의 출현, 성격, 미래의 대체에 관한 마르크스의 논의와 비판적으로 결합된 저자의 논의를 틀짓는다. 역사적 접근과 분석적 접근을 이렇게 결합함으로써 이 책은 소외, 시민, 공동체, 반유대주의, 유토피아주의와 같은 근본적 주제에 대한 동조적이기는 하나 비판적인 탐색으로 귀결된다. 이 책은 독일철학, 근대 정치학, 인간의 번영에 대한 마르크스의 복합적이고도 종종 오해되는 견해를 근본적이고 설득력있게 재해석하고 있는 학적 독창적 저작이다.

출처: Amazon.com

번역: 라티오 출판사

Thinking about Property

Thinking about Property: From Antiquity to the Age of Revolution

Author: Peter Garnsey
Paperback: 286 pages
Publisher: Cambridge University Press; 1 edition (February 4, 2008)
Language: English
ISBN-10: 052170023X
ISBN-13: 978-0521700238

Product Description
재산과 관련하여 고대의 ‘근본적’ 텍스트들을 탐구하고 19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맥락에서 여러 사상가들이 그것을 받아들인 것을 연구한다. 이 책은 <<국가>>에 나타난 플라톤의 비전, 금욕과 빈곤에 관한 예수의 가르침, 황금시대의 이야기, 원시적 공산체제에서 소유권 체제로의 이행 등에 관한 고찰을 포함한다. 사적 소유권의 정당화라는 주제는 여러 시대에 걸쳐 주요 정치사상가들 뿐만 아니라 신학자, 법률가들의 정신을 움직였다. 이 책은 권리 이론, 특히 재산에 관한 권리의 역사적 전개를 포괄적으로 검토한다. 미합중국과 프랑스의 인권선언을 비교 고찰함으로써 이 책은 마무리되는데, 현대의 코멘트들을 참조하여 프랑스인들은 재산에 대한 양도할 수 없는 인권을 인정한 반면 미합중국은 그렇지 않았던 까닭을 탐구한다.

출처: Amazon.com

번역: 라티오 출판사

남는 것이 역사다
Charlotte Higgins

낭만적이고 두서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데다가 뜬소문에 열광한다는 평판이 자자했던 헤로도토스는 당대의 진지한 사상가들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샬럿 히긴스(Charlotte Higgins)는 헤로도토스의 저작이 유쾌할뿐더러 매우 도덕적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키케로는 헤로도토스를 역사의 아버지라 불렀지만, 헤로도토스가 투키디데스와 같은 의미에서 역사가의 역사가인 것은 아니다. 헤로도토스보다 15살 가량 어린 투키디데스는 서기전 431년에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에 벌어진 전쟁을 직설적으로 서술했고, 두려움이나 편파 없이 이야기를 풀어냈으며, 비꼬는 표현과 견실한 정치적 통찰력을 풍부하게 곁들여 흥미를 돋우었다. 투키디데스의 이야기는 목격자의 서술에 바탕을 두는데, 대개는 그 자신이 목격한 것들이다. 그는 증거를 신중하게 가려내어 사건들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견해만을 제시한다. 그는 매우 영향력 있는 세계관, 곧 강자 앞에서 도리 없이 구슬프게 쓰러지는 약자라는 세계관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투키디데스는 수상들과 대통령들이 가장 즐겨 인용하는 고대 역사가이며 미육군사관학교(스파르타라는 별명이 붙은 기관)에서도 그를 가르친다. 후대의 사상가들은 (예를 들어 민주정이 어떻게 참혹한 군사 원정에 휩쓸리는지를 수월하게 설명하기 위해) 투키디데스의 저술을 끌어들이곤 했다. 미합중국의 고전학자 버나드 녹스(Bernard Knox)는 미합중국의 베트남 개입을 언급하면서 투키디데스를 인용했지만, 그러한 발상은 분명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도 적용되었다.

