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 about Property

Thinking about Property: From Antiquity to the Age of Revolution

Author: Peter Garnsey
Paperback: 286 pages
Publisher: Cambridge University Press; 1 edition (February 4, 2008)
Language: English
ISBN-10: 052170023X
ISBN-13: 978-0521700238

Product Description
재산과 관련하여 고대의 ‘근본적’ 텍스트들을 탐구하고 19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맥락에서 여러 사상가들이 그것을 받아들인 것을 연구한다. 이 책은 <<국가>>에 나타난 플라톤의 비전, 금욕과 빈곤에 관한 예수의 가르침, 황금시대의 이야기, 원시적 공산체제에서 소유권 체제로의 이행 등에 관한 고찰을 포함한다. 사적 소유권의 정당화라는 주제는 여러 시대에 걸쳐 주요 정치사상가들 뿐만 아니라 신학자, 법률가들의 정신을 움직였다. 이 책은 권리 이론, 특히 재산에 관한 권리의 역사적 전개를 포괄적으로 검토한다. 미합중국과 프랑스의 인권선언을 비교 고찰함으로써 이 책은 마무리되는데, 현대의 코멘트들을 참조하여 프랑스인들은 재산에 대한 양도할 수 없는 인권을 인정한 반면 미합중국은 그렇지 않았던 까닭을 탐구한다.

출처: Amazon.com

번역: 라티오 출판사

남는 것이 역사다
Charlotte Higgins

낭만적이고 두서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데다가 뜬소문에 열광한다는 평판이 자자했던 헤로도토스는 당대의 진지한 사상가들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샬럿 히긴스(Charlotte Higgins)는 헤로도토스의 저작이 유쾌할뿐더러 매우 도덕적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키케로는 헤로도토스를 역사의 아버지라 불렀지만, 헤로도토스가 투키디데스와 같은 의미에서 역사가의 역사가인 것은 아니다. 헤로도토스보다 15살 가량 어린 투키디데스는 서기전 431년에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에 벌어진 전쟁을 직설적으로 서술했고, 두려움이나 편파 없이 이야기를 풀어냈으며, 비꼬는 표현과 견실한 정치적 통찰력을 풍부하게 곁들여 흥미를 돋우었다. 투키디데스의 이야기는 목격자의 서술에 바탕을 두는데, 대개는 그 자신이 목격한 것들이다. 그는 증거를 신중하게 가려내어 사건들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견해만을 제시한다. 그는 매우 영향력 있는 세계관, 곧 강자 앞에서 도리 없이 구슬프게 쓰러지는 약자라는 세계관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투키디데스는 수상들과 대통령들이 가장 즐겨 인용하는 고대 역사가이며 미육군사관학교(스파르타라는 별명이 붙은 기관)에서도 그를 가르친다. 후대의 사상가들은 (예를 들어 민주정이 어떻게 참혹한 군사 원정에 휩쓸리는지를 수월하게 설명하기 위해) 투키디데스의 저술을 끌어들이곤 했다. 미합중국의 고전학자 버나드 녹스(Bernard Knox)는 미합중국의 베트남 개입을 언급하면서 투키디데스를 인용했지만, 그러한 발상은 분명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도 적용되었다.

반면 헤로도토스는 이렇게 유력한 지지를 얻지 못했다. 투키디데스는 헤로도토스에게 등을 돌렸으며, 그가 공상적이고 낭만적이라고 묘사한 헤로도토스의 세계관에 조롱을 퍼부었다. 그러한 비판은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서기전 481~479년에 일어난 페르시아 전쟁에 대한 헤로도토스의 서술에서는 마라톤 전투 개시 전까지 기간이 전체 아홉 권 가운데 무려 여섯 권(로빈 워터필드Robin Waterfield의 탁월한 영역본에서는 300쪽 남짓)을 차지한다. 많은 이들은 헤로도토스의 작업이 두서가 없고 후대에 학적 분과가 된 역사학의 관점에서 볼 때 다소 실망스러운 시도라고 여긴다.

헤로도토스의 허튼소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길에서 만나는 수염을 기른 여사제; 이집트인들의 미라 만드는 기술에 대한 묘사;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는 수다스러운 여성들(그중에는 다리우스의 아내 아토사도 있는데, 그녀는 잠자리에서 페르시아 왕과 정담을 나누면서 그가 그리스인들을 정복할 마음을 먹도록 부추겼다고 한다); 여우보다는 크고 개보다는 작으며 금을 얻기 위해 땅속에 깊은 굴을 파는 인도의 흥미로운 거인 거미; 대초원에 거주하며 사람 가죽으로 외투를 만들어 입는 스키타이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돌고래가 생명을 구해준 악사 아리온; 꼬리가 너무 길어서 작은 수레에 꼬리를 얹은 채 끌고 가는 아라비아의 양. 이와는 반대로 투키디데스의 세계는 냉정하고 이성적이다 — 여성, 동물, 아이, 종교 등에 관한 잡다한 얘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도자들의 내밀한 생활에 매료되고, 쉴새 없이 떠들어대고, 뜬소문에 열광하는 헤로도토스의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가 ‘고대 그리스’라 부르는 곳의 매혹적인 지식인들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헤로도토스는 터키 에개해 연안의 그리스 도시 할리카르낫소스(지금의 보드룸)에서 태어났다. 바로 이 이오니아 연안에서 계몽운동, 곧 그리스와 그 너머의 사상 조류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대한 영향을 미친 지적 운동, 올림포스 산의 신들을 왕좌에서 쫓아버리겠다고 위협한 운동이 시작되었다. 탈레스(일반적으로 최초의 과학자-철학자로 여겨지는)와 같은 사상가들은 자연의 무시무시한 변천을 포세이돈의 분노, 제우스의 벼락, 헤라의 질투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순리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고 우주를 합리화하는 서술을 제시했다. 헤로도토스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선행자이자 최초로 산문으로 글을 쓴 그리스인들 가운데 한 명인 밀레투스의 헤카타이오스는 지리와 계보를 합리화하는 저술을 남겼다. 얼마 후에는 코스 섬과 니도 섬에서 의사들이 출현했는데, 그중 히포크라테스가 가장 유명하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그들의 의학 논문들은 병을 하늘에서 내린다는 관념을 거부했다는 것을 가리킨다. 오히려 의사들은 사태의 원인에 대한 이성적 탐구를 추구했다.

