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코 모레티(지음), 송철복(옮김), <<직업의 지리학>>, 김영사, 2014. (#ISBN9788934968399)

원제: Enrico Moretti, The New Geography of Jobs: How Innovation is Reshaping How We Work and Where We Live (2012)

전체 개요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제조업 중심지가 변화하면서 미국 내의 오래된 제조업 본거지들은 낙후되고 있는 반면 새로운 혁신 중심지들은 성장하고 있으며, 근로자의 소득부터 교육수준, 기대수명에 이르기까지 지역간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혁신도시는 지리적 물리적 입지로써 설명되는 전통산업과 다른 방식으로 생성되며 서로 뭉쳐있으려는 경향이 강하고 특유의 생태계가 형성되어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이전도 쉽지 않다. 낙후된 도시와 혁신 중심지간의 지역적 불평들을 해소하려면 여러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며 첨단분야의 핵심적인 인적 자본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1. 미국의 제조업 쇠망은 심해지고 있고, 이것은 혁신기업의 성장 때문에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러한 쇠망과 성장은 제조업이 자리잡은 지역과 혁신기업이 자리잡은 지역의 격차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산업의 차이에 따른 ‘지역격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978년 미국의 제조업 고용이 정점에 달한 이후 제조업의 해외이전과 공장의 자동화로 제조업은 쇠퇴하고 있다. 제조업 쇠퇴로 인한 일자리 손실은 지리적으로 퍼져 있지만 혁신적 기술발전의 효과는 불균등하게 나타나며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격차’는 단순히 지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삶의 여러 국면에서의 불평등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교육과 소득수준은 물론 생활방식의 차이로 기대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전통적 제조업은 지리적 여건이 중요했지만 혁신기업의 입지는 그러한 배경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혁신 일자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발견되고 인적자원과 인간의 독창성을 집중적으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혁신기업은 그 자체의 수와 일자리는 적지만 그것과 관련된 지역서비스를 늘려 추가 일자리를 간접적으로 창출한다. 이런 ‘승수효과’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데 첨단기술 기업들은 서로 가깝게 자리잡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혁신도시의 입지와 성공은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결정된다. 끌어당기는 힘은 두툼한 노동시장과 전문적 서비스 제공자들의 존재, 그리고 창의적 근로자들 사이의 지식전파가 가능할 때 강해진다.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새로운 혁신단지를 시작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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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패스모어(지음), 이지원(옮김), <<파시즘>>, 교유서가, 2016. (#ISBN9788954642309)

원제: Kevin Passmore, Fascism: A Very Short Introduction (2014)

“이 책의 초판에서 내가 제시한 파시즘의 정의는 그릇된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것은 마르크스주의와 베버주의, 전체주의 이론의 장점들을 종합하면 파시즘에 대한 더 나은 정의에 이르리라는 가정이었다. 그 정의에서, 나는 파시즘의 사상과 사회적 맥락, 그리고 혁명적 포부와 반동적 동기 모두를 균형있게 강조했다.”

“파시즘을 다른 개념과 구분 짓는 유일한 점은, 엄청나게 부정적인 도덕적 함의다.”

“나치가 파시즘이라는 명칭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 혹은 거부했는지, 그들이 이탈리아 파시스트 체제를 어떻게 해석했고, 그로부터 무엇을 차용했는지, 그리고 그렇게 차용한 것들을 다른 사상 및 실천과 어떻게 결합했는지를 탐구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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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패스모어(지음), 이지원(옮김), <<파시즘>>, 교유서가, 2016. (#ISBN9788954642309)

원제: Kevin Passmore, Fascism: A Very Short Introduction (2014)

파시즘의 원형으로서의 참주정

20세기 서구 사회의 낯선 상황: 대중이라는, 주권을 가진 인민 집단의 등장과 그 집단을 통제하는 문제에서 생겨난 nationalism(국민·민족·국가주의)

플라톤, <<국가>>
“민중(dēmos)의 선봉에 선 자”로서의 참주와 그를 “아주 잘 따르는 군중(ochlos)”(565e)
민중: “이들은 손수 일을 하고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재산을 그다지 많이 갖지 못한 사람”(565a)

