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플라톤, 현실국가를 캐묻다》

 

누가 《국가》를 두려워하랴

절대 고전 《국가》를 읽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방법론

 

정치 체제에 관한 최고 원천源泉들을 시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우리 시대, 사상사로 읽는 원전’ 시리즈의 둘째 권은, 플라톤의 대화편 중에서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알려진 《국가》에 관한 탐구서다. 《국가》는 그에 관한 많은 연구서와 해설서가 있음에도 그 방대한 분량과 심오한 주제들로 인해 일반 독자들이 제대로 읽어 내기가 쉽지 않다. 

이에 저자는 플라톤의 강조점에 따라 목차를 재구성하여 《국가》 원문을 상세히 요약 및 해설하고 있으며, 올바른 공동체 이념을 고민해야 하는 우리 시대로부터의 날선 통찰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쾌락이라는 참주’에게 휘둘리던 아테나이 민주정에 대한 플라톤의 회고적 통찰로부터 올바른 민주주의 이념 실현의 현실적 대안까지도 찾아내고 있다. 여기에는 플라톤이 공동체의 최고선이라고 생각했던 ‘바람직한 이득’에 관한 주제의식이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는바, 이 주제의식은 오늘날 ‘국가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책은, 원문 전체를 충실하게 읽어 냄으로써 《국가》 텍스트의 탁월함을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생겨난 시대 속에서의 생명력과 우리 시대와의 연관성을 검토해 나감으로써 《국가》를 읽는 새로운 관점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를 읽는 관점: 공동체와 개인의바람직한 이득 관한 현실국가론

플라톤의 《국가》는 수많은 고전 사상가들의 인식과 영감의 원천으로서 다른 어떤 고전보다도 우선적으로 읽어야 할 텍스트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한국에 사는 우리가 이 오래된 대화편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국가》가 민주정에 반대하는 주장으로 가득 찬 텍스트인지 아니면 참다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알려 주는 텍스트인지와 같은 관심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국가》는 시민이 주권자인 민주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민주 정체에서만 제기될 수 있는 정치적 문제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 정체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 어떤 정치사상 텍스트보다도 《국가》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다수의 정치사상가들은 당대 공동체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평등하게 추구할 수 있는 곳에서 살지 않았으므로 이들의 사상은 오늘날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의 실질적인 정치사상 고전이 되지 못한다. 반면에 플라톤의 《국가》는 우리와 비슷한 경험지평에서 생겨난 텍스트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나라에 태어나 살고 있는지가 우리의 삶에 몹시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국가의 시대’에 살고 있다. 당연히 나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돌이켜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국가》를 읽는 근본적인 까닭은 바로 이것이다.

《국가》를 읽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가》는 모든 시대에 통용될 만한 윤리학의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고려하는 현실 정치학의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참으로 잘 사는 나라, 조화로운 나라가 되려면 그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뿐 아니라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플라톤은 이 대화편에서 참으로 잘 살기 위해 사람이 정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들을 궁리했고, 한 나라에서의 올바름뿐만 아니라 한 사람에게 있어서의 올바름을 실현하고자 했다. 한 사람의 올바름은 윤리학, 한 나라의 올바름은 정치학이라면, 《국가》는 이 두 가지를 포개려는 텍스트이다. 이 둘을 포개기 위해 플라톤이 생각한 최고선은 ‘바람직한 이득’이고, 이 대화편을 시작하는 물음은 ‘올바름은 이득이 되는가’ ‘올바르게 산 사람은 행복한가’이다. “즉 올바른 것을 행하며 훌륭한 것들을 수행하고 올바르게 되는 것이, 그런 사람인 것을 남이 알건 모르건 간에, 이득이 되는가, 아니면 올바르지 못한 짓을 저지르며 올바르지 못하게 되는 것이, 만약에 벌금도 물지 않고 또는 처벌을 통해 교정을 받는 일도 없다면, 이득이 되는가 하는 것”을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올바름의 정의定義가 내려졌다 해도 그것의 실질을 탐구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의론과 정체론 외에도 《국가》에는 이데아론과 교육론, 영혼삼분설, 윤회설, 모방론, 동굴의 비유, 선분의 비유, 태양의 비유 등 플라톤의 대표적인 철학 이론과 비유들이 등장한다. 《국가》를 읽지 않고서는 플라톤에 접근할 수 없고 플라톤을 모르고서는 서양 철학을 이해할 수 없다.

 

《국가》를 읽는 방법론: 강독 형식의 원문 읽기 + 시대적 통찰이 담긴 해설

《국가》는 소크라테스와 몇몇 사람들이 나눈 방대한 양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서 단숨에 읽어내는 것이 어렵다. 그래도 이 대화편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전을 남김 없이 읽는 것이다. 술어의 뜻을 상세히 따지고 문장의 맥락과 숨은 뜻을 탐색하면서 반복해서 읽으면, 언젠가 플라톤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터득할 것이다. 이 과정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하고자 저자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

원전 텍스트 전체를 크게 네 개의 부로 나누고 다시 세분하여 목차를 구성한 후 각각에 대한 요약과 해설을 서술하였다. 각 단원마다 고딕체로 된 요약 부분은 최대한 원전의 내용을 살려 인용문 형식으로 서술하였는데, 이는 독자들이 원문의 표현에 익숙해지도록 하면서 논의의 근거와 출처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나누고 요약하는 과정에서 번역본들과 이차 문헌들을 참조하였다 해도 이 요약은 저자의 강조와 생략을 반영한 것이다. 이어 해당 부분에 대한 강독 형식으로 술어들과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시대적 상황, 관련 참고 서적에서 뽑아 낸 주해와 출처, 다른 사상가들과의 비교, 저자의 의견 등을 서술했다. 그 밖에 《국가》와 다른 대화편과의 연관성, 각각의 텍스트들이 시대에 따라 끼친 영향이나 전반적인 논의는 추기追記에 덧붙였다.

독자 스스로 이 책 전체를 읽고 나서 원전을 다시 읽으면서 자신만의 독법을 찾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고, 이 책의 목차에 따라 원전을 함께 읽거나, 이 책의 해설 부분만을 먼저 읽고 관심사에 따라 이 책의 요약 부분과 함께 원전의 해당 부분을 조금씩 읽어 나가도 좋을 것이다. 꼭 읽어야 할 원전이지만 읽을 엄두를 못 냈던 독자들이 이 책과 함께 《국가》 읽기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