사태의 원인에 대한 탐구, 헤로도토스가 서언에서 제시한 기획도 바로 이것이다. 그는 안절부절못하는 데다가 가까스로 연합을 유지하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의 정복을 막아낸 페르시아 전쟁에 대한 탐구에 몰두했다. 《역사》의 서언은 《일리아스》—고전 문헌 중 최고이자 가장 중요한 작품이며 후대의 그리스 작품들에 미친 영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의 도입부를 떠올리게 한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이 불화하게 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지난날을 돌이키면서 시작한다. 호메로스의 대답은 아폴로 신의 분노이다. 헤로도토스의 작업은 페르시아 전쟁을 일종의 제2 트로이 전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헤로도토스는 호메로스가 제시한 허구의 동기에 대한 서술을 역사적 인과관계에 대한 조사로 바꾸어놓는다. 페르시아 전쟁의 원인에 관해 헤로도토스가 제시하는 대답은 신들 탓도 아니고, 페니키아인들과 페르시아인들이 주장하듯이 서로 앙갚음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간에 오랫동안 계속되었다고 하는 신화적인 부녀자 유괴 탓도 아니라 실제 세계의 정치와 외교정책 탓이라는 것이다. 사건들에 대한 책임을 하늘로부터 떳떳하게 현세의 인간들에게 돌리는 것은 2500년이 지난 지금 보기에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헤로도토스는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으며, 이것이야말로 키케로가 헤로도토스를 역사의 아버지가 부른 이유이다.

그렇다면 한담과 뜬소문이나 늘어놓는다는 그의 평판은 어떤가? 《역사》를 읽으면서 나는 그를 끝내주게 유쾌한 저녁식사 손님(특히 와인이 몇 잔 돈 후에)처럼 느꼈지만, 독자들은 그가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단도직입적인 대답을 내놓으리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의 기획은 사태의 심층에 놓인 원인을 캐묻는 것이다. 페르시아 전쟁의 기원에 대한 서술을 시작할 때, 그는 설득력 있게 먼저 페르시아의 팽창 정책의 패턴들을 서술하는데, 이것은 서기전 6세기에 당시 근동의 강대국이었던 리디아를 신생 제국인 페르시아가 무찌른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적절히 풀어내기 위해 그는 여담으로 리디아의 역사를 말하며, 여기에는 당시의 왕이었던 크로이소스로부터 다섯 세대 전 인물인 기게스가 어떻게 권세를 얻었는지에 대한 놓칠 수 없는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기게스는 리디아의 왕 칸다우레스가 신임하는 조언자였다 자신의 아내에게 푹 빠져 있던 칸다우레스는 기게스가 왕비의 아름다움을 더욱 잘 음미할 수 있도록 그녀의 알몸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기게스는 화들짝 놀라 이 괴상망측한 계획을 그만두라고 주군을 설득했지만 칸타우레스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기게스는 왕의 침실 문 뒤에 숨어서 왕비를 흘끗 훔쳐보았다.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기게스는 왕비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이튿날 왕비가 기게스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너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 선택을 내려라. 나에게 네 목숨을 내놓든지 왕을 죽이고 왕의 자리를 차지해라.” 칸다우레스를 죽인 기게스는 왕비와 결혼하여 리디아의 왕이 되었다.

마이클 온다치의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캐서린 클리프튼은 사막 모닥불 주위에 둥글게 모인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 남편의 동료 알마시와의 사랑을 예시하면서. 온다치는 이 소설에서 인간사와 큰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나타내려 했다 — 이것은 《역사》의 모든 페이지에 깃든 교훈이다. 헤로도토스의 서술이 한 방향으로 곧장 나아가는 것을 분명히 가로막는 ‘여담'(고대 역사가 캐롤린 드월드가 표현했듯이, 이 여담들은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처럼 헤로도토스의 이야기에 “걸려 있다”)은 오락적 요소인 것만큼이나 서술을 명확히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폭넓은 구조적 패턴은 《역사》의 처음 절반까지 계속된다: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의 팽창 정책을 기록하면서 중간중간 정복당한 각 나라들에 대해 기술한다. 그중에서 책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 이집트에 대한 서술이 가장 범위가 넓다. 헤로도토스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지역을 몸소 여행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더할 수 없이 정력적으로 외국의 문화를 이해하려 하는데, 때로는 비범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때로는 우리가 아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를 밝히고, 때로는 허튼소리(이집트 여자들은 서서 소변을 보고 남자들은 쪼그려 앉아 소변을 본다는 ‘정보’와 같은)를 퍼뜨린다. 그리고 헤도로토스는, 언제나 외국의 관습을 그리스의 관습과 연관짓기는 하지만, 현대의 민족지 연구자처럼 자기의식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 한다. “모든 인류에게 세상의 관습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고르라고 하면 각 집단은 충분히 고려한 후에 그들 자신의 관습을 고를 것이다. 각 집단은 그들 자신의 관습을 단연 최고로 여긴다”고 그는 관찰했다.

여행 작가들과 해외 특파원들은 헤로도토스가 자신들의 조상임을 안다. 리스자드 카푸친스키는 폴란드에서 젊은 특파원으로 발탁되어 인도와 중국의 난해한 이질성을 이해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이 그리스인에게 본능적인 동료 의식을 느꼈으며, 그의 책 《헤로도토스와 여행하기》는 그때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한다. 헤로도토스의 기법은 저널리스트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같은 사건을 다르게 서술하곤 하며 때로는 출처를 밝히기도 한다. 7권의 한 대목에서 아르고스인들이 페르시아인들 편에 섰는지에 관해 쓰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는 내가 들은 것들을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것들을 믿을 의무는 없다.” 또 2권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든 그런 이야기들이 믿을 만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이 이집트 이야기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이 서술 전체에 걸쳐 나의 일은 나의 정보원들로부터 내가 들은 모든 것들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헤로도토스가 텍스트를 자신의 선입견에 맞추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도덕적 관점이 《역사》 전체를 관류한다. 헤로도토스는 개혁가이자 속담에서 아테네의 현자라 일컬어지는 솔론이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를 방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크로이소스는 솔론에게 예술품과 황금으로 가득한 자신의 보고를 보여주고는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솔론이 자신을 지목하기를 잔뜩 기대했다. 그러나 솔론은 그런 사람은 아테네의 탈레스라 답했는데, 그는 가문을 일으키고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로, 그가 죽자 사람들은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주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행복한 사람은 누구요?” 크로이소스가 물었다. 크로이소스를 격노케 한 솔론의 대답은 클레오비스 형제라는 것이었는데, 그들은 수레에 어머니를 태우고 가다가 헤라 신전에서 죽고 말았다. 크로이소스는 노발대발했다. 그러나 솔론은 누구도 죽기 전까지는 진정으로 행복하다 할 수 없으니, 삶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크로이소스의 사례에서 다음을 알 수 있다. 페르시아를 무찌를 수 있다는 크로이소스의 빗나간 자신감이 낳은 결과는 제국의 상실과 치욕이다. 헤로도토스의 도덕적 메시지는 그의 동료이자 아마도 친구였을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의 핵심에 놓인 것이기도 하다. 이 극에서 부유하고 사랑받던 남자는 하루 아침에 눈이 멀고 추방당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우리는 행운이 당연히 주어졌다고 생각할 수 없다: 우리 시대를 위한 도덕이라는 행운 말이다.

