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철학 古典 강의>

지은이: 강유원
출판사: 라티오
분야: 철학, 고전
발행일: 2016년 8월 5일
ISBN: 978-89-960561-9-5  03110
판형: 신국판
가격 및 쪽수: 27,000원/ 460쪽
<<철학 古典 강의>>(#ISBN9788996056195)

2009년부터 매년 40주 동안 공공도서관에서 고전을 가르치고 있는 철학자 강유원이 4년만에 내놓는 저작이다. <인문 古典 강의>(2010년 출간), <역사 古典 강의>(2012년 출간)에 이은, 古典 강의 세 번째 책 <철학 古典 강의>. 2017년에 <문학 古典 강의>를 출간함으로써 이 시리즈는 완간될 예정이다. 그동안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수백 명의 사람들이 현장 강의를 들었으며, 모든 강의를 수강한 수강생들의 수도 상당하다. 대학 안에서는 진정한 학문 정신이 사라졌고 대학 밖에서는 가짜 인문학이 판을 친다고 한탄하는 시대이지만 이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이 가지게 된, 앎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교양인으로서의 지속적인 열정은 도서관이 일반인들을 위한 학문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다양한 수준과 배경을 가진 일반인들을 고려하되, 이들을 수준 높게 이끌어갈 만한 일관성 있는 커리큘럼으로써 이 강의들과 저작들을 기획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강의를 몇 년 동안이나 진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하는 수강생들과 도서관 사서들의 도움이 컸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으로 공부해 나갈 수 있도록 이 책은 강의 내용을 보다 더 완성도 있게 정리하고자 했다.

이 시리즈의 입문서 격인 첫 번째 책 <인문 古典 강의>가 대표적인 서구 고전들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과 고귀한 삶의 의미를 탐색했다면, 인문학 분야 중 가장 먼저 익혀야 할 역사에 관한 두 번째 책 <역사 古典 강의>는 역사적 계기들을 중심으로 서양사를 서술하면서, 역사를 움직이는 힘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원천적인 모습을 밝히고자 했다.

이번에 출간된 <철학 古典 강의>는 고전적인 의미의 철학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고도의 추상적 사유들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것이 주요 철학자들의 저작들에서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들은 역사의 흐름과 무관해 보이지만, 깊이 있게 탐구해보면 형이상학적 사유의 원리의 전환이 시대의 큰 변화에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학문인 ‘철학’에 관한 강의이므로 이전 책들에 비해 내용 파악이 간단하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을 감안하고도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철학이야말로 우리의 이성을 단련시키는 엄격한 학문이자 우리의 삶과 세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유일한 반성적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철학의 가장 중심 분야인 존재론과 형이상학의 토대를 익힘으로써, 우리의 앎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차례

I 희랍 철학의 시작: 세계 전체에 대한 통찰

희랍 우주론의 원형|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

제1강_우주론, 철학적 사유의 시작

제2강_희랍 사유에서 우주의 구조와 생성 과정

세계의 원리에 관한 자연학적 파악|<<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제3강_존재의 근본 개념(파르메니데스)

제4강_일자와 두 세계 이론(파르메니데스에 관한 ‘전통적’ 해석)

제5강_대상 세계에 관한 탐구(파르메니데스에 관한 ‘현상-법칙’ 해석)

제6강_학문 탐구의 방법(파르메니데스에 관한 ‘학의 시원’ 해석)

제7강_세계를 지배하는 원리, 로고스(헤라클레이토스)

제8강_변화하는 여러 현상들과 궁극적인 ‘하나’(헤라클레이토스)

II 플라톤: ‘좋음’ 위에 인간과 공동체를 세우려는 노고

인간의 영혼과 형상이라는 목적|<<파이돈>>

제9강_잘 산다는 것

제10강_형상실재론과 형상시원론

제11강_합의된 규약에 의지하는 ‘차선의 방법’

제12강_같음과 같음 자체에 관한 논변

공동체, 넓은 의미의 인간학|<<국가>>

제13강_참으로 좋은 것에 관한 앎(태양의 비유)

제14강_참으로 좋은 것에 관한 앎과 그것의 실천(동굴의 비유)

제15강_아는 것과 하는 것, 이론과 실천의 통일

III 아리스토텔레스: 희랍 형이상학의 체계적 완결

앎의 체계와 궁극적 실재|<<형이상학>>

제16강_<<형이상학>>의 구성

제17강_앎의 종류와 단계들

제18강_형상의 분리와 내재

제19강_학의 성립에 관한 물음, 보편적 존재론과 신학의 관계

제20강_실체론, ‘이것’(tode ti)과 ‘무엇’(ti esti)

제21강_운동론, 가능태와 현실태

IV 데카르트: 주체인 인간의 세계 구축

데카르트 형이상학의 근본 구도|<<철학의 원리>>

제22강_자기의식, 데카르트 철학의 근대성

제23강_진리의 원천과 진리 인식의 원천

자기의식의 형이상학|<<성찰>>

제24강_<<성찰>>의 구성과 목적

제25강_감각적 앎의 부정, 철저한 의심(제1성찰)

제26강_자립적 자기의식의 현존, 정신의 우선성(제2성찰)

제27강_인간의 유한성에 의거하는 신의 무한성 증명(제3성찰)