반면 헤로도토스는 이렇게 유력한 지지를 얻지 못했다. 투키디데스는 헤로도토스에게 등을 돌렸으며, 그가 공상적이고 낭만적이라고 묘사한 헤로도토스의 세계관에 조롱을 퍼부었다. 그러한 비판은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서기전 481~479년에 일어난 페르시아 전쟁에 대한 헤로도토스의 서술에서는 마라톤 전투 개시 전까지 기간이 전체 아홉 권 가운데 무려 여섯 권(로빈 워터필드Robin Waterfield의 탁월한 영역본에서는 300쪽 남짓)을 차지한다. 많은 이들은 헤로도토스의 작업이 두서가 없고 후대에 학적 분과가 된 역사학의 관점에서 볼 때 다소 실망스러운 시도라고 여긴다.

헤로도토스의 허튼소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길에서 만나는 수염을 기른 여사제; 이집트인들의 미라 만드는 기술에 대한 묘사;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는 수다스러운 여성들(그중에는 다리우스의 아내 아토사도 있는데, 그녀는 잠자리에서 페르시아 왕과 정담을 나누면서 그가 그리스인들을 정복할 마음을 먹도록 부추겼다고 한다); 여우보다는 크고 개보다는 작으며 금을 얻기 위해 땅속에 깊은 굴을 파는 인도의 흥미로운 거인 거미; 대초원에 거주하며 사람 가죽으로 외투를 만들어 입는 스키타이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돌고래가 생명을 구해준 악사 아리온; 꼬리가 너무 길어서 작은 수레에 꼬리를 얹은 채 끌고 가는 아라비아의 양. 이와는 반대로 투키디데스의 세계는 냉정하고 이성적이다 — 여성, 동물, 아이, 종교 등에 관한 잡다한 얘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도자들의 내밀한 생활에 매료되고, 쉴새 없이 떠들어대고, 뜬소문에 열광하는 헤로도토스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가 ‘고대 그리스’라 부르는 곳의 매혹적인 지식인들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헤로도토스는 터키 에개해 연안의 그리스 도시 할리카르낫소스(지금의 보드룸)에서 태어났다. 바로 이 이오니아 연안에서 계몽운동, 곧 그리스와 그 너머의 사상 조류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대한 영향을 미친 지적 운동, 올림포스 산의 신들을 왕좌에서 쫓아버리겠다고 위협한 운동이 시작되었다. 탈레스(일반적으로 최초의 과학자-철학자로 여겨지는)와 같은 사상가들은 자연의 무시무시한 변천을 포세이돈의 분노, 제우스의 벼락, 헤라의 질투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순리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 우주를 합리화하는 서술을 제시했다. 헤로도토스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선행자이자 최초로 산문으로 글을 쓴 그리스인들 가운데 한 명인 밀레투스의 헤카타이오스는 지리와 계보를 합리화하는 저술을 남겼다. 얼마 후에는 코스 섬과 니도 섬에서 의사들이 출현했는데, 그중 히포크라테스가 가장 유명하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그들의 의학 논문들은 병을 하늘에서 내린다는 관념을 거부했다는 것을 가리킨다. 오히려 의사들은 사태의 원인에 대한 이성적 탐구를 추구했다.