참조
소포클레스, <<참주 오이디푸스 Oidipous Tyran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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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패스모어(지음), 이지원(옮김), <<파시즘>>, 교유서가, 2016. (#ISBN9788954642309)

원제: Kevin Passmore, Fascism: A Very Short Introduction (2014)

제4장 독일: 인종주의 국가

집권에 이르는 과정
제1차 세계대전의 경험
자유군단(Freikorps): 반유대주의
히틀러는 반란의 실패로 감옥생활을 하면서 ‘나의 투쟁’을 저술, 핵심주장 중의 하나는 ‘생활공간’(Lebensraum)
“유대-볼셰비키 러시아로부터 동유럽의 생활권을 쟁취하는 것이 독일의 사명이라고 믿었다.”
19세기 사회다윈주의, 제국주의, 인종주의의 혼합, 강한 반유대주의
“1930년대에 나치에 표를 주게 될 많은 이들은 1920년대부터 이미 대중주의와 극단적 내셔널리즘을 옹호하고 있었다.”
1929년 미국 경제의 붕괴
히틀러가 무솔리니로부터 간파한 성공비결: “선거와 협박의 결합”,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라고 선전”

독재
히틀러 집권 이후부터는 전체주의 체제로 전환
“나치의 급진성을 특히 정치영역에서 두드러졌다. 법치의 파괴는 임의적인 폭행, 집단 수용, 처형을 의미했을 뿐만 아니라, 원칙에 입각한 통치, 사법 및 행정의 근간 자체를 무너뜨린 처사였다.”
대중의 국민화 작업: 나치의 도그마를 사회 전 영역에 스며들게 했다. 다양한 직업단체 등을 나치 산하 기관으로 삼았으며, 학교 교과과정을 개편하였다.
참조
조지 모스, <<대중의 국민화>>(#ISBN9788971395493)

패전이 확실해지면서 독일 대중들은 히틀러를 버렸다. “히틀러는 유언장에서 자신의 기대를 저버린 독일 국민을 탓했다.”

더 읽어볼 책들
마르틴 브로샤트, <<히틀러 국가>>(#ISBN9788932022109)
티모시 메이슨, <<나치스 민족공동체와 노동계급>>(#ISBN9788946045545)
데틀레프 포이케르트, <<나치 시대의 일상사>>(#ISBN9788985548021)
라울 힐베르크, <<홀로코스트: 유럽 유대인의 파괴 I, II>>(#ISBN9788957690918)
이언 커쇼, <<히틀러 I, II>>(#ISBN9788991799479)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ISBN9788991799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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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패스모어(지음), 이지원(옮김), <<파시즘>>, 교유서가, 2016. (#ISBN9788954642309)

원제: Kevin Passmore, Fascism: A Very Short Introduction (2014)

제3장 이탈리아: ‘철권으로 만든 역사’

집권에 이르는 과정
1차 세계대전 이후 세 계파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 함
보수주의: 권위주의가 가미된 구체제
내셔널리즘(국가주의): 더욱 권위주의적인 국가
급진주의: ‘제2의 혁명’ 주장. 생디칼리슴 지식인, 파시스트 노동조합 지도부, 페미니스트, 지방당 간부, 경제근대화 주창자

파시즘은 “의회정치적 수완과 대중동원을 결합”하여 성공하였고 무솔리니는 “대중운동과 의회정치를 연결”함으로써 권좌에 올랐다.

독재
‘위로부터 동원된 국가’: “책임감있는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온종일 새 나라 건설에 매진했고, 그의 아내는 이탈리아를 위해 아이를 낳았다.” — 보수주의와 국가주의 이념의 실현
급진주의자들은 주변화하지 않고 당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했다.

