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에 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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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강유원
출판사: 라티오
분야: 철학/인문학/신학
발행일: 2016년 12월 5일
ISBN: 979-11-959288-0-4  03100
판형: 188*128mm (B6)
가격 및 쪽수: 14,000원/ 160쪽
<<숨은 신을 찾아서>>

 

숨은 신이라 불릴 만한 형이상학적 신념들은

우리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

“우리 눈앞에 다양하게 흩어진 사태들이 있다. 그것들을 나누고 모아서 하나로 꿰어진 설명을 만들어낼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그 사태를 이해하였다고 믿는다. 즉 현전하는 사태들에 대한 그럴 듯한, 믿을 만한 설명을 꿰어서 체계적으로 만들어낼 때에라야 만족에 이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신념의 체계’다. 과학도, 철학도, 종교도, 예술도 이러한 체계들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런데 철학이 하는 일은 하나 더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념의 체계들이 잘된 것인지 검토하는 것이다. 철학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을, 신념의 체계들을 음미한다.” 이러한 신념 체계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실존에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 데카르트, 파스칼, 키에르케고어의 사상과 불교 사상, 자연과학적 태도, 그리고 오뒷세우스와 에이해브 같은 서사 주인공들의 삶의 방식을 통해, 신념 체계들을 성찰한다. 인간은 ‘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이 ‘신념 체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종류의 삶의 방식을 결단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 고유의 문체와 겪음이 담겨 있으며, <<성서>>, <<고백록>>, <<성찰>>, <<팡세>>, <<오뒷세이아>>, <<모비 딕>> 등의 인용 텍스트를 통해, 깊게는 형이상학의 근본 테제들에 관한 개념적 파악을, 넓게는 삶의 현실에 대처하는 지혜를 음미할 수 있다.

■ 차례

1 2 3 . . . 7 8 . . . . . . . . . . 19 . 21 . 23 24 . . . . . . . . 33 34 . . 37 38 39  추기追記

■ 본문 중에서

“바울로가 아테나이에서 만난 이들은 ‘에피쿠로스 학파와 스토아 학파의 몇몇 철학자들’이다. 그들도 분명히 신을 말하였다. 그들의 신은 어떤 신인가. 에피쿠로스 학파는 쾌락을 추구한다. 정신의 쾌락을 찾는다. 맘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쾌락을 누리려 한다. 마음의 평정심, 아타락시아ataraxia를 찾으려 한다. 스토아 학파는 고대 희랍 사유의 최종 결집체이다. 단순한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modus vivendi)으로까지 자리잡은 것이다. 스토아주의자들은 법칙(logos)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우주 만물에 관철되어 있다. 이 법칙은 섭리(providentia)다.”

“불교 수행자들은 육체를 폐기하고, 육체에 깃든 생각을 폐기하고, 생각을 폐기했다는 것마저도 폐기하고, 저절로 멍한 상태로 들어간다. 이것은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이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이다.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을 수 있는가. 한번 해보라. 온갖 잡념雜念이 머리 속에 쏟아져 들어오고 무럭무럭 솟아난다. 몸이 있으니 생각이 있다. 몸을 버리면 생각이 없어질 것이다. 몸을 버리지 않은 채 생각을 끊을 수는 없다. 몸을 버리는 것은, 소중한 몸뚱아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몸을 비롯한 일체의 사물에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몸을 버림으로써, 생명체를 끊어냄으로써 수월하게 무념무상의 경지로, 우주의 참다운 근원으로 들어설 수 있고 되돌아갈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사건들에 대해 의견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의견들은 다양한 정보들을 취사선택하는 과정에서 생겨나고, 의견이 행동으로 여러 번 실행되어 일정한 효과를 거두면 상당히 견고한 믿음이 된다. 믿음의 자리에까지 올라간 것들은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을 겪고 나서야 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 체계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충돌에 관한, 그리고 충돌이 생겨났을 때 어떻게 하는지를 둘러싼 다양한 심리적 논의들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논의에 등장한 여러 사람들을 그러한 분석틀로써 면밀하게 고찰할 수는 없으나 어렴풋하게나마 짐작을 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제러드 L. 와인버그의 2차 세계대전사가 세 권으로 출간되었다.
<<2차 세계대전사 1 – 뒤집어진 세상>>(#ISBN9788960523470)
<<2차 세계대전사 2 – 전세 역전>>(#ISBN9788960523487)
<<2차 세계대전사 3 – 베를린에서 미주리 협상까지>>(#ISBN9788960523494)

