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드 L. 와인버그의 2차 세계대전사가 세 권으로 출간되었다.
<<2차 세계대전사 1 – 뒤집어진 세상>>(#ISBN9788960523470)
<<2차 세계대전사 2 – 전세 역전>>(#ISBN9788960523487)
<<2차 세계대전사 3 – 베를린에서 미주리 협상까지>>(#ISBN9788960523494)

제2차세계대전에 관한 가장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는 저작이다. 제1권 서두에 채승병이 적은 ‘권하는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첫째, 국제정치의 대국적 틀에서 조망하는 시각을 잘 견지하고 있다.” 전쟁은 무엇보다도 국제정치의 시각에서 파악해야 하는 것이지만 자칫하면 전쟁 자체의 흥미에 빠져드는 실수가 벌어지기 쉽다. 이 책은 그러한 실수를 벗어나 있다. “둘째, (오늘날까지 유효한) 당대의 최신 연구 성과를 아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시각은 1980~90년대 냉전 종식, 소련 붕괴, 독일 통일을 기점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구소련의 비밀문건이 빛을 보고, 독일과 러시아의 저작들이 대거 소개되면서 사실관계부터 달리 쓰이게 된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와인버그는 이러한 성과를 최대한 수용해내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하여 알고 싶으면 이 책이면 된다는 것이다. 더 읽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셋째 권 말미에 채승병이 덧붙여둔 ‘국내 독자들을 위한 독서 가이드’에 소개된 책들 몇을 덧붙인다.

‘전쟁사’ 하면 존 키건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제1차 세계대전에 관한 통사도 그가 쓴 것부터 읽는 것이 순서이다.
존 키건,
<<2차세계대전사>>(#ISBN9791158710248)
<<1차세계대전사>>(#ISBN9791158710231)

제2차 세계대전의 주 전장은 동부전선, 즉 독소전쟁이다. 적어도 이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데이비드 M. 글랜츠 | 조너선 M. 하우스, <<독소 전쟁사 1941~1945 >>(#ISBN9788932907437)

독소전쟁의 두 주역인 히틀러와 스탈린을 다룬 책도 덧붙일 수 있다.
리처드 오버리, <<독재자들 – 히틀러 대 스탈린, 권력 작동의 비밀>>(#ISBN9788991799394)

이언 커쇼의 히틀러 전기 2부작은 전기로서의 탁월함까지 갖춘 책이다.
<<히틀러 1 – 의지 1889~1936>>(#ISBN9788991799479)
<<히틀러 2 – 몰락 1936~1945>>(#ISBN9788991799486)

독일이 구사한 작전으로 유명한 ‘전격전’(Blitzkrieg)을 다룬 책을 하나 덧붙인다. 이 책은 초기 개전과정, 즉 프랑스 침공을 다룬 것이다.
칼 하인츠 프리저, <<전격전의 전설 >>(#ISBN9788933705308)

참전자들이 남긴 글은 여러 종류가 있으나 꼭 읽어볼만한 것으로는 헤르베르트 브루네거의 책을 추천할 수 있다.
채승병의 설명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저자 브루네거가 복무한 부대가 무장친위대 중에서도 특히 악명 높던 ‘해골(Totenkopf)’사단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단은 전쟁의 고비마다 결정적인 용맹을 떨치기도 했으나, 포로를 학대하고 잔인한 학살극도 벌이는 등 다수의 전쟁범죄를 자행했다. 때문에 이 사단 출신이라고 밝히는 것 자체가 상당한 터부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전후 반세기도 넘어 그런 끔찍한 전쟁범죄를 직시하며 써내려간 이 회고록은 전쟁의 어두운 구석으로 내몰린 병사의 시각을 느껴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헤르베르트 브루네거, <<폭풍 속의 씨앗 – 한 무장친위대 병사의 2차 세계대전 참전기 >>(#ISBN9788960522084)

나치 체제 자체에 관한 책들은 다른 기회에 소개하기로 한다.