무솔리니 개인의 대외모험주의
독일 히틀러 집권 이후에는 나치와의 관계 속에서 본래의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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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패스모어(지음), 이지원(옮김), <<파시즘>>, 교유서가, 2016. (#ISBN9788954642309)

원제: Kevin Passmore, Fascism: A Very Short Introduction (2014)

제2장 파시즘 이전의 파시즘?(2)

급진적 우파의 지적 기원: “이탈리아 파시스트와 나치가 공통되게 활용했던 몇 가지 사상”
급진적 우파의 정치적 기원: “파시즘이 정치 스펙트럼 전반에 걸친 다양한 사상들을 차용하고 변형”

급진적 우파의 지적인 원천들
계몽주의, 일반의지론, 낭만주의, 이성에 대한 반발, 독일의 공동체(Volk),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이론, 모스카와 파레토의 정치 엘리트론, 니체, 사회다윈주의자들, 우생학, 고비노의 <<인종 불평등론>>

급진적 우파의 정치적 원천들: 내셔널리즘(민족주의, 국가주의), 사회주의와의 복합적 관계, 보수-자유주의 성향의 엘리트 계층

급진적 우파와 파시즘: “급진적 우파는 파시스트들에게 활용 가능한 모델을 제공해주었지만, 그들의 직접적인 전신은 아니었다.” “1차 세계대전과 평화조약, 전간기 동안의 경제적 고통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1차 세계대전이라는 대격변과 뒤이은 위기의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고는 파시즘을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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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패스모어(지음), 이지원(옮김), <<파시즘>>, 교유서가, 2016. (#ISBN9788954642309)

원제: Kevin Passmore, Fascism: A Very Short Introduction (2014)

제2장 파시즘 이전의 파시즘?(1)

역사적 파시즘이 등장한 전간기 유럽의 상황
전통적인 왕정과 귀족정이 주권재민을 이념으로 하는 민주정에 의해 도전을 받았다 — 대중의 약진
엘리트 지배의 존속을 목적으로 하는 급진적 우파는 대중을 무조건 억압할 수 없으므로 대중을 무력화하고 엘리트 지배의 수단으로 삼는 전술을 구사한다.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전술이 ‘혐오’

“사회학자들에게 ‘대중의 약진’은 해결해야 할 문제였고, 이 문제는 엘리트 지배의 존속이라는 과제와 연결되어 있었다. 급진적 우파는 대중 정치에서 태어났지만 그것을 제한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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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패스모어(지음), 이지원(옮김), <<파시즘>>, 교유서가, 2016. (#ISBN9788954642309)

원제: Kevin Passmore, Fascism: A Very Short Introduction (2014)

제7장 파시즘, 민족, 인종

명백한 생물학적 인종주의의 사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분리주의(apartheid)
나치 독일의 반유대주의: “유대인들을 유대교도가 아니라 하나의 인종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다.”

다문화주의: 문화적 차이는 그것이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인정되어야 한다.

동화주의: 교육을 매개로 하여 문화가 다른 이들이 특정 지역의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 지나친 동화주의는 폭력성을 수반하며, 현대에 ‘인종차별’이라 불리는 것들은 이러한 성격을 보인다.

현대의 극우와 인종주의
영국 국민당: 다른 인종을 증오하지는 않으나 “우리의 바람은 영국인의 종족적·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는 자주 무슬림에 대한 적대감과 교차한다.

인종적 순수성은 이룰 수 없는 꿈이며 “인종 단일화는 체계화된 편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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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패스모어(지음), 이지원(옮김), <<파시즘>>, 교유서가, 2016. (#ISBN9788954642309)

원제: Kevin Passmore, Fascism: A Very Short Introduction (2014)

제6장 재에서 되살아난 불사조?