제2차세계대전에 관한 가장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는 저작이다. 제1권 서두에 채승병이 적은 ‘권하는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첫째, 국제정치의 대국적 틀에서 조망하는 시각을 잘 견지하고 있다.” 전쟁은 무엇보다도 국제정치의 시각에서 파악해야 하는 것이지만 자칫하면 전쟁 자체의 흥미에 빠져드는 실수가 벌어지기 쉽다. 이 책은 그러한 실수를 벗어나 있다. “둘째, (오늘날까지 유효한) 당대의 최신 연구 성과를 아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시각은 1980~90년대 냉전 종식, 소련 붕괴, 독일 통일을 기점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구소련의 비밀문건이 빛을 보고, 독일과 러시아의 저작들이 대거 소개되면서 사실관계부터 달리 쓰이게 된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와인버그는 이러한 성과를 최대한 수용해내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하여 알고 싶으면 이 책이면 된다는 것이다. 더 읽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셋째 권 말미에 채승병이 덧붙여둔 ‘국내 독자들을 위한 독서 가이드’에 소개된 책들 몇을 덧붙인다.

‘전쟁사’ 하면 존 키건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제1차 세계대전에 관한 통사도 그가 쓴 것부터 읽는 것이 순서이다.
존 키건,
<<2차세계대전사>>(#ISBN9791158710248)
<<1차세계대전사>>(#ISBN9791158710231)

제2차 세계대전의 주 전장은 동부전선, 즉 독소전쟁이다. 적어도 이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데이비드 M. 글랜츠 | 조너선 M. 하우스, <<독소 전쟁사 1941~1945 >>(#ISBN9788932907437)

독소전쟁의 두 주역인 히틀러와 스탈린을 다룬 책도 덧붙일 수 있다.
리처드 오버리, <<독재자들 – 히틀러 대 스탈린, 권력 작동의 비밀>>(#ISBN9788991799394)

이언 커쇼의 히틀러 전기 2부작은 전기로서의 탁월함까지 갖춘 책이다.
<<히틀러 1 – 의지 1889~1936>>(#ISBN9788991799479)
<<히틀러 2 – 몰락 1936~1945>>(#ISBN9788991799486)

독일이 구사한 작전으로 유명한 ‘전격전’(Blitzkrieg)을 다룬 책을 하나 덧붙인다. 이 책은 초기 개전과정, 즉 프랑스 침공을 다룬 것이다.
칼 하인츠 프리저, <<전격전의 전설 >>(#ISBN9788933705308)

참전자들이 남긴 글은 여러 종류가 있으나 꼭 읽어볼만한 것으로는 헤르베르트 브루네거의 책을 추천할 수 있다.
채승병의 설명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저자 브루네거가 복무한 부대가 무장친위대 중에서도 특히 악명 높던 ‘해골(Totenkopf)’사단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단은 전쟁의 고비마다 결정적인 용맹을 떨치기도 했으나, 포로를 학대하고 잔인한 학살극도 벌이는 등 다수의 전쟁범죄를 자행했다. 때문에 이 사단 출신이라고 밝히는 것 자체가 상당한 터부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전후 반세기도 넘어 그런 끔찍한 전쟁범죄를 직시하며 써내려간 이 회고록은 전쟁의 어두운 구석으로 내몰린 병사의 시각을 느껴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헤르베르트 브루네거, <<폭풍 속의 씨앗 – 한 무장친위대 병사의 2차 세계대전 참전기 >>(#ISBN9788960522084)

나치 체제 자체에 관한 책들은 다른 기회에 소개하기로 한다.