출처 : The Guardian, 2009. 1. 3.

번역: 라티오 출판사

동양철학에 관한 분석적 비판

지은이: 김영건
판형: 신국판 변형; 400페이지(18,000원)
발간일: 2009년 6월15일
ISBN: 9788996056157

<<동양철학에 관한 분석적 비판>> 김영건, 라티오 (#ISBN9788996056157)

도서안내
흔히들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논리적인 것과 무관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혹은 앞날을 점쳐주는 점성술과 같은 기술이라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철학은, 그것이 동양의 것이든 서양의 것이든 간에 올바른 근거와 지식을 바탕으로 타당성을 추론해 나가는 학문이다. 다양한 철학 분과가 있지만 적어도 이러한 논증과 추론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는 모든 철학이 동일하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이 생겨난 배경이 다르고 집중하는 문제들이 다르다 할지라도 서로의 접점이 생겨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공통점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영미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동양철학의 주요 개념과 논증들을 차분하게 분석해 나간다. 이는 서양철학의 개념으로 동양철학을 이른바 ‘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호한 구름 속에 있는 동양철학의 학문 내용을 밝혀서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음미하는 가운데 동양철학은 물론이고 서양철학의 근본문제들까지도 간명하게 정리된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이 책에서 세 가지를 얻을 수 있다. 우선 철학적 논증에 바탕을 둔 글쓰기는 무엇이며, 어떻게 쓸 것인가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 그에 이어 동양철학의 기본 개념들, 이를테면 성선설, 무위자연(無爲自然) 등과 같은 것에 관한 이해가능한 설명들, 마지막으로 서양철학 특히 분석철학의 논증 분석 방법론과 지식이 그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 책은 ‘특정한 측면에서 만들어진 철학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해 왔던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땅에서 철학한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가’ 하는 것이었다. 저 멀리에서 일어나는 철학적 활동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참여자가 되어 이 땅에서 철학을 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내가 공부했던 영미 분석철학은 비록 그 분석철학의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주장들이 있다고 할지라도 철학적 논증의 역할을 매우 강조한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그것은 철학적 문제에 대해서 그 해결 답변을 제시하고 그것이 어떤 근거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입증하는 지성적 노력이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그 근거의 정당성을 반성하지 않은 채 어떤 철학적 주장이나 이론이 주는 진리성에 만족하는 것은 비판적인 철학적 활동을 단지 철학적 정보로서 간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그런 철학적 정보의 의미와 가치를 철학적 논증으로 구성하여 평가하고 음미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나는 아주 기본적이고 초보적인 이러한 생각을 통해 단지 분석철학 안에서 전개되는 문제들과 그 해결들을 구경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저자 서문 중에서)

차례
1장 맹자의 성선설
2장 도덕적 마음과 자연적 마음
3장 심외무물(心外無物), 심외무리(心外無理), 심외무사(心外無事)
4장 언어와 도
5장 노자의 형이상학적 실재론과 장자의 내재적 실재론
6장 동양철학과 글쓰기
7장 노장의 사유 문법과 철학적 분석
8장 유가의 현대화와 지성 주체
9장 모종삼의 도덕적 형이상학과 칸트
10장 모종삼의 ‘지적 직관’과 칸트의 심미성
11장 유(類)의 자연성과 규약성
12장 보편철학과 한국 성리학

저자 소개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는 《철학과 문학비평, 그 비판적 대화》, 주요 논문으로 <선험적 심리학과 선험적 언어학>, <칸트의 선험철학과 퍼트남의 내재적 실재론>, <칸트의 선험철학과 셀라스의 과학적 실재론> 등이 있다.

잊혀진 덕목
플라톤은 용기의 중요성을 어떻게 지각했는가
Harvey Mansfield

Linda R. Rabieh, Plato and the Virtue of Courage, Johns Hopkins, 2006.

용기는 아주 공통된 덕목이어서 누구나, 심지어 어린아이조차 용기를 지니고 있으며, 용기가 없으면 때로 심하게 비난받고 더욱 흔하게는 멸시당한다. 당신이 겁쟁이처럼 비친다면 당신에 대한 평판은 현저히 나빠질 것이다. 더구나 당신은 가치상대주의로 도피할 수도 없는데, 다른 문제들의 경우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시대 사유의 두드러진 특징이지만 용기의 경우에는 그럴 수 없다. 당신은 누군가의 용기는 다른 누군가의 비겁함이라는 말로 당신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용기를 정의하는 데 엄청난 어려움이 따른다고는 믿지 않는다. 어떤 사회들은 평화를 좋아 하고 또 어떤 사회들은 호전적이지만, 모든 사회는 용기를 칭송하고 비겁함을 경멸한다.

그럼에도 용기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용기를 칭송하든, 또 얼마나 손쉽게 용기를 정의하든, 오늘날 우리는 용기를 입증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우리의 개인주의는 자아를 칭송하지만, 용기는 무언가를 위해 일부러 자아를 위태롭게 한다. 무엇을 위해? 그 대답은 분명 우리가 우리의 자아보다, 우리의 개인주의 원칙보다 무언가를 더 높이 평가한다는 것일 테고, 우리는 십중팔구 이런 사실을 직면하기를 불편해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삶에서는 크게 주목받지만 이론에서는 거의 존중받지 못하는 예외적인 가치인 용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로 하자.

현대의 자유민주주의 이론가들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꽁무니를 뺐다고 할 수 있는데, 자유주의의 덕목들을 고찰하는 것이 그들의 공공연한 과업임에도 용기를 고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익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생각하든 혹은 존중(esteem)을 심리학의 언어로 생각하든, 자아는 일종의 신성(神性)이고 우리 시대의 이론가들은 그것을 연구하는 신학자들이다. 그들은 용기를 두려워하는 듯이 보인다.

플라톤의 용기에 관한 린다 라비에의 훌륭한 새 책은 오늘날 이론가들이 용기를 무시한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구식의 전통적인 용기를 벽장에 처박아두고는 급한 경우에는 언제든 그것을 끄집어낼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시할 수 있다고 믿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태도에서 예외는 페미니스트들인데, 그들은 용기가 건강하지 못하고, 비인간적이고, 지나치게 남성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성들을 위한 용기, 그리고 그들 스스로를 위한 용기를 주장하려는 소망에 억눌려 있으며, 또한 여성들은 오로지 혹은 전적으로 모성에만 적합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필요성에 억눌려 있다.