사태의 원인에 대한 탐구, 헤로도토스가 서언에서 제시한 기획도 바로 이것이다. 그는 안절부절못하는 데다가 가까스로 연합을 유지하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의 정복을 막아낸 페르시아 전쟁에 대한 탐구에 몰두했다. 《역사》의 서언은 《일리아스》—고전 문헌 중 최고이자 가장 중요한 작품이며 후대의 그리스 작품들에 미친 영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의 도입부를 떠올리게 한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이 불화하게 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지난날을 돌이키면서 시작한다. 호메로스의 대답은 아폴로 신의 분노이다. 헤로도토스의 작업은 페르시아 전쟁을 일종의 제2 트로이 전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헤로도토스는 호메로스가 제시한 허구의 동기에 대한 서술을 역사적 인과관계에 대한 조사로 바꾸어놓는다. 페르시아 전쟁의 원인에 관해 헤로도토스가 제시하는 대답은 신들 탓도 아니고, 페니키아인들과 페르시아인들이 주장하듯이 서로 앙갚음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간에 오랫동안 계속되었다고 하는 신화적인 부녀자 유괴 탓도 아니라 실제 세계의 정치와 외교정책 탓이라는 것이다. 사건들에 대한 책임을 하늘로부터 떳떳하게 현세의 인간들에게 돌리는 것은 2500년이 지난 지금 보기에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헤로도토스는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으며, 이것이야말로 키케로가 헤로도토스를 역사의 아버지가 부른 이유이다.

그렇다면 한담과 뜬소문이나 늘어놓는다는 그의 평판은 어떤가? 《역사》를 읽으면서 나는 그를 끝내주게 유쾌한 저녁식사 손님(특히 와인이 몇 잔 돈 후에)처럼 느꼈지만, 독자들은 그가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단도직입적인 대답을 내놓으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의 기획은 사태의 심층에 놓인 원인을 캐묻는 것이다. 페르시아 전쟁의 기원에 대한 서술을 시작할 때, 그는 설득력 있게 먼저 페르시아의 팽창 정책의 패턴들을 서술하는데, 이것은 서기전 6세기에 당시 근동의 강대국이었던 리디아를 신생 제국인 페르시아가 무찌른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적절히 풀어내기 위해 그는 여담으로 리디아의 역사를 말하며, 여기에는 당시의 왕이었던 크로이소스로부터 다섯 세대 전 인물인 기게스가 어떻게 권세를 얻었는지에 대한 놓칠 수 없는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기게스는 리디아의 왕 칸다우레스가 신임하는 조언자였다 자신의 아내에게 푹 빠져 있던 칸다우레스는 기게스가 왕비의 아름다움을 더욱 잘 음미할 수 있도록 그녀의 알몸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기게스는 화들짝 놀라 이 괴상망측한 계획을 그만두라고 주군을 설득했지만 칸타우레스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기게스는 왕의 침실 문 뒤에 숨어서 왕비를 흘끗 훔쳐보았다.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기게스는 왕비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이튿날 왕비가 기게스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너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 선택을 내려라. 나에게 네 목숨을 내놓든지 왕을 죽이고 왕의 자리를 차지해라.” 칸다우레스를 죽인 기게스는 왕비와 결혼하여 리디아의 왕이 되었다.

마이클 온다치의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캐서린 클리프튼은 사막 모닥불 주위에 둥글게 모인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 남편의 동료 알마시와의 사랑을 예시하면서. 온다치는 이 소설에서 인간사와 큰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나타내려 했다 — 이것은 《역사》의 모든 페이지에 깃든 교훈이다. 헤로도토스의 서술이 한 방향으로 곧장 나아가는 것을 분명히 가로막는 ‘여담'(고대 역사가 캐롤린 드월드가 표현했듯이, 이 여담들은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처럼 헤로도토스의 이야기에 “걸려 있다”)은 오락적 요소인 것만큼이나 서술을 명확히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폭넓은 구조적 패턴은 《역사》의 처음 절반까지 계속된다: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의 팽창 정책을 기록하면서 중간중간 정복당한 각 나라들에 대해 기술한다. 그중에서 책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 이집트에 대한 서술이 가장 범위가 넓다. 헤로도토스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지역을 몸소 여행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더할 수 없이 정력적으로 외국의 문화를 이해하려 하는데, 때로는 비범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때로는 우리가 아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를 밝히고, 때로는 허튼소리(이집트 여자들은 서서 소변을 보고 남자들은 쪼그려 앉아 소변을 본다는 ‘정보’와 같은)를 퍼뜨린다. 그리고 헤도로토스는, 언제나 외국의 관습을 그리스의 관습과 연관짓기는 하지만, 현대의 민족지 연구자처럼 자기의식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 한다. “모든 인류에게 세상의 관습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고르라고 하면 각 집단은 충분히 고려한 후에 그들 자신의 관습을 고를 것이다. 각 집단은 그들 자신의 관습을 단연 최고로 여긴다”고 그는 관찰했다.