2차세계대전 이후 서구에서 등장한 파시스트적 극우 정치운동과 정당들
독일의 경우 파시스트 단체 결성이 헌법에 위배, 기적적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으로 파시스트 당들이 출현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사회는 불안정했으나 파시스트가 용인되지는 않았다.
이탈리아 사회운동당(Movimento Sociale Italiano, MSI), 북부연맹(Lega Nord)
미국의 애국운동(Patriot Movement): 내셔널리즘, 대중주의, 반공산주의에 매우 강력한 자유지상주의가 결합, 연방정부에 대한 적대감
프랑스 국민전(Front National)

현대 서구 극우운동의 공통점들
세계화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 기성의 권력을 파시즘으로 재정의, 자유주의와 내셔널리즘의 연결, 신보수주의적 지구경제의 결과, 서구경제의 탈산업화에 따른 젊은 노동자들의 극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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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패스모어(지음), 이지원(옮김), <<파시즘>>, 교유서가, 2016. (#ISBN9788954642309)

원제: Kevin Passmore, Fascism: A Very Short Introduction (2014)

제6장 재에서 되살아난 불사조?

  • 사후의 파시즘: 2차세계대전 이후 서구에서 등장한 파시스트적 극우 정치운동과 정당들
  • 설명: 현대의 극우와 역사적 파시즘의 관계

전간기 파시즘과 현대의 극우 운동의 실질적 연속성: 극단적 내셔널리즘, 소수종족에 대한 차별, 반페미니즘, 반사회주의, 대중주의, 기성의 사회적·정치적 엘리트 세력에 대한 반감, 반자본주의, 반의회주의

둘 사이의 차이점: 현대의 극우운동은 대중동원, 준군사조직적 폭력, 유일정당 체지를 추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에 잠재된 차별의 가능성을 활용하고자 한다. 이것은 현대의 극우가 파시즘보다 ‘덜 악하다’거나 ‘덜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다.”

참조
후지이 다케시,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 – 족청계의 형성과 몰락을 통해 본 해방 8년사>>, 역사비평사, 2012. (#ISBN9788976961358) 서평

‘조선민족청년단(朝鮮民族靑年團)’은 해방 후 중국에서 돌아온 이범석이 1946년 10월에 출범시킨 단체이다. 이 책은 족청이 출범하고 1949년에 해산된 다음, ‘족청계’가 몰락하는 1953년까지의 해방공간을 다루고 있다.

족청은 “미군정과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출범”하였으며, “남한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조직되었다.” 이렇게 조직된 “족청의 활동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 것이 훈련소에서 실시된 훈련이었다.” 이 훈련은 “광범위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 실시”되었는데, 이는 “족청의 목적이 대공투쟁을 위한 물리력의 동원에 있지 않고 ‘건국’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있음을 잘 보여준다.” 족청이 근본으로 삼은 이념은 민족주의였다. 1947년 10월 중순 경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족청의 “단지(團旨)”는 이것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1. 우리는 민족정신을 환기하여 민족지상 국가지상의 이념하에 청년의 사명을 다할 것을 기함.” 족청이 내세운 민족주의는 “민족의 유대로서의 혈통”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이범석의 다음 말은 그것을 보여준다: “피! 무서운 피! 냉엄하고도 열렬한 피! 부자(父子)의 피! 골육(骨肉)의 피! 민족의 피! 이 피야말로 모든 문제의 시초요 결말입니다. 우리 조선민족청년단의 사업은 이 피에 대한 연구·분석·종합, 이 피의 조직·재생·배양, 그리고 활력, 무한한 활력을 기르는 데 있습니다.”

