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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 Perry

History and Revolution Marxist History Writing
Mike Haynes and Jim Wolfreys (eds), History and Revolution: Refuting Revisionism, Verso, 2007.
Chris Wickham (ed), Marxist History Writing for the 21st Century, Oxford University, 2007.

다음의 두 권은 시의적절하고 상호보완적이다. 둘은 마르크스주의 역사 서술의 끊임없는 생명력에 대한 징표이면서, 역사 서술에서의 몇몇 지배적인 경향에 대한 비판을 조명한다. 말하자면, 이 책들은 같은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다. Chris Wickam이 편집한 책이 진화하는 연구체로서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의 양상과 현재의 형세에 관련되어 있다면, [[역사와 혁명: 수정주의 반박하기History and Revolution: Refuting Revisionism]]는 역사학에서 역사 변동에 관한 사회적 설명을 거부하는 논쟁의 전환에 초점을 맞춘다.

역사 서술에서 마르크스주의가 기여한 바를 평가하는 컨퍼런스에 토대를 둔 [[21세기를 위한 마르크스주의 역사 서술Marxist History Writing for the 21st Century]]은 마르크스주의 학자와 비마르크스주의 학자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견해를 한 데 모아 놓았다. 즉 공공연하게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으로부터 연구를 수행하는 Wickam이나 A. Callinicos같은 이들에서부터, 궁극적으로는 마르크스를 거부하지만, 풍부하고 도발적인 이론가로서 마르크스를 인식하고 그와의 대화를 계속하려는 W.G. Runciman과 같은 이들까지도 다루는 것이다. 어떻든 참가자들 모두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 동안 역사 서술에 주목할만한 영향을 끼쳤던 마르크스주의가 이후 왜 명백한 쇠퇴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Wickam과 E. Hobsbawm에 의해 씌어진 서문의 핵심은 마르크스주의가 쇠퇴했다는 생각이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는 — 프랑스의 아날 학파와 같이 사회적으로 기원한 역사학 학파와 마찬가지로 — 20세기에 역사학을 근대화했다. 그들은 역사학을 전통적인 강박관념으로부터 떼어놓았다. 상층 정치사(왕, 여왕, 정치가와 장군), 객관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자료의 성질(대체로 국가의 문서보관소에서 제공되었던), 다른 지적인 규범과 같이 역사학에서의 불순물을 없애야 할 필요성 등이 바로 그러한 강박관념들이다.

특히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역사가들은 인류 역사와 그 거대한 변형에 관한 마르크스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파고 들었다. 많은 이들이 알게 모르게 이러한 관점을 여전히 고수한다. 그렇다해도 그 이후 마르크스주의는 역사학 내부에서 수세에 몰려 있었다. 이것은 보편적 인권과 해방에 관한 계몽주의의 원리에 대한 거부, 그리고 그와 관련된 상대주의의 발흥 뿐만 아니라 정체성과 담론에 관한 탐구를 포기하고, 객관적 역사의 실재성에 대한 어떤 생각도 부정한 몇몇 역사가들의 경향에 기인했다.

바꿔 말하면, 이러한 경향들은 역사가가 과거를 의미있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양식과 규칙을 설정할 다양한 가능성들을 잃게 만들었다. 그 결말은, 유에스의 역사 서술, 힌두교의 인도 그리고 베룰루스코니의 이탈리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과거 30년은 역사적 거짓과 신화에 의해 감정적으로 편향된 대중이 창조되었던 황금 시대였다”는 점에서, “공공의 위기”로 구성된 정체성에 기초한 역사였다.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을 묘사하는 데 “빈사 상태”보다 “수세적”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면, 현재의 침체에 대한 설명은 두 가지, 즉 국면적인 설명과 내부적인 설명을 취한다. G.S. Jones는 후자의 경우이다. Jones에 의하면,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에 대한 설득력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무능한 이유는 그가 [[자본]]에만 천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Jones는 그것이 마르크스의 실제 의도였음을 입증하는 설득력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그의 논의는 순환적이며 그 속성상 신자유주의적이다. Jones는 시장에 대한 대안은 없기 때문에 마르크스가 그것의 대안을 찾는 데에 실패했다고 가정한다.

국면적인 설명은 역사적인 맥락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설명은 너무도 단순해서 베를린 장벽과 스탈린 체제의 붕괴를 지적하지 못한다. Wickam이 지적하듯이, 그 과정은 1989년 이전부터 진행되어온 것이다. 1980년의 정치적 상황은, 마르크스주의가 학문적으로 영향력이 있었던 각 나라들에서도 1968년 이후의 신좌파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후기 구조주의라는 지적 경쟁자가 등장한 것 또한 이 때였다.