여행 작가들과 해외 특파원들은 헤로도토스가 자신들의 조상임을 안다. 리스자드 카푸친스키는 폴란드에서 젊은 특파원으로 발탁되어 인도와 중국의 난해한 이질성을 이해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이 그리스인에게 본능적인 동료 의식을 느꼈으며, 그의 책 《헤로도토스와 여행하기》는 그때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한다. 헤로도토스의 기법은 저널리스트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같은 사건을 다르게 서술하곤 하며 때로는 출처를 밝히기도 한다. 7권의 한 대목에서 아르고스인들이 페르시아인들 편에 섰는지에 관해 쓰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는 내가 들은 것들을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것들을 믿을 의무는 없다.” 또 2권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든 그런 이야기들이 믿을 만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이 이집트 이야기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이 서술 전체에 걸쳐 나의 일은 나의 정보원들로부터 내가 들은 모든 것들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헤로도토스가 텍스트를 자신의 선입견에 맞추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도덕적 관점이 《역사》 전체를 관류한다. 헤로도토스는 개혁가이자 속담에서 아테네의 현자라 일컬어지는 솔론이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를 방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크로이소스는 솔론에게 예술품과 황금으로 가득한 자신의 보고를 보여주고는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솔론이 자신을 지목하기를 잔뜩 기대했다. 그러나 솔론은 그런 사람은 아테네의 탈레스라 답했는데, 그는 가문을 일으키고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로, 그가 죽자 사람들은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주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행복한 사람은 누구요?” 크로이소스가 물었다. 크로이소스를 격노케 한 솔론의 대답은 클레오비스 형제라는 것이었는데, 그들은 수레에 어머니를 태우고 가다가 헤라 신전에서 죽고 말았다. 크로이소스는 노발대발했다. 그러나 솔론은 누구도 죽기 전까지는 진정으로 행복하다 할 수 없으니, 삶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크로이소스의 사례에서 다음을 알 수 있다. 페르시아를 무찌를 수 있다는 크로이소스의 빗나간 자신감이 낳은 결과는 제국의 상실과 치욕이다. 헤로도토스의 도덕적 메시지는 그의 동료이자 아마도 친구였을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의 핵심에 놓인 것이기도 하다. 이 극에서 부유하고 사랑받던 남자는 하루 아침에 눈이 멀고 추방당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우리는 행운이 당연히 주어졌다고 생각할 수 없다: 우리 시대를 위한 도덕이라는 행운 말이다.

출처 : The Guardian, 2009. 1. 3.

번역: 라티오 출판사

동양철학에 관한 분석적 비판

지은이: 김영건
판형: 신국판 변형; 400페이지(18,000원)
발간일: 2009년 6월15일
ISBN: 9788996056157

<<동양철학에 관한 분석적 비판>> 김영건, 라티오 (#ISBN9788996056157)