이런 페미니스트들은 협력의 이점을 설교할 때면 홉스와 칸트만큼이나 이질적인 자유주의 이론가들과 한패가 된다. 자유주의 사회가 자아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 사회의 주된 걱정거리는 분명 다른 자아들과 충돌할 때 자아를 과장하는 것일 터이다. 자유주의 사회의 적은 용기에 의해 길러진 성마른 자긍심이며, 그 해결책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의미의 ‘시민적 참여’를 통한 관용이다.

라비에는 친절하게 자유주의 이론가들의 손을 잡고 그들을 용기에 관해 할 말이 많은 플라톤에게로 이끌고 간다. 플라톤은 특히 두 대화편 <<라케스>>와 <<국가>>에서 용기를 논하거나 논하도록 한다. <<라케스>>에서 소크라테스는 당연히 용기에 관해 무언가를 알아야만 하는 아테네의 두 장군 라케스와 니키아스의 견해를 검토한다. 그러나 그들은 소크라테스에게 설명하면서 몹시 갈팡질팡하며, 그 대화편은 서로 동의한 정의(定義)를 내리지 못한 채 끝난다.

<<국가>>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이론이 등장하는데, 우리가 요구할 뿐 아니라 존중해 마지않는 정의(正義)와 더불어 혹은 정의의 결과로서 용기가 고찰되기 때문이다. 정의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또한 용기에 대한 정의(定義)가 필요하다. 그러나 곧이어 우리 모두가 알아차릴 수 있는 보통의 용기 — 위험에 직면하여 흔들리지 않는 것 — 를 보잘것없게 만드는 보다 높은 형태의 용기, 곧 철학적 용기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철학자가 사회의 의견과 그 자신의 의견 둘 다를 일평생 문제 삼는 위험을 무릅쓰려면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린다 라비에는 용기에 대한 플라톤의 사유에서 우리가 접근할 수 없을 만큼 유별나게 희랍적인 것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거리에 나가 조사를 해보면 플라톤이 발견하지 못했던 용기의 두 가지 문제점을 오늘날에는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우리의 자유주의 이론가들도 원하기만 한다면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나쁜 목적을 위해 싸우는 자의 용기에 감탄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며, 용감한 나치 군인이 그 예이다. 이것은 용기가 목적과 분리될 수 있고, 용기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을 함축한다. 그러나 행위자 자신도 혐오할 것이 분명한 부정의의 편에 서서 행동하는 용기를 보고 감탄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가? 한 덕목은 여러 덕목들로 나뉠 수 있지만, 덕목들은 통일성을 지니고 있어서 함께 움직이는 듯이 보이며, 특히 용기와 정의가 그러하다. 자유주의 이론가들 역시 단 하나의 ‘자아’에 관해 말할 때조차, 그들이 인간의 성향이 여럿임을 얼마나 강조하고 싶어 하든 간에, 그러한 통일성을 전제한다.

둘째 문제는 용기가 누군가에게 이익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용기는 위험에 응하며 특히 전투에서의 희생을 요구한다. 용기가 있으면 죽을 수도 있다 — 이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설령 겁쟁이로 사는 것이 이익이 아니라 할지라도, 언제 이러한 희생을 치르는 것이 온당한지를 알기 위해 용기는 신중함의 안내를 받을 필요가 있다.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고결하지만, 그 위험이 언제 진격하고 언제 후퇴할지를 알기 위해 신중함을 필요로 하는, 반드시 가치있는 것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용기와 신중함은 충돌하는 듯 보인다. 용기는 격하고 열렬하고 위험에 부주의한 반면 신중함은 냉정하고 타산적이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오늘날 이라크에서 미합중국 군인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복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양식은 충돌과 위험보다 평화, 안보, 생존을 우선한다. 따라서 우리의 군인들의 고결함은 후방 동포들의 일상적 삶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더렵혀지고 있다. — 미합중국 군인들이 포기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생활양식은 우리의 생활양식의 희생을 포함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에게 일깨움으로써 이러한 비일관성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때는 우리가 영원히 희생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것은 라비에의 추론 가운데 한 예일 뿐이다. 그의 책은 플라톤의 텍스트에 한 줄 한 줄 주석을 다는 책이 아니라 플라톤의 논증을 속속들이 좇는 책이다. 용기에 관해 배우고 싶든, 다만 용기에 관한 배움에 몰두하는 것에 감명을 받고 싶든, 아니면 플라톤을 읽고 싶든 이 책을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 이 책은 용기의 강인함을 다룬다: 그릇된 바람을 거부할 강인함과 어떤 악은 피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강인함. 또한 용기의 장엄함을 다룬다: 자기부정이나 자기희생의 고결함보다 위대한 자기실현의 아름다움. 자기희생이 당신을 향상시킨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희생의 패러독스 — 희생을 위한 희생조차도 어쨌든 당신 자신을 위한 희생이다 — 는 이 탁월한 연구의 주제이다.

라비에는 플라톤을 연구하는 동료 학자들을 공정하고 관대하게 대한다. 그는 겸손하지만 대담한 태도로 플라톤에 대한 역사적 혹은 발전적 견해를 취하는 학자들, 그리고 두 대화편 — <<라케스>>는 소극적이거나 아포리아적(결론보다는 의문으로 더 많이 끝나는)이고 <<국가>>는 더욱 명확하다고 보는 — 을 플라톤이 사물을 더욱 훌륭하게 혹은 다르게 이해해가는 과정의 단계들에 해당한다고 여기는 학자들을 비판한다. 라비에는 두 대화편이 서로 보완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플라톤이 다른 측면들을 제시했다고 본다. 그가 보기에 플라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으며(참으로 필요하며) 우리가 용기를 너무나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플라톤은 용기를 지나치게 신뢰하고 전쟁을 환영했던 스파르타를 포함하는 당대의 사회들과 대립했다. 그러나 우리와는 달리 플라톤은 용기를 문젯거리로 여기고 용기와 대립했으니, 그는 용기가 위험하기는해도 그것의 기반인 영혼의 강인함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출처: The Weekly Standard, Volume 012, Issue 19, 2007. 1. 29. 

번역: 라티오 출판사

<<동양철학에 관한 분석적 비판>> 김영건, 라티오 (#ISBN9788996056157)

이 원고는 영미분석철학을 전공한 필자가 여러 해 동안 작성한 동양철학의 핵심 주제와 글쓰기에 관한 비판적 논문들이다.

동양철학의 논증에 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 철학을 하는 이들이 어떤 태도로써 문제에 접근해가야 하는지, 동서양 철학 전공자들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진정한 철학적 문제들은 무엇인지에 관한 저자의 통찰을 담고 있다.

2009년 6월 출간 예정

“문화”를 맥락 속에 놓기
Penny Howard

Kate Crehan, Gramsci, Culture and Anthropology, Pluto, 2002.