제28강_참과 거짓을 식별하는 정신, 정신과 신체의 합성체로서의 인간(제4성찰, 제6성찰)

V 칸트: 인간의 한계 자각과 ‘장래의 형이상학’

초월론적 이념들에 대한 일반적 주해|<<형이상학 서설>>

제29강_‘장래의 형이상학’의 성립 가능성

제30강_이성의 사변적 사용

제31강_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데카르트?칸트?헤겔 형이상학의 핵심 문제

자연과 자유의 통일적 체계|<<판단력비판>>

제32강_판단력의 연원

제33강_미감적 판단력, 목적론적 판단력

제34강_판단력을 통한 오성과 이성의 결합

VI 헤겔: 신적 입장으로 올라선 인간

절대적인 것의 자기전개|<<철학백과>>

제35강_헤겔 철학 체계의 구성

제36강_헤겔 형이상학의 기본 개념들

제37강_사변적 사유와 정신철학에 대한 일반적 논의

학적 인식으로 올라서는 사다리|<<정신현상학>>

제38강_<<정신현상학>>의 구성, 의식-자기의식-이성

제39강_진리의 역사성, 진리주체론

제40강_헤겔 철학의 목적, 역사와 이념의 통일

 

■ 본문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규정을 따른다면 우리는 헤시오도스의 텍스트를 읽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논증을 통해 주장을 내세우는 것만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과 우주의 전 국면에는 논증을 통해서 해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으며, 그것까지도 포괄해야만 철학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철학의 한 영역인 형이상학을 공부하면서 《신들의 계보》를 읽는다는 것은 철학에 대한 관점도 달리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신들의 계보》를 읽으면서 그것의 내용도 따져봐야 하지만, 종래의 철학이라는 것에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 《신들의 계보》를 읽는 이유는 이러한 우주론 안에 철학적 사색의 맹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신화(뮈토스)에서 이성(로고스)으로의 전환, 이것이 철학의 시작이다’라는 말은 일단 배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인간의 눈앞에는 수다한 것이 쫙 펼쳐져 있습니다. 많은 것들(다多)이 있습니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만 보고 있는 사람은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한 것처럼 ‘개처럼 짖기만’ 할 것입니다. 진리를 모르는 자들에게는 무엇이든 낯설 것입니다. 인간이 그 낯선 것들을 파악하여 법칙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하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것은 언제까지나 낯선 ‘여럿’일 뿐입니다. 봄이 와도 봄이라고 이름 붙일 줄도 모를 것입니다. 첫째 강물, 둘째 강물, 셋째 강물, 이렇게 강물들이 계속해서 흘러가도 그것에 ‘강’이라는 이름을 붙일 줄 모를 것입니다. 강물들이 흘러가다 더 이상 흐르지 않으면 ‘웅덩이’라고 이름을 붙여야 하는데 그렇게 할 줄도 모를 것입니다. 이렇게 개념을 바꾸어 쓸 줄 모를 것이고, 이렇게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그것은 한정되지 않은 것, 규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형상에 관한 플라톤의 입장은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사물 바깥에 실체인 형상이 따로 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살펴보면, 《파이돈》에서는 형상실재론과 형상시원론이 혼재하고 《국가》를 거쳐서 《필레보스》 등에 이르면 형상실재론의 입장이 고수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후기 형상론을 플라톤의 일관된 주장으로 파악합니다. ‘사물과 따로 떨어져서 사물 외부에 실체인 형상이 실제로 있다’, 이것이 플라톤의 입장이라고 정리하였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상이 사물들의 실체이려면 그것이 사물들과 분리되지 않고 사물 안에 있어야 한다는 형상내재론을 주장하려 합니다.”

“데카르트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자각해야만 신의 무한성을 알 수 있는 아주 불안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신에 의존하면서도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데카르트의 자기 의식입니다. 이론과 실천 양 측면에서 인간 자신이 유한자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데카르트의 이런 자기의식이 칸트에도 들어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칸트에서는 인간과 신이 합치될 수 없습니다. 인간과 신은 마주보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유한자와 무한자가 맞서 있습니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에서는 유한자인 인간이 노력하면 무한자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고대적인 사유입니다. 근대적인 사유에서는 자기의식이 등장하면서 신과 멀어져버렸습니다.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신이 안 보이는 것입니다. 프로테스탄트는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가 ‘그 어떤 매개를 거치지 않고도 신을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가톨릭에서 내세우는 성사聖事를 거치지 않고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기의식입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단독자로서의 인간의 위치를 확보했는데, 확보하면 확보할수록 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헤겔 철학에서는, 외부 세계에서 뭔가 데이터가 주어진다 해도, 인간이 데이터를 그냥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스스로의 힘으로 대상 세계까지 나아갑니다. 우리 인간 정신의 활동이 대상 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정신이 스스로 바깥으로 나아가서 대상 세계와 접촉하고 그 대상의 본성을 자신에게 가지고 옵니다. 정신은 무한자의 입장으로까지 뻗어나갑니다. 그렇게 하여 하나의 통일된 총체성(Totalität)을 이룹니다. 헤겔의 체계 안에서는 이러한 총체성이 유기적으로 짜여 있습니다. 그러나 헤겔의 체계를 벗어나면 그것은 거대한 사기처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