도서안내
흔히들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논리적인 것과 무관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혹은 앞날을 점쳐주는 점성술과 같은 기술이라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철학은, 그것이 동양의 것이든 서양의 것이든 간에 올바른 근거와 지식을 바탕으로 타당성을 추론해 나가는 학문이다. 다양한 철학 분과가 있지만 적어도 이러한 논증과 추론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는 모든 철학이 동일하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이 생겨난 배경이 다르고 집중하는 문제들이 다르다 할지라도 서로의 접점이 생겨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공통점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영미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동양철학의 주요 개념과 논증들을 차분하게 분석해 나간다. 이는 서양철학의 개념으로 동양철학을 이른바 ‘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호한 구름 속에 있는 동양철학의 학문 내용을 밝혀서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음미하는 가운데 동양철학은 물론이고 서양철학의 근본문제들까지도 간명하게 정리된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이 책에서 세 가지를 얻을 수 있다. 우선 철학적 논증에 바탕을 둔 글쓰기는 무엇이며, 어떻게 쓸 것인가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 그에 이어 동양철학의 기본 개념들, 이를테면 성선설, 무위자연(無爲自然) 등과 같은 것에 관한 이해가능한 설명들, 마지막으로 서양철학 특히 분석철학의 논증 분석 방법론과 지식이 그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책은 ‘특정한 측면에서 만들어진 철학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해 왔던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땅에서 철학한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가’ 하는 것이었다. 저 멀리에서 일어나는 철학적 활동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참여자가 되어 이 땅에서 철학을 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가 공부했던 영미 분석철학은 비록 그 분석철학의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주장들이 있다고 할지라도 철학적 논증의 역할을 매우 강조한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그것은 철학적 문제에 대해서 그 해결 답변을 제시하고 그것이 어떤 근거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입증하는 지성적 노력이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그 근거의 정당성을 반성하지 않은 채 어떤 철학적 주장이나 이론이 주는 진리성에 만족하는 것은 비판적인 철학적 활동을 단지 철학적 정보로서 간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그런 철학적 정보의 의미와 가치를 철학적 논증으로 구성하여 평가하고 음미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나는 아주 기본적이고 초보적인 이러한 생각을 통해 단지 분석철학 안에서 전개되는 문제들과 그 해결들을 구경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저자 서문 중에서)

차례
1장 맹자의 성선설
2장 도덕적 마음과 자연적 마음
3장 심외무물(心外無物), 심외무리(心外無理), 심외무사(心外無事)
4장 언어와 도
5장 노자의 형이상학적 실재론과 장자의 내재적 실재론
6장 동양철학과 글쓰기
7장 노장의 사유 문법과 철학적 분석
8장 유가의 현대화와 지성 주체
9장 모종삼의 도덕적 형이상학과 칸트
10장 모종삼의 ‘지적 직관’과 칸트의 심미성
11장 유(類)의 자연성과 규약성
12장 보편철학과 한국 성리학

저자 소개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는 《철학과 문학비평, 그 비판적 대화》, 주요 논문으로 <선험적 심리학과 선험적 언어학>, <칸트의 선험철학과 퍼트남의 내재적 실재론>, <칸트의 선험철학과 셀라스의 과학적 실재론> 등이 있다.

잊혀진 덕목
플라톤은 용기의 중요성을 어떻게 지각했는가
Harvey Mansfield

Linda R. Rabieh, Plato and the Virtue of Courage, Johns Hopkins, 2006.

용기는 아주 공통된 덕목이어서 누구나, 심지어 어린아이조차 용기를 지니고 있으며, 용기가 없으면 때로 심하게 비난받고 더욱 흔하게는 멸시당한다. 당신이 겁쟁이처럼 비친다면 당신에 대한 평판은 현저히 나빠질 것이다. 더구나 당신은 가치상대주의로 도피할 수도 없는데, 다른 문제들의 경우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시대 사유의 두드러진 특징이지만 용기의 경우에는 그럴 수 없다. 당신은 누군가의 용기는 다른 누군가의 비겁함이라는 말로 당신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용기를 정의하는 데 엄청난 어려움이 따른다고는 믿지 않는다. 어떤 사회들은 평화를 좋아 하고 또 어떤 사회들은 호전적이지만, 모든 사회는 용기를 칭송하고 비겁함을 경멸한다.