그람시의 작업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난 가운데 <<그람시, 문화와 인류학(Gramsci, Culture and Anthropology)>>은 이에 대한 환영할 만한 기여이다. 명쾌하고 문체가 간명한 케이트 크리언(Kate Crehan)의 책은 그람시의 생애를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시작하는데, 특히 그람시가 토리노에서 혁명적 정치에 개입한 것과 후일 베니토 무솔리니에 의해 투옥된 것을 강조한다. 크리언은 “그람시가 <<옥중수고(Prison Notebooks)>>에서 기획한 바를 이해하려면, <<옥중수고>>를 쓰는 계기가 되었던 그람시의 정치적 개입과 <<옥중수고>>를 구성하는 기간에 그람시가 처했던 환경 둘 다에 대한 시각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옥중수고>>는 무엇보다 감방에 갇힌 그람시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개입 활동이었으며, 거기서 그는 자본의 이해관계와 지배적인 자본주의적 질서에 의해 억압당하는 자들의 이해관계 사이의 투쟁을 근본적인 투쟁이라 보았다.”(p. 18)

크리언은 독자들이 그람시의 저술을 직접 접할 수 있도록 <<옥중수고>>를 폭넓게 인용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옥중수고>>가 특정한 주제들에 관한 ‘노트’에서 인용한 것들로 채워져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옥중수고>>의 파편적 성격을 강조한다

그런 다음 크리언은 ‘문화’라는 술어의 인류학적 사용을 비판하는데, 이러한 사용법은 또한 ‘문화 차이’나 ‘문화 충돌’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란 그 자체의 논리에 따라 “유형화”되거나 “결속”된 전체라는 가정, 그리고 “전통과 근대성 사이에 기본적인 대립”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비판한다(p. 66). 그는 그러한 개념 자체를 비판하는 사람들조차도 이런 가정들을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크리언은 문화에 대한 그람시의 관심이 혁명적 변화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에서 생활하는 방식이 세상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를 상상하는 능력,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실행 가능하거나 바람직한 것으로 상상하는 능력을 필연적으로 모양 짓기” 때문이다(p. 71).

문화를 개별 구성원들의 행위를 설명하는 결속된 전체로 보는 대신, 그람시는 문화를 경제적 역사적 과정과, 특히 계급관계와 “유기적” 관련을 맺으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방식이라 보았다. 그람시를 폭넓게 인용하는 이 절은 문화와 경제적 관계, 헤게모니, “서발턴(subaltern)” 문화, 상식과 양식(良識), 지식인의 역할 사이의 관계에 대한 유용하고 흥미로운 논의를 담고 있다. 크리언은 그람시에게는 인류학자들이 분명 가치 있게 여길 만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확신을 가지고 주장한다.

이 책의 마지막 절은 오늘날 인류학 내에서 그람시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특히 헤게모니 개념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추적하고 비판하는데, 이 개념은 학계에서 크리언이 “헤게모니 아류(hegemony lite)”라 부르는 것으로 왜곡되었다. 그는 인류학에서 그람시가 대부분 문화사가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와 인류학자 존 코머로프(John Comaroff)와 진 코머로프(Jean Comaroff)가 내린 해석에 따라 인용되어왔음을 추적한다. 불행히도 이 경우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은 사실상 이데올로기와 동의어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그람시 자신은 헤게모니를 서구 부르주아 민주정 내에서 권력이 국가와 그 다양한 제도들에 의해 행사되는 복합적이고 실천적인 방식으로 이해했다.

또한 그람시는 헤게모니라는 술어를 혁명적 정당들이 투쟁들을 연계하고, 터득한 교훈들을 일반화하고, 마침내 사회를 변혁하는 데 필요한 신뢰할 만한 지도력을 제공하기 위해 노동자 계급 운동과 실천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기술하기 위해 사용했다. 그람시에게 헤게모니란 사회적 관계, 실천적 행동, 동의, 힘과 관념이 복합적으로 혼합된 것이었다. 그런 다음 크리언은 그람시를 끌어들인 것으로 잘 알려진 인류학 저술 세 편에 이러한 비판을 적용하여 그람시에 대한 두루뭉술한 이해가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논증한다.

이 책은 인류학 내적인 “역사 쓰기” 단계를 넘어서 더욱 물질적이고 정치적인 접근법으로 되돌아가려는, 현재 인류학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잠정적인 전환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개스턴 고딜로(Gaston Gordillo)의 <<악마의 경관: 아르헨티나 차코에서의 장소와 기억의 긴장 상태(Landscapes of Devils: Tensions of Place and Memory in the Argentine Chaco)>>(차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파라과이 3국에 걸친 아열대 대평원)는 명시적으로 그람시와 게오르그 루카치에 의거하여 현재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는 토바(Toba) 원주민에 대한 계급 착취와 국가 폭력의 영향을 이해하려 한다. 고딜로의 책은 영향력 있는 미민족학회(American Ethnological Society)로부터 “first book award”를 받았다.

미인류학협회(American Anthropology Association, AAA)의 2008년 연례 총회에는 전세계 각지에서 6천명 넘게 참석했는데, 이라크 점령과 미합중국 군대에 대한 인류학적 개입의 윤리에 관한 몇몇 모임들이 두드러졌다. 미인류학협회는 적법한 인류학 조사와 군대를 위한 간첩행위를 분명히 구별하도록 윤리 강령을 바꾸는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이러한 논쟁은 인류학에 폭넓은 충격을 가하고 있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프라이스(David Price)가 미합중국 공군과 해군에 의한 인류학의 사용을 토론하는 미인류학협회 회합에서 주장했듯이, “인류학은 원하든 원치 않든 정치경제학에 속해 있다. 메타-서사에 대한 포스트모던적 거부가 인류학계에서 지배적이었던 결과, 우리는 인류학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할 만한 채비를 갖추지 못했다.”

미인류학회의 회의에서 미합중국의 제국적 기획에 인류학자들이 참여하는 것을 정당화하려 했던 자들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문화적 이해”의 힘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크리언의 그람시 해석에서 한 가지 취할 점이 있다면, 그것은 진보 세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따로따로 분리된 문화들이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한다면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계급, 역사, 권력의 역학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출처: International Socalism, Issue 122

번역: 라티오 출판사

원제: The Magic Mirror: Law in American History

지은이: 커미트 L. 홀 / 피터 카스텐
옮긴이: 손세정
판형: 신국판; 688페이지(38,000원)
발간일: 2009년 3월15일
ISBN: 9788996056140

<<미국법의 역사와 문화>>, 커미트 L. 홀 / 피터 카스텐, 손세정, 라티오 (#ISBN9788996056140)

도서안내
이 책은 미국 법률 문화와 실제에 있어서 법의 역사에 관한 것으로, 미국 법률문화에 있어서 주요한 발전과 더불어 오랫동안 있어 왔던 법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여기서 다룬 내용은 영국인의 아메리카 대륙 정착기부터 현재까지 사회, 경제, 그리고 정치적인 발전과 함께 미국 법률상의 변화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1973년에 초판이 나온 뒤에 1985년 일부 개정한 2판이 출간된 로렌스 프리드만(Lawrence M. Friedman)의 <<미국법의 역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미국법률문화사에 대한 요약을 대담하게 시도한 책이다. 이번에 출간된 커미트 홀의 책도 프리드만의 연구방법론을 따라 저술된 법과 사회에 관한 내용이지만, 프리드만의 책보다 미국 사학계의 주류에 훨씬 가깝고 20세기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제목이 암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전체적으로는 엄격한 미국법사라기보다는 미국 역사에 있어서 법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또한 공법과 사법, 형벌 제도와 사회통제, 소수의 권리와 다수의 통제와 정치권력과 법률상의 합법성에 관한 주제를 명시적으로 통합해서 다루고 있다.

