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소크라테스, 민주주의를 캐묻다》

이념 혁명가 소크라테스,

그는 정말 민주정을 반대했는가

‘헌법상의 민주공화국’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민주정의 실체와 민주주의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이에 최초의 민주정 시대를 살았던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통해 민주주의의 고전적인 의미를 성찰해 보고자 한다.

 

개인의 삶은 다양할지언정 현재 우리 모두의 삶을 규율하고 있는 정치 체제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적인 헌법 규정보다는, 2000년대의 대한민국에서 이 규정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더 발전되어야 하는지가 우리의 더 절박한 관심사라 할 것이다. 시리즈 ‘우리 시대, 사상사로 읽는 원전: 체제 탐구’는 이러한 관심사에서 출발한 저자의 지속적이고 근원적인 탐구 결과물이다.

그동안 체제 탐구의 원천이라 할 만한 플라톤의 여러 대화편들은 주로 형이상학과 인식론의 맥락에서 다루어져 왔다. 이에 저자는 플라톤의 저작뿐만 아니라 당대의 여러 정황을 살필 수 있는 동시대 다른 저자의 저작들을 함께 읽음으로써 소크라테스 또는 플라톤이 생각한 민주정과 민주주의의 의미를 사상사적으로 탐구하였다.

따라서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비롯하여 이 책에서 다루는 텍스트들은, 항상 위기에 처해 있는 민주정, 그리고 그것의 바탕을 이루는 올바른 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를 걱정해야만 하는 우리 시대에 대한 올바른 통찰의 지침이 될 것이다.

 

■ 저자 소개

강유원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철학, 역사, 정치학, 사상사 등에 관한 탐구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 지식과 공통 교양을 위한 강의에 힘써 왔으며, CBS ‘라디오 인문학’, KBS 제1라디오 ‘책과 세계’, EBS TV ‘클래스e 위기의 시대에 읽는 고전’ 등 방송에서도 활동했다. 《인문 古典 강의》, 《역사 古典 강의》, 《철학 古典 강의》, 《문학 古典 강의》, 《숨은 신을 찾아서》, 《에로스를 찾아서》, 《책 읽기의 끝과 시작》, 《책과 세계》 등을 썼으며, 《경제학 철학 수고》, 《철학으로서의 철학사》(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상사 강의를 하고 있으며, 공부 블로그 ‘책 읽기의 끝과 시작’(fromBtoB.postype.com)과 팟캐스트 ‘강유원의 북리스트’(podbean.com/premium-podcast/booklist)를 운영하고 있다.

 

■ 차례

‘우리 시대, 사상사로 읽는 원전: 체제 탐구’ 출간사

서문

1장   민주정이 시작된 역사적 공간 ‘폴리스’_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2장   민주정의 절정기, 체제 유지를 위한 패권 싸움_ 투퀴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크세노폰 《헬레니카》

3장   민주정 시대를 체감한 소크라테스_ 크세노폰 《소크라테스 회상록》

4장   체제의 정당성을 묻는 ‘이념 혁명’_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론》

5장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정치적 지향_ 플라톤 《메넥세노스》

주해: 출간사 주해, 서문 주해, 1장 주해, 2장 주해, 3장 주해, 4장 주해, 5장 주해

 

■  책 소개

사람들은 흔히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민주정을 반대한 이들이라 여긴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그들은 민주 정체에서 태어나 그 안에서 살았고 자신들의 체제가 이룩한 성취와 문제점들을 체감하였으며, 그것을 더 나은 체제로 진전시키기 위해, 또는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깊이 사색하고 그것으로부터 실천적 처방을 제시하였다. 적어도 1950년대 이전의 사상가들 중에서 그들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고대 아테나이와 같은 민주 정체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형태의 민주 정체에서도 살아 본 적이 없다. 이 점 때문에라도 그들은 체제를 탐구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사상가들이다.