정부가 수립되면서 “족청 인사들은 뜻밖에도 한국 정부에서 큰 몫을 차지하게 된다. 이범석이 국무총리 겸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되고 안호상이 문교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이다.” 이범석은 국무총리직의 수행에는 “특별한 방침이 없었으나, 국방부 장관으로서 이범석에게는 “최적임자”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분명한 방침이 있었다. ‘반공 군대 건설’이 그것이다.” 이범석은 특히 군에 대한 정치훈련(政治訓練), 즉 “‘정훈공작’을 중요시했다.” “안호상이 문교부 장관으로서 내세운 방침은 ‘민주적 민족주의’였다.” 안호상은 “예전부터 민족을 강조했지만”, 이 시점에서는 “인종주의적 민족관을 분명히 했다.” 그러므로 그가 내세운 ‘민주적 민족주의’는 “‘민주주의’와 같은 규범을 ‘민족’에 종속시킴으로써 ‘구미식 민주주의’를 배척하기 위한 것”이라 하겠다. 이는 나치의 인종주의와 연관된다. 본래 족청에서 나치즘의 영향을 뚜렷하게 보여준 이는 “독일에서 3년 동안 히틀러유겐트의 열광적인 멤버”였으며, “1931년부터 1935년까지 독일에서 살았으며… [족청] 중앙 훈련소 소장”을 지냈던 강세형이다. 안호상은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하기는 하였으나 족청에 가담했던 당시에는 물론 해방 이전에도 나치즘을 적극적으로 찬양하지 않았다. 문교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안호상은 “나치스 독일의 교육상 지도정신과 사범 교육의 혁신운동”을 살펴보면서 “나치스가 국가 민족을 위하여 분투하던 희생적 정신과 실천적 기백은 우리들이 꼭 본받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로써 족청계는 피로 연결된 민족주의에 나치스 이념에 대한 찬양을 더해 파시즘의 성격을 띠게 되거니와, 여기서 “세계 질서의 안정화를 위해 파시즘의 청산을 중요하게 생각한 미 국무부를 중심으로 한 이들의 인식”과 “갈등의 불씨”를 남기게 된다.

족청은 이범석이 국무총리로 임명된 것에서도 나타났듯이, 이승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나 여순 사건을 계기로 “독자적인 존재”로 남기 어려운 국면에 처하게 되었다. 이승만은 이 사건 이후 “모든 청년단체를 합처 민족 운동을 전개시키는 한편 우수한 청년을 선출하여 민병(民兵)을 조직할 계획”을 밝혔고, 이에따라 ‘대한청년단’이 조직되면서 족청도 해산된다. 그러나 족청 출신들, 즉 족청계는 ‘일민주의(一民主義)’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다시금 기반을 확보하려 한다. “일민주의는 미군 철수가 결정되어 정부로서 독자적 반공 체제 확립이 시급했던 1949년 4월에 국민보도연맹이 결성되는 데 맞추어 좌익을 전향시키고 포섭할 목적으로 본격적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한 이념 체계였으며, 그와같은 일민주의의 체계화를 주도한 인물이 양우정이었다.” 족청계는 한국 전쟁 시기까지 부침을 거듭하였으나, 1953년 “이범석이 외유를 나가고 없는 사이에 이승만은 족청 제거를 명령해 휴전 체제 성립과 때를 같이해서 족청계는 권력 중추부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 모든 경과를 서술한 후 저자는 “족청계의 성쇠는, 민족해방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던 대중 동원의 정치 공간이 한국 전쟁 휴전과 더불어 사라지게 되는, ‘해방8년’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규정한다.

족청, 족청계의 중심인물은 이범석이다. 그는 중국의 장제스의 영향을 깊이 받은 자이다. 그는 ‘쑨원(삼민주의)-장세스’ 모형을 염두에 두고 ‘이승만(일민주의)-이범석’ 체제를 세우려 했다. 이범석의 파시즘 이해는 장제스의 그것을 이어받은 것이다. “장제스에게 파시즘이란 민족주의·군사화·지도자 숭배로 이해”된 것이었다. 이범석은 반공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하고 대중 동원(“군중주의”)을 통하여 파시즘 체제를 세우려 노력하였다. 이범석의 시도는 실패하였으나 족청과 족청계의 성립과 몰락의 과정에서 제기된 것들은 이후 한국 정치에 중요한 계기들이다. 그것은 미합중국, 반공주의, 정치군인, 정훈, 과잉민족주의, 대중동원 등이다.

이 책은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를 주요한 논점으로 삼고 있으나, 이 책에서 제시된 ‘파시즘’은 장제스의 그것과 이범석이 받아들여 독자적으로 변형한 것이다. 파시즘에 관한 일반적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범석의 그것이 과연 파시즘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어렵다. 또한 ‘제3세계주의’에 관한 규정과 상세한 설명없이 논의가 전개됨으로써 족청과 한반도 정세의 핵심 요인인 미합중국 사이의 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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