“미국에서는 역사적 판례를 존중하는 태도가 강하며, 그에 따라 ‘과거’는 권위의 주요 원천이자, 법률가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지시하는 이정표이다. 즉 법의 역사는 권위와 합법성의 원천이라고 인식되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법사를 우선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반 역사가뿐만 아니라 법사학자들에게도, 역사의 특별한 교훈을 의미의 왜곡없이 축약 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도, 이 책의 저자들은 공법과 사법의 역사로부터 주제를 종합하여, 초기 영국인의 정착 당시부터 2007년까지 미국사에서 법의 역할을 잘 기술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사회, 문화, 정치, 경제라는 광범위한 맥락에서 20세기 미국법과 법제도들의 발전에 대한 학자들의 최근 성과도 반영하고 있다.”(역자 서문에서)

차례
1. 초기 미국법의 사회적 제도적 토대
2. 식민지 시대의 법, 사회, 경제
3. 혁명기에 있어서 법과, 법에 있어서 혁명
4. 법, 정치, 그리고 미국 법률제도의 출현
5. 적극적인 국가와 혼합경제: 1789~1861
6. 보통법, 법률가와 미국의 가치: 연속성과 변화, 1780~1880
7. 인종 문제와 19세기 신분법
8. 19세기 가족관계법
9. 위험한 계층과 19세기 형벌제도
10. 법, 산업화, 그리고 규제국가의 시작: 1860~1920
11. 법률문화의 전문화: 법관과 변호사, 1860~1920
12. 산업화에 대한 사법적 대응: 1860~1920
13. 문화적 다원주의, 총력전, 그리고 현대 법률문화의 형성: 1917~1945
14. 대공황과 자유주의 법률문화의 출현
15. 냉전 시기의 법과 사회, 1946~1990
16. 무소불위의 사법부와 오늘날의 사회적·문화적 변화

저자 소개
커미트 홀(Kermit L. Hall, 1944~2006)은 미국법사의 대표적인 학자이며, 특히 헌법과 사법제도의 역사에 관한 전문가였다. 알바니-뉴욕주립대학 총장으로 재직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The Magic Mirror : Law in American History(2nd ed., 2008), The Judicial Branch(2005), The Oxford Companion to the 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2nd ed., rev., 2005), The Oxford Companion to American Law) (2003) 등 30여 권이 있다.

피터 카스텐(Peter Karsten, 1938~)은 현재 피츠버그대학교의 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군대, 문화, 법사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Heart versus Head(1997), Military in America(1986) 등이 있다.

옮긴이 소개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위스콘신 법과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동국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고난의 시기에 인문학은 자신의 가치를 정당화해야만 한다.
Pariticia Cohen

예일과 같은 엘리트 대학교들, 점차 늘어나는 위스콘신 대학교와 같은 공립 교육제도, 그리고 루이스 & 클라크 대학교와 같은 규모가 작은 사립 대학들이 수 세대 동안 공유했던 관념은, 전통적인 교양교육은 그 정의에 의하면 학생들이 특정한 직업을 갖도록 준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문학이 발달시키는 비판적 사유, 시민적 역사적 지식과 윤리적 추론은 다른 목적을 지향한다: 그것들은 직업 선택과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참여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실업률이 증가하고 대학 기부금이 줄어드는 이 새로운 시대에, 복잡하고 기술이 요구되는 세계에서 인문학이 과연 중요한가라는 의문들이 최근 다급하게 제기되었다. 과거의 경기 침체기에는 ‘인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느슨하게 묶인 분과들 — 일반적으로 언어학, 문학, 예술학, 역사학, 문화 연구, 철학, 종교학을 포함하는 — 의 재학생 수가 줄어들었다. 이 분야에 속한 많은 사람들은 이번 경제 위기에 이 분과들이 가장 모진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미 학자들은 근심스러운 신호들을 지적하고 있다. 고등교육신문(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과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s)가 2008년 12월에 고등교육기관 2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는 고용을 완전히 동결했고 43%는 일부 동결했다.

[Wikihost.org]의 채용 공고에 따르면, 지난 세 달 동안 적어도 24개 대학들이 종교와 철학 분과의 교수 구인을 취소하거나 늦추었다. 현대언어협회(Modern Language Association)의 연말 직업 목록을 보면 2008-09년에 영어, 문학, 외국어는 그 전 해와 비교해 21%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 34년 동안 가장 큰 하락이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미합중국 연구 책임자 앤드루 델반코(Andrew Delbanco)는 “인문학에 속한 사람들은 늘 인문학의 형편을 한탄해왔지만 자신들의 분야가 점차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적은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고통스러운 전면적 추가 감축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연방정부가 교육에 경기부양 자금 수백만 달러를 쏟는다 할지라도, 인문학은 행정관, 정책 입안자, 학생과 부모에게 인문학의 존재를 정당화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기술 행정관들, 연구자들, 그리고 기업 지도자들은 훈련받은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충분히 배출하는 것이 미합중국의 경제적 활력과 국가 방어, 그리고 건강 관리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충실한 인문학 옹호자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들이 인문학의 정당성을 효과적으로 주장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이번 신용 위기는 오랫동안 인문학의 중심적이고 신성한 사명으로 간주되어왔던 것 — 어느 학자가 말했듯이,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 — 을 재평가하도록 부추겼다.

매사추세츠의 고등교육위원 리처드 프리랜드(Richard M. Freeland)는 20세기에 인문학 연구가 “거의 전적으로 개인의 지적 발달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들이 세상에서 그러한 능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는 교양교육과 과학, 그리고 우리의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직업인으로서의 역할을 분리해왔던 것이다.”

