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만한 책들_강유원] 제러드 다이아몬드 외, 역사학, 사회과학을 품다

역사학은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다. 과거의 사건들을 인과관계에 따라 설명하는 과정에서 원인이 되는 사건(또는 사태)들을 식별해내고 그것이 어떤과정을 거쳐서 결과에 이르는지를 따져묻기 때문이다. 인과관계를 따지는 과정에서는 비교가 주요한 방법론이 된다. 그렇다면 이 비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지금 상황이 과거의 어떤 상황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맥락이 전혀 다른 사건들을 비교한다. 이를테면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구한말 망국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와 같은 말을, 거대서사를 동원하여 아주 간단하게 말하곤 한다. 역사학자도 ‘지금은 명청교체기의 조선과 비슷하다’는 취지의 말을 어려움 느끼지 않고 공론장에 내놓기도 한다. 이는 오늘날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주장 — 근거없는 것이기 십상인 — 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를 무분별하게 가져다 조각내어 맞춰 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제러드 다이아몬드(그는 지리학과 교수이다)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쓴 글을 모은 이 책은 역사학에서 섣부른 비교를 일삼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근거가 될 만한 수치를 제시하지도 않고 혹은 관련 통계도 내지 않은 채 단순하게 이와 같은 진술을 한다는 것은 비교도 하지 않은 채 비교 프레임을 짜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역사에서 그러한 잘못된 비교를 피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자연 실험”이다.(이 책의 원제는 “역사의 자연실험 Natural Experiments of History”이다.)

자연 실험은 비교 방법으로서 공통적인 방법론적 주제를 가지고 있다. “섭동된 지역의 ‘선택’, 섭동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 지체, 전도된 인과성 및 생략 변수 편향 등과 같은 관찰된 통계적 상관성으로부터 인과성을 추론하는 문제와 저변에 깔린 작동 메커니즘, 과도하게 단순화한 설명과 과도하게 복잡한 설명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함정 사이에서 조정을 해나가는 방법, 모호한 현상을 ‘조작 가능하게’ 만드는 것, 양화와 통계학의 역할, 한정된 사례 연구와 광범위한 종합 사이의 긴장 등이 그것이다.”

역사는 과거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골치아픈 방법론에 관한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이야기가 믿을만한 진실이어야 한다고 여긴다면 역사가 어느 정도까지 정확함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며, 이 책은 그 관심의 출발점 역할을 할 것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 제임스 A. 로빈슨(엮음), <<역사학, 사회과학을 품다 – 새로운 연구 방법론으로서 자연 실험 >>(#ISBN978896263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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