역사학은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다. 과거의 사건들을 인과관계에 따라 설명하는 과정에서 원인이 되는 사건(또는 사태)들을 식별해내고 그것이 어떤과정을 거쳐서 결과에 이르는지를 따져묻기 때문이다. 인과관계를 따지는 과정에서는 비교가 주요한 방법론이 된다. 그렇다면 이 비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지금 상황이 과거의 어떤 상황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맥락이 전혀 다른 사건들을 비교한다. 이를테면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구한말 망국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와 같은 말을, 거대서사를 동원하여 아주 간단하게 말하곤 한다. 역사학자도 ‘지금은 명청교체기의 조선과 비슷하다’는 취지의 말을 어려움 느끼지 않고 공론장에 내놓기도 한다. 이는 오늘날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주장 — 근거없는 것이기 십상인 — 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를 무분별하게 가져다 조각내어 맞춰 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제러드 다이아몬드(그는 지리학과 교수이다)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쓴 글을 모은 이 책은 역사학에서 섣부른 비교를 일삼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근거가 될 만한 수치를 제시하지도 않고 혹은 관련 통계도 내지 않은 채 단순하게 이와 같은 진술을 한다는 것은 비교도 하지 않은 채 비교 프레임을 짜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역사에서 그러한 잘못된 비교를 피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자연 실험”이다.(이 책의 원제는 “역사의 자연실험 Natural Experiments of History”이다.)

자연 실험은 비교 방법으로서 공통적인 방법론적 주제를 가지고 있다. “섭동된 지역의 ‘선택’, 섭동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 지체, 전도된 인과성 및 생략 변수 편향 등과 같은 관찰된 통계적 상관성으로부터 인과성을 추론하는 문제와 저변에 깔린 작동 메커니즘, 과도하게 단순화한 설명과 과도하게 복잡한 설명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함정 사이에서 조정을 해나가는 방법, 모호한 현상을 ‘조작 가능하게’ 만드는 것, 양화와 통계학의 역할, 한정된 사례 연구와 광범위한 종합 사이의 긴장 등이 그것이다.”

역사는 과거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골치아픈 방법론에 관한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이야기가 믿을만한 진실이어야 한다고 여긴다면 역사가 어느 정도까지 정확함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며, 이 책은 그 관심의 출발점 역할을 할 것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 제임스 A. 로빈슨(엮음), <<역사학, 사회과학을 품다 – 새로운 연구 방법론으로서 자연 실험 >>(#ISBN9788962631333)

“결국 기독교의 발흥에 관한 모든 물음은 하나로 수렴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로마 제국 변방에서 시작된 미약하고 이름 없는 메시아 운동이 고전시대의 이방 종교를 밀어내고 서구 문명의 지배적 신앙으로 자리매김했을까? 하나의 물음이지만 답은 여러 갈래로 도출되어야 한다. 단 하나의 요소가 기독교의 승리를 이끌어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로드니 스타크, <<기독교의 발흥>>(#ISBN9788958742616), p. 17)

이러한 물음으로 시작된 책은 “사회과학자의 시선으로 탐색한 초기 기독교 성장의 요인”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기독교로 개종하는 과정에서 인적 네트워크의 역할, 기독교의 계급적 기반, 초기 기독교에서 유대인 신도의 비중과 역할, 역병이 기독교 성장에 끼친 적극적 요인, 고대 세계 여성의 지위가 기독교에서는 혁명적으로 달라진 점, 혼란스러운 도시에서의 기독교의 사회적 위력,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순교가 가져다주는 보상 등과 같은 “여러 갈래”의 대답을 검토한 다음, 기독교 성공의 핵심 요소는 교리에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여하간 기독교인은 잔인성과 쇼 관람 둘 다 정죄했다. “너희는 살인하지 말지니라”고 터툴리안은 독자들을 일깨웠다. 그리고 경기 관람이 일반화되자 기독교인은 이런 ‘경기’를 관람해서는 안 된다고 금했다. 더 중요한 점은 기독교인이 이교도가 관습적으로 가볍게 행하는 잔인성과는 전적으로 양립 불가한 도덕적 비전을 효과적으로 선포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독교가 개종자에게 선사한 것은 그들의 인간성에 다름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미덕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되었다.”(p. 321)

사회학적 분석과 역사적 맥락의 결합, 거기에 신학적 교리의 맥락 적절성을 잘 조화시킨 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