그럼에도 용기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용기를 칭송하든, 또 얼마나 손쉽게 용기를 정의하든, 오늘날 우리는 용기를 입증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우리의 개인주의는 자아를 칭송하지만, 용기는 무언가를 위해 일부러 자아를 위태롭게 한다. 무엇을 위해? 그 대답은 분명 우리가 우리의 자아보다, 우리의 개인주의 원칙보다 무언가를 더 높이 평가한다는 것일 테고, 우리는 십중팔구 이런 사실을 직면하기를 불편해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삶에서는 크게 주목받지만 이론에서는 거의 존중받지 못하는 예외적인 가치인 용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로 하자.

현대의 자유민주주의 이론가들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꽁무니를 뺐다고 할 수 있는데, 자유주의의 덕목들을 고찰하는 것이 그들의 공공연한 과업임에도 용기를 고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익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생각하든 혹은 존중(esteem)을 심리학의 언어로 생각하든, 자아는 일종의 신성(神性)이고 우리 시대의 이론가들은 그것을 연구하는 신학자들이다. 그들은 용기를 두려워하는 듯이 보인다.

플라톤의 용기에 관한 린다 라비에의 훌륭한 새 책은 오늘날 이론가들이 용기를 무시한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구식의 전통적인 용기를 벽장에 처박아두고는 급한 경우에는 언제든 그것을 끄집어낼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시할 수 있다고 믿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태도에서 예외는 페미니스트들인데, 그들은 용기가 건강하지 못하고, 비인간적이고, 지나치게 남성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성들을 위한 용기, 그리고 그들 스스로를 위한 용기를 주장하려는 소망에 억눌려 있으며, 또한 여성들은 오로지 혹은 전적으로 모성에만 적합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필요성에 억눌려 있다.

이런 페미니스트들은 협력의 이점을 설교할 때면 홉스와 칸트만큼이나 이질적인 자유주의 이론가들과 한패가 된다. 자유주의 사회가 자아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 사회의 주된 걱정거리는 분명 다른 자아들과 충돌할 때 자아를 과장하는 것일 터이다. 자유주의 사회의 적은 용기에 의해 길러진 성마른 자긍심이며, 그 해결책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의미의 ‘시민적 참여’를 통한 관용이다.

라비에는 친절하게 자유주의 이론가들의 손을 잡고 그들을 용기에 관해 할 말이 많은 플라톤에게로 이끌고 간다. 플라톤은 특히 두 대화편 <<라케스>>와 <<국가>>에서 용기를 논하거나 논하도록 한다. <<라케스>>에서 소크라테스는 당연히 용기에 관해 무언가를 알아야만 하는 아테네의 두 장군 라케스와 니키아스의 견해를 검토한다. 그러나 그들은 소크라테스에게 설명하면서 몹시 갈팡질팡하며, 그 대화편은 서로 동의한 정의(定義)를 내리지 못한 채 끝난다.

<<국가>>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이론이 등장하는데, 우리가 요구할 뿐 아니라 존중해 마지않는 정의(正義)와 더불어 혹은 정의의 결과로서 용기가 고찰되기 때문이다. 정의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또한 용기에 대한 정의(定義)가 필요하다. 그러나 곧이어 우리 모두가 알아차릴 수 있는 보통의 용기 — 위험에 직면하여 흔들리지 않는 것 — 를 보잘것없게 만드는 보다 높은 형태의 용기, 곧 철학적 용기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철학자가 사회의 의견과 그 자신의 의견 둘 다를 일평생 문제 삼는 위험을 무릅쓰려면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린다 라비에는 용기에 대한 플라톤의 사유에서 우리가 접근할 수 없을 만큼 유별나게 희랍적인 것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거리에 나가 조사를 해보면 플라톤이 발견하지 못했던 용기의 두 가지 문제점을 오늘날에는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우리의 자유주의 이론가들도 원하기만 한다면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나쁜 목적을 위해 싸우는 자의 용기에 감탄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며, 용감한 나치 군인이 그 예이다. 이것은 용기가 목적과 분리될 수 있고, 용기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을 함축한다. 그러나 행위자 자신도 혐오할 것이 분명한 부정의의 편에 서서 행동하는 용기를 보고 감탄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가? 한 덕목은 여러 덕목들로 나뉠 수 있지만, 덕목들은 통일성을 지니고 있어서 함께 움직이는 듯이 보이며, 특히 용기와 정의가 그러하다. 자유주의 이론가들 역시 단 하나의 ‘자아’에 관해 말할 때조차, 그들이 인간의 성향이 여럿임을 얼마나 강조하고 싶어 하든 간에, 그러한 통일성을 전제한다.