여러 기고문들은 특정한 역사적 연대에 마르크스주의가 기여한 바에 대한 매우 유용한 요약을 제공한다. Andrea Giardina는 로마사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적 연구를 개관한다. 1960년대의 반교조적인 마르크스주의 역사가와 고고학자에 의해서 이 영역에서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마르크스의 저작은 특히 로마 문화의 정치적 차원에 관하여 새로운 문제를 설정하는 데 유용한 출발점을 제시하였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Maurice Godelier의 인류학에 각별한 친화력을 보인 것처럼, 다른 학문 분과 간의 횡단을 통한 다양화를 허용함으로써 고고학이 기술의 영역에서 역사학의 분과로 부각되기를 노렸다. 그람시 연구소의 마르크스주의 로마 역사가들은 다학제적 연구와 이행, 위기, 계급, 사회구성체, 생산양식과 같은 마르크스의 핵심 개념을 이용하여 이 영역에서의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였다. Giardina는 고대 세계의 계급과 계급 갈등에 관한 G.S. Croix의 권위있는 연구를 고찰한다.

Wickam은 봉건제에 관한 광범위한 비교 연구를 통해 갖춰진, 중세의 연구에 관한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의 충돌을 고찰한다. Catherine Hall은 마르크스주의의 범주를, 인종과 젠더에 민감했던 1829년에서 1832년 사이 영국 치하의 세 대륙에서의 위기 국면에 대한 해석에서 구체화하고자 한다. 그의 연구는 마르크스가 강조하지 않았던 젠더의 요소에 관한 것이었다. 이것은 이러한 정체성의 형식에 찬성하여 마르크스주의를 포기하기 위한 근거로서 취해진 것은 아니다.

Wickam, Giardina, Robert Brenner, 그리고 Hall 모두는 마르크스주의가 저마다의 영역에 있어서 논쟁의 수준을 빈곤하게 해왔다는 사실을 도외시함을 지적한다. Callinicos는 Brenner, D. Harvey, G. Arrighi, Hobsbawm 그리고 Perry Anderson의 논의를 통해서 20세기에 틀지워진 자본주의의 동학을 이해하는데 마르크스주의 역사서의 유용성을 검토한다. Brenner는 봉건제에서 자본주의에로의 이행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수정한다.

Mike Haynes와 Jim Wolfrey의 신작인 [[역사와 혁명: 수정주의 반박하기]]는 혁명의 역사에서 얼른 보기에 어디에나 존재하는 수정주의적 풍조에 대해 고찰한다. 역사학자들이 흔히 자신이 전공한 시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혁명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공통적인 요소에 대한 관찰에 기반을 두고 있다. Wickam의 저작이 마르크스주의로 표현되는 이제는 낡은 것이 되어버린 시대 정신을 살피듯이, [[역사와 혁명]]은 혁명에 대한 해석과 그것에 연관되어 있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수용으로서 전체주의의 현대적 변형에 대해 추적한다.

지적 정세에서 보면, 시장을 대체할 것은 없다고 단언하는 좌파와 우파의 주류 정치가들과 자본주의가 냉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역사는 끝났다고 주장하는 정치철학자들 그리고 수정주의적 역사가들은 혁명을 폭력과 테러라는 정치적 술어와 그것의 비합리성으로 협소하게 정의함으로써 역사에 있어서 거대한 혁명의 영향력을 부인한다.

그리하여 Francois Furet는 프랑스 혁명이란 자유, 평등, 우애라는 혁명의 이념은 더 이상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Haynes와 Wolfrey는 당대의 정치적인 근시안과 역사가의 제한된 시야 사이의 균형에 대해서도 기민하게 관찰한다. 1980년대 후반의 프랑스를 Furet는 “혁명 없는 혁명은 미테랑 대통령의 사회주의 없는 사회주의와 로카르 총리의 개혁 없는 개혁주의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음의 두 가지 연관되는 요소들은 수정주의적 역사론에서 공통적인 것이다. 첫째, 역사에서 원인, 역동성, 그리고 결과의 제거는 역사를 장기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우발적인 그리고 정치적인 차원으로 옮겨놓았다. 둘째, 대중운동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혁명을 이해하는 이론적 틀로서 전체주의적 접근이 부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들은 수정주의적 저자들과 그들이 내놓은 것들에 중요한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영향력을 그들이 실제 가진 것보다 과장할 수 밖에 없었다.