프리랜드는 그가 “고등교육에서 교양교육과 과학 및 직업 프로그램 사이에 벌어진 틈”을 메우기 위한 혁명적 움직임이라 부르는 것에 참여하고 있다. 전미대학연합(Association of American Colleges and Universities)이 최근에 발행한 보고서는 인문학이 “교양교육에 대한 구식 상아탑 견해”를 포기하고 그 대신 실제적 경제적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달에 프리랜드와 전미대학연합은 매사추세츠의 우스터에 있는 클라크 대학교에서 바로 이 주제에 관한 회의를 주최한다. 국가 지도층은 고등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교수들과 학과장들은 그러한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프리랜드는 말했다.

인문학 분야에 속한 몇몇은 인문학을 부정하게 팔아먹는 행위를 언짢아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총장을 지냈고 고등교육에 관한 책을 몇 권 저술한 데릭 복(Derek Bok)은 “인문학은 학생들이 직업생활을 준비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 글쓰기와 분석적 기법만이 아니라 줄기세포 연구와 같은 새로운 기술로 인해 제기된 윤리적 쟁점들까지 가리킨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교양교육이 할 수 있는 일은 경제를 개량하는 것 말고도 훨씬 더 많다. 나는 이것이 정책 입안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 그 너머를 보지 못하는 것 말이다.”

예일 대학교의 법학 교수이자 <<교육의 종말: 우리의 대학은 왜 삶의 의미를 포기했는가(Education’s End: Why Our Colleges and Universities Have Given Up on the Meaning of Life)>>의 저자인 앤서니 크론먼(Anthony T. Kronman)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크론먼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라 불리는 것에 대한 탐구가 가져오는 이로움을 고갱이만 추려 요약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재정적 폭락으로 이어진 탐욕, 무책임, 기만에 대한 폭넓은 비난을 지적하면서 “인문학에 대한 나의 오래된 견해의 필요성은 오늘날 더욱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과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재검토할 시기인데, 인문학은 이 문제를 “제기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델반코가 보기에 그 이로움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작업을 가장 탁월하게 해낸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이다. 그는 셰익스피어와 포크너, 링컨과 두보이스를 떠올리게 하는 대통령에 관해 “그는 학구적 인문주의자들이 근래에 잘하지 못했던 것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일종의 공동 기획, 우리 모두에게 속한, 비극과 희화화를 포함하는 역사, 미합중국인으로서 우리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게 한다.”

20세기 후반기에 점점 더 많은 미합중국인들이 대학에 들어갈수록 그 학생들 중 점점 더 적은 비율만이 인문학에 전념했다. 미합중국예술과학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s & Sciences )가 최근에 공개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인 HIP(Humanities Indicators Prototype)에 따르면, 전체 대학 학위 가운데 인문학이 차지하는 부분은 1950년부터 1960년대 말까지의 전성기와 비교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현재 인문학 학위를 받는 학생들은 약 8%(약 110,000명)인데, 이 수치는 십 년이 넘도록 거의 변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인문학 학위 수치가 가장 낮았던 시기는 경기 침체가 극심했던 1980년대 초였다.

인문학은 엘리트 교양교육 학교들에서는 여전히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립 학교들과 다른 학교들 사이의 틈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president emeritus이자 윌리엄즈 대학의 관념사 교수인 프랜시스 오클리(Francis C. Oakley)는 몇몇 대규모 주립대학교들이 관례적으로 인문학 과정에 등록하려는 학생들을 물리치고 있다고 보고했다.

돈이 궁해질수록 인문학은 전체 인구 중 극소수만이 대학에 다녔던 지난 세기 시작 무렵의 상황으로 점점 더 되돌아갈 것이다. 부자들의 속주로 말이다.

그러한 사태는 불행하지만 피할 수 없다고 크론먼은 말했다. 인문학 교육의 본질 — 위대한 문학과 철학 작품들을 읽고 “삶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파악하는 것” — 은 “다수가 감당할 수 없는 값비싼 사치”가 될지도 모른다.

출처: The New York Times, 2009. 2. 25.

번역: 라티오 출판사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전혀 신선하지 않다.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위기라는 말만 되풀이하다보니 ‘위기를 위한 위기’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다. 어쨌든 아주 오래 전부터 위기가 진행되어 왔으니 아주 당연하게도 인문학 공부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대학에는 초보자가 인문학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장치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는 학교탓만 할 일도 아니다. 학벌을 중시하는데다 대학을 안정된 고소득 직장을 얻기 위한 준비 기관으로만 간주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결코 인문학 정신이 자리잡고 현실화될 수 없다. 몇몇 사람이 그러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해도 모든 것을 취직과 출세로 환원시켜버리는 무섭고도 거대한 흐름에 저항하기는 더욱 어렵다.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큰 불만 중의 하나는 마땅한 종합적 안내서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에는 학회나 동아리 등에서 전해지던 이른바 ‘족보’들이 사라진지 오래다. 학교 밖에 있는 사람들 사정도 크게 나을 것이 없다. 여기저기서 열리는 아카데미 강좌들도 수강해보고, 인터넷 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도서목록을 구해 책도 들여다보고,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스터디도 해보지만, 늘 어딘가 허전하고 미심쩍은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우선은 과연 우리가 제대로 범위를 잡아서 잘 해나가고 있는가 하는 의심이 있는 것이고, 두번째로는 도대체 어떤 수준의 책들을 어느 정도 읽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걱정이 있는 것이다.

<<인문학 스터디>>는 바로 이러한 의심과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은 본래 미국의 <대학연구소>에서 여러 대학의 강좌들을 조사하고 다양한 전공 분야의 유명한 학자들의 자문을 받은 다음, 8개의 과정으로 핵심을 압축하여 펴낸 것이다. 그래서 원제가 ‘학생들을 위한 핵심 커리큘럼 안내 A Student’s Guide to the Core Curriculum’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미국에서는 타당하다해도 한국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곤란하다. 서구 인문학이 보편적인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한국에서의 공부는 강조점이 다를 수 있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편역자들은 원서의 핵심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에서의 인문학 공부라는 상황에 걸맞도록 재편집을 시도하였다.

우선 원서와 달리 문학.예술학/ 철학.정치학/ 역사학/ 기독교의 최상위 범주를 설정하였다. 한국에서는 인문학을 ‘문사철文史哲’의 통합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고 편역자들도 그런 견해에 동의하였으므로 이러한 항목이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원서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거나 상대적으로 아주 간략하게 언급되었던 부분들을 새로 써넣거나 보완할 수밖에 없었다. 근대철학 입문, 미국 헌법해석, 경제사상사, 고대 로마사, 과학의 역사 등의 세부 항목이 그런 부분에 해당한다. 이 책을 가지고 공부의 안내를 삼으려는 이들은 이 범주들 중에서 자신이 관심가는 부분부터 참조하면 될 것이다. 먼저 본문을 꼼꼼하게 읽어 그 영역이 왜 중요한지, 그 영역에서 제기되는 주요한 논제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여 자신이 탐구하고자 하는 세부적인 영역을 정하면 되리라 본다.