둘째 문제는 용기가 누군가에게 이익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용기는 위험에 응하며 특히 전투에서의 희생을 요구한다. 용기가 있으면 죽을 수도 있다 — 이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설령 겁쟁이로 사는 것이 이익이 아니라 할지라도, 언제 이러한 희생을 치르는 것이 온당한지를 알기 위해 용기는 신중함의 안내를 받을 필요가 있다.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고결하지만, 그 위험이 언제 진격하고 언제 후퇴할지를 알기 위해 신중함을 필요로 하는, 반드시 가치있는 것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용기와 신중함은 충돌하는 듯 보인다. 용기는 격하고 열렬하고 위험에 부주의한 반면 신중함은 냉정하고 타산적이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오늘날 이라크에서 미합중국 군인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복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양식은 충돌과 위험보다 평화, 안보, 생존을 우선한다. 따라서 우리의 군인들의 고결함은 후방 동포들의 일상적 삶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더렵혀지고 있다. — 미합중국 군인들이 포기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생활양식은 우리의 생활양식의 희생을 포함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에게 일깨움으로써 이러한 비일관성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때는 우리가 영원히 희생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것은 라비에의 추론 가운데 한 예일 뿐이다. 그의 책은 플라톤의 텍스트에 한 줄 한 줄 주석을 다는 책이 아니라 플라톤의 논증을 속속들이 좇는 책이다. 용기에 관해 배우고 싶든, 다만 용기에 관한 배움에 몰두하는 것에 감명을 받고 싶든, 아니면 플라톤을 읽고 싶든 이 책을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 이 책은 용기의 강인함을 다룬다: 그릇된 바람을 거부할 강인함과 어떤 악은 피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강인함. 또한 용기의 장엄함을 다룬다: 자기부정이나 자기희생의 고결함보다 위대한 자기실현의 아름다움. 자기희생이 당신을 향상시킨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희생의 패러독스 — 희생을 위한 희생조차도 어쨌든 당신 자신을 위한 희생이다 — 는 이 탁월한 연구의 주제이다.

라비에는 플라톤을 연구하는 동료 학자들을 공정하고 관대하게 대한다. 그는 겸손하지만 대담한 태도로 플라톤에 대한 역사적 혹은 발전적 견해를 취하는 학자들, 그리고 두 대화편 — <<라케스>>는 소극적이거나 아포리아적(결론보다는 의문으로 더 많이 끝나는)이고 <<국가>>는 더욱 명확하다고 보는 — 을 플라톤이 사물을 더욱 훌륭하게 혹은 다르게 이해해가는 과정의 단계들에 해당한다고 여기는 학자들을 비판한다. 라비에는 두 대화편이 서로 보완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플라톤이 다른 측면들을 제시했다고 본다. 그가 보기에 플라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으며(참으로 필요하며) 우리가 용기를 너무나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플라톤은 용기를 지나치게 신뢰하고 전쟁을 환영했던 스파르타를 포함하는 당대의 사회들과 대립했다. 그러나 우리와는 달리 플라톤은 용기를 문젯거리로 여기고 용기와 대립했으니, 그는 용기가 위험하기는해도 그것의 기반인 영혼의 강인함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출처: The Weekly Standard, Volume 012, Issue 19, 2007. 1. 29. 

번역: 라티오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