Geoff Kennedy는 17세기 중반의 영국혁명에 대해 분석하면서 수정주의 역사가들이 영국혁명에 대한 사회적 해석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평가한다. 1970년대 이후 혁명의 역사가 씌어져온 방식은 정치적 급진주의를 물질적인 불만의 직접적인 합리화로 돌리는 사회적 환원주의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사회적 권력관계가 정치적 이념이나 사건을 만들어내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믿음에 의문을 가진다. 수정주의자들은 사회적 해석의 중심영역에서 형성된 부르주아 혁명 모델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이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봉건제에서 자본주의에로의 이행을 이해하는 데 토대가 되는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사회적 해석의 귀환을 요구한다.

1789년에 시작되었던 프랑스 혁명은 두 편의 에세이에서 재고찰된다. Jim Wolfreys는 Furet의 논쟁적인 혁명 해석을 해체한다. 그 해석이란 자코뱅주의를 전체적인 테러를 동반한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정의하는 정치적 해석에 찬성함으로써 그것에 대한 사회적 해석을 무너뜨리고자 한 것을 말한다. Wolfrey는 프랑스 혁명을 자본주의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데 필요한 새로운 법률적, 구조적 틀을 만들어낸 사회적 폭발로서 보는, 부르주아 혁명에 대한 수정주의적 관점에 대해 논의한다. Florence Fauther도 혁명의 가장 급진적인 국면에서 일어났던 노예제도의 폐지와 인권의 문제들을 통해서 프랑스 혁명을 파악하는 새로운 정치사에 대해 분석한다.

두 개의 장은 1917년의 러시아 혁명에 대해 분석한다. Hayens는 1917년 당대에 출간되었던 Orlando Figes와 Richard pipes의 수정주의적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러시아 혁명은 단순하게 이뤄진 사건이기는커녕 볼셰비키가 반대 정파와 권력 속에서 각각 선택하면서 사태의 결과를 조정한 것이었다. 실로 볼셰비키는 그들의 반대 정파보다 더 성공적이었는데, 그것은 볼셰비키가 그들의 경쟁자보다 더 민주적이었고 대중적 급진주의를 더 친밀하게 반영했기 때문이었다.

Haynes는 볼셰비키의 의식적인 결정보다는 일당 독재 국가의 형성에 기여했던, 러시아 혁명의 구조적 틀이 갖춰진 10월 혁명 이후 다른 좌익 정파들의 자포자기를 보여준다. Lars Lih는 잘못 이해되었던 트로츠키의 정책인, 내전 동안의 ‘노동의 군사화’에 대해 재검토한다. 공산주의적 환상에 이념적으로 경도된 것이라기 보다는 역사가에 의해 주장된 것으로서 트로츠키의 연설에 대한 매우 섬세한 분석은 국가적 위기에 대한 트로츠키의 냉철한 분석과 실용적인 처방을 보여준다.

이 책은 또한 전체주의의 개념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계급과 사회구조를 무시하는 전체주의적 접근법은 동학적인 분석보다는 정학적인 분석을 제공한다. Marc Ferro가 자신의 에세이에서 지적하듯이 전체주의적 접근법은 스탈린주의와 나치즘을 동등의 것으로 만들었고, 유럽 제국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나치즘의 특성을 간과했다.

Enzo Traverso는 전체주의 이론의 부활이 새로운 반공산주의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상술한다. 신경질적인 새 비판은 Furet의 [[환상의 경과Passing of an Illusion]]와 [[공산주의의 비망록The Black Book of Communism]]과 같은 저작에까지 미친다. Geoff Eley가 참여한 [[역사와 혁명]]은 대중운동이 자동적으로 전체주의로 빠진다기 보다는 20세기 유럽의 민주화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Daniel Bensald의 마지막 장과 Wolfrey와 Hayens의 서론 모두는 혁명이 당장 우리가 사는 세계를 만들지는 못한다고 보지만 그것 너머를 지적하기도 한다. 오늘날 자본주의와 전쟁에 저항하는 대중운동에 뛰어든 대다수의 사람들은 제럴드 윈스탠리, 토머스 페인, 칼 마르크스, 레닌 그리고 체 게바라 등이 참여했던 과거의 거대한 혁명을 통해서 혁명을 재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이 두 저작은 마르크스주의 역사 서술의 쇄신을 위한 선언이자 진부한 것으로 일그러진 주류 역사학에 대한 도전장이며 우리가 사는 세계를 변혁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역사를 쓰기 위한 안내서이다.

번역: 라티오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