편역자들이 만들어넣은 또다른 영역은 ‘읽어야 할 도서목록’이다. 원서에도 각 항목 마지막에 원저자의 추천 도서목록이 붙어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영어로 된 것이어서 구하기도 읽기도 수월하지가 않다. 그러므로 편역자들은 해당 영역에서 읽어야 할 책들을 골라서 각 장 말미에 덧붙였다. 이 목록은 크게 ‘원전’과 ‘참고도서’로 나뉜다. ‘원전’은 국내에 번역된 주요 저자의 핵심 저서를 시대순으로 소개하였다. ‘참고도서’는 해당 영역 전체를 개괄하는 입문서, 해당 시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사책, 세부적인 주제에 관한 입문서와 연구서 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사람은 원전 목록에서 해당 고전들을 확인하여 곧바로 도전하면 될 것이나 그렇지 않은 이들은 될 수 있으면 참고도서 목록의 순서, 즉 전체에 대한 개괄, 시대를 읽는 역사책, 세부 주제로 공부 해나가면 적절할 것이다.

이 책은 작은 판형의 150쪽 남짓한 얇은 책이다. 그런데 편역에 참여한 이가 여럿이다. 그것은 인문학의 특성상 어느 한 사람이 책 내용 전체를 검토하고 번역하며 수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편역자들은 각자가 담당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면서도 서로의 초고를 함께 검토했으며 도서목록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힘을 합하였다. 이처럼 다학제적인 협동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이 이 책의 또다른 장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종이책 절판, e북 출간 예정

원제: A Student’s Guide to the Core Curriculum

지은이: 마크 C. 헨리
편역자: 강유원 외
판형: 188*128mm (B6); 160페이지(8,000원)
발간일: 2009년 1월 15일
ISBN: 9788996056133

<<인문학 스터디>> 마크 C. 헨리, 강유원 외, 라티오 (#ISBN9788996056133)

도서안내
미국의 권위있는 대학연구소 ISI에서 미국 명문대학 교양교육 과정을 종합하고, 각 분야 한국 소장 학자들이 한국 인문학 공부의 현실을 반영하여 만든 교양공부 핵심안내서이다. 한국 인문학 교육의 제도적 한계를 느끼는 사람, 보편성을 매개하는 순수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 미국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사람, 어떤 이유에서든 교양공부를 해야하는데 그 시작이 막연한 사람 등이 각자의 수준과 목적에 따라서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흔히 한국에서도 인문학은 여러 학문의 기본이요, 그에 따라 각 학문 분과에 통일성을 부여할 수 있는 학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막상 인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인문학에 해당하는 학문분과는 어떻게 나뉘며, 각 학문 분과의 핵심지식과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할 만한 방법적 연구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에 비교적 고등교육 커리큘럼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오고 지금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는 미국대학들을 본보기로 삼아, 한국 소장학자들이 한국의 현실과 입장을 반영하여 체계적인 인문학 공부 안내서를 만들었다. 이 안내서에 나오는 핵심 교양교육 과정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미국 대학에서 개설된 교과목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과목들을 종합 정리한 것이며, 여기에 한국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수정 보완하였다. 이러한 커리큘럼은 좀더 전문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포괄적인 공부 체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교양공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도록 기본체계도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학생들을 위한 핵심 커리큘럼 안내'(A Student’s Guide to the Core Curriculum)이다. 저자는 미국의 일반대학에서도 고전과 서구문명을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직시하고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려고 이 책을 썼다. 이를 위해 ‘대학연구소'(Intercollegiate Studies Institute)는 미국의 모든 공사립 대학의 강좌들을 조사하고 다양한 전공분야에서 유명한 학자들의 자문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저자는 미국의 대학들에 개설되어 있는 8개의 과정을 정리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이 과정을 살펴보고 한국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이들의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않음을 발견하였다. 그에 따라 원서의 내용과 순서를 지금의 목차에서처럼 재배열하고 그것에 해당하는 내용 또한 다시 편집하였으며,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실정에만 해당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한국의 상황에 걸맞도록 수정 보완하였다. 또한 원저자가 추천하는 각 과정별 도서목록들이 영어원서로만 구성되어 있으므로 그것은 본문에 그대로 두되, 한국어로 된 고전 번역본과 참고도서들을 따로 정리해서 독자들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게 하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에서의 인문학 공부는 제도적인 도움을 받는 일이 어렵다. 그러나 혼자서 하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가장 주요한 것은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기본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는가, 즉 그 범위에 해당하는 어려움이다. 이 책은 우선 그 점을 고려하여 문학.예술학/ 철학.정치학/ 역사학/ 기독교 사상의 큰 범주들을 두었다. 이 책을 가지고 공부의 안내를 삼으려는 이들은 이 범주들 중에서 자신이 관심가는 부분부터 참조하면 될 것이다. 먼저 본문을 꼼꼼하게 읽어 그 영역이 왜 중요한지, 그 영역에서 제기되는 주요한 논제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여 자신이 탐구하고자 하는 세부적인 영역을 정하면 되리라 본다. 그런 다음 그에 해당하는 고전들은 무엇인지를 ‘원전 번역서’ 목록에서 확인하여 곧바로 고전읽기에 도전하거나 ‘참고도서’ 읽기에 착수하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참고도서는 개괄이 잘된 입문서에서 세부적인 주제를 다루는 책 순서로 나열되어 있으므로, 초심자라면 위쪽에 거론된 책들을, 어느 정도 기본지식과 소양이 갖추어진 이라면 아래쪽에 들어있는 책들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차례
I 문학ᆞ예술
1. 고전문학 혹은 고전학
2. 근대 문학
3. 예술학
읽어야 할 도서 목록

II 철학ᆞ정치
1. 고대 철학 입문
2. 근대 철학
3. 법과 경제
읽어야 할 도서 목록

III 역사학
1. 고대 로마사
2. 1865년 이전의 미국 역사
3. 19세기 유럽 지성사
4. 과학의 역사
읽어야 할 도서 목록

IV 기독교 사상
1. 성서
2. 1500년 이전의 기독교 사상
읽어야 할 도서 목록

저자 소개
마크 C. 헨리(Mark C. Henrie)는 다트머스 대학을 졸업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과 하버드 대학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 현재 Modern Age: A Quarterly Review 수석 편집자이며 ISI(Intercollegiate Studies Institute) 연구소의 부소장이다.

편역자 소개
강유원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헤겔의 사회역사철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전 독해와 사상사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다.

서민우는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하고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18세기 영국 과학기술사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다.

손세정은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지적 재산권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적 현실과 법적 제도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양유성은 대학에서 응용화학을 공부하고 고분자 물리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관련 분야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명훈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대 그리스 고전들의 현대적 재해석이 관심사이다.

지주형은 한국과 영국에서 영문학, 사회학, 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치사상과 경제사상을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