소크라테스는 사인으로 살고자 했고 정치가도 아니었지만, 제자 플라톤에게 정치학의 기초 이념을 제공했다. 소크라테스가 생각한 민주주의는 무엇이며, 이것이 플라톤의 저서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를 면밀히 알아내기 위해서는 플라톤의 저서뿐만 아니라 당대 헬라스 세계의 맥락과 소크라테스의 사람됨을 엿볼 수 있는 다른 고전들도 같이 읽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먼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참조하여, 최초의 민주정체이자 헬라스 세계의 고유한 체제인 폴리스에 대해 개념적으로 파악한다. 그 폴리스들이 같은 헬라스 사람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서로 협력하면서도 싸움을 벌이던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와 크세노폰의 《헬레니카》를 읽는다.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상록》은 소크라테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플라톤의 대화편들보다 좀 더 일반적인 관점에서 서술한다. 그가 공공 영역에서 중요하게 여긴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그가 아테나이 시민들에게 강조했던 덕목이 무엇이었는지도 알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중심으로 읽는 까닭은 소크라테스가 사상사적으로 중요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테나이 체제가 가진 한계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플라톤의 사유에 있어서 소크라테스가 근본적인 지향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메넥세노스》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헬라스 세계가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읽는 텍스트이다. 《메넥세노스》가 제시한 추도식 연설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공유했던 순전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둔 지향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이는 플라톤의 대화편 《정체》를 읽는 중요한 맥락이 될 것이다.

 

페리클레스가 말했듯이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당대 아테나이 폴리스는 민주정이 아니라 참주정(대중정치, 대중독재)에 가까웠고, 이는 대중의 탐욕이 반영된 체제로서 소크라테스가 가장 경계하는 정체였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직접적으로 아테나이 민주정을 비판했다기보다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조건들에 대해 변론하고 있다. 시민들의 생활양식이 올바름을 지향해야만 ‘더 많은 이의 더 나은 삶’이라고 하는 민주 정체의 탁월함, 즉 민주주의 이념이 참으로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법정에서 묻는다. ‘아테나이는 개인의 신념을 형벌로써 다스리는 체제인가?’

 

 

■  본문 속에서

“본격적인 민주정은 사회 혁명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가능해진다.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온 정치적 평등이 부의 평등에 대한 요구로 발전하면서 부의 불평등에 대한 공격이 생겨나고, 그것이 정치적인 제도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이가 평등하게 부를 추구하게 되었다는 것은 이익 추구가 모든 이의 삶의 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익 추구가 적절함을 넘어서 버리면 탐욕이나 쾌락으로 뻗어 나간다.”_24p

“아테나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극대화된 욕망을 외부로 투사하였고, 투퀴디데스는 이러한 오만함 때문에 아테나이와 시민들이 파멸하는 비극을 그린다. 소크라테스는 이 비극이 모두에게 감지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출현했다. 그는 쾌락에 빠진 시민들을 바라보면서 탐욕을 버리고 추상적 이념의 입장으로 올라갈 것을 촉구한다. 소크라테스의 이러한 정신화를 더 밀고 나아간 플라톤은 고요하게 관상하는 인간을 길러내고 그러한 인간이 통치하는 교육과 체제를 구상한다.”_13p

“당대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정 시대라 할 수 없었다. 투퀴디데스가 지적하고 있듯이 “이름은 민주주의이지만 실제 권력은 제일인자의 손에 있었다”. 현란한 연설술을 가진 사람이 어리석은 대중들을 유린하였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당대 아테나이가 “제국”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각각이 각각의 원인이면서 결말이 되었다. 악순환으로 빠져들었다. 아테나이가 제국으로 나아가지 않았으면 선동이 난무하는 대중 정치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_48p

“민주 정체는 다수가 원하는 것을 올바른 것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다수가 원하는 것은 사실일 뿐이며, 그 사실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다수가 원하는 것이라 해도 올바르지 않은 것은 얼마든지 있다. 다수가 나쁜 짓을 떼 지어 원했던 사태는 역사에 차고 넘친다. 소크라테스는 바로 그 부분을 겨냥한다.”_91p

“아테나이 사람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 혁명과 정치 혁명의 난관을 이겨 내고 마침내 민주 정체를 성취하였다. 그것은 더 많은 사람들을 시민으로 만들어 주었고 시민들은 폴리스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아테나이 시민들의 삶은 ‘쾌락이라는 참주’에게 굴복한 것이다._10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