역사학은 변화를 다루는 학문이다. 과거의 사건들을 인과관계에 따라 설명하는 과정에서 원인이 되는 사건(또는 사태)들을 식별해내고 그것이 어떤과정을 거쳐서 결과에 이르는지를 따져묻기 때문이다. 인과관계를 따지는 과정에서는 비교가 주요한 방법론이 된다. 그렇다면 이 비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지금 상황이 과거의 어떤 상황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맥락이 전혀 다른 사건들을 비교한다. 이를테면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구한말 망국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와 같은 말을, 거대서사를 동원하여 아주 간단하게 말하곤 한다. 역사학자도 ‘지금은 명청교체기의 조선과 비슷하다’는 취지의 말을 어려움 느끼지 않고 공론장에 내놓기도 한다. 이는 오늘날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주장 — 근거없는 것이기 십상인 — 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를 무분별하게 가져다 조각내어 맞춰 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제러드 다이아몬드(그는 지리학과 교수이다)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쓴 글을 모은 이 책은 역사학에서 섣부른 비교를 일삼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근거가 될 만한 수치를 제시하지도 않고 혹은 관련 통계도 내지 않은 채 단순하게 이와 같은 진술을 한다는 것은 비교도 하지 않은 채 비교 프레임을 짜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역사에서 그러한 잘못된 비교를 피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는 “자연 실험”이다.(이 책의 원제는 “역사의 자연실험 Natural Experiments of History”이다.)

자연 실험은 비교 방법으로서 공통적인 방법론적 주제를 가지고 있다. “섭동된 지역의 ‘선택’, 섭동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 지체, 전도된 인과성 및 생략 변수 편향 등과 같은 관찰된 통계적 상관성으로부터 인과성을 추론하는 문제와 저변에 깔린 작동 메커니즘, 과도하게 단순화한 설명과 과도하게 복잡한 설명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함정 사이에서 조정을 해나가는 방법, 모호한 현상을 ‘조작 가능하게’ 만드는 것, 양화와 통계학의 역할, 한정된 사례 연구와 광범위한 종합 사이의 긴장 등이 그것이다.”

역사는 과거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골치아픈 방법론에 관한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이야기가 믿을만한 진실이어야 한다고 여긴다면 역사가 어느 정도까지 정확함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며, 이 책은 그 관심의 출발점 역할을 할 것이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 제임스 A. 로빈슨(엮음), <<역사학, 사회과학을 품다 – 새로운 연구 방법론으로서 자연 실험 >>(#ISBN9788962631333)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이 책은 오늘날 철학이라 불리는 학문 영역 중에서도 형이상학 분야의 고전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철학이라 불리는”이라고 한 것은 무엇보다도 고대의 철학자들, 즉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들이 철학 연구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 이전 사람들, 즉 헤시오도스,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 등은 더욱이나 그러하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고대의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철학 연구자임을 의식하였던 데카르트, 칸트, 헤겔은 모두 자신들이 세계의 근본원리를 탐구하고 있다는 자각을 뚜렷하게 가졌을 것입니다.

철학은 인간이 세계에 대하여, 그리고 그 세계 안에 살고 있는 자신에 관하여 가장 근본적인 것을 물음으로써 시작됩니다. 이러한 물음은 그저 살고 있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평온하든 혼란스럽든, 나날을 살아가면서도 그러한 나날에서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궁금해 하는, 그 나날로부터 한 발짝 물러선 지점에 서 있는 사람에게만 철학적 물음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흔히들 역사가 끝난 지점에서 철학이 시작된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유도 자신의 몸을 세상과 곧바로 맞대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역사적 사유 역시 반성적 사유이고 철학적 사유와 닮아 있습니다. 다만 철학적 사유는 조금은 더 깊게 내려간 근본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과 세계의 역사에 관하여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만 철학적 관심도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고대 중국의 역사 책에 《춘추》春秋라는 것이 있습니다. 공자孔子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책입니다. 이 책 이름을 살펴보겠습니다. ‘봄·가을’입니다. 계절 이름입니다. 굳이 봄·여름·가을·겨울을 다 말하지 않아도 이 두 계절만으로도 한 해를 말할 수 있습니다. 춘추는 자연입니다. 자연自然은 말 그대로 늘 그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올 봄에는 꽃이 예년만 못했고, 이렇게 덥기는 한 10여 년 만에 처음이고, 올해 단풍은 유난히 어여뻤으며, 이번 겨울은 벌써 추위가 사무치는데, 도대체 뭐가 늘 그러하다는 말인가?’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 들여다본다면 이런 반문이 생겨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계절은 달랐으니까 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늘 그러합니다. 봄에 핀 꽃이 아무리 흐드러졌다 해도 겨울까지 피어 있을 리는 없습니다. 반드시 죽습니다. 그것이 늘 그러한 것입니다. 핀다, 죽는다, 다시 핀다, 죽는다, 다시 핀다… 바뀌는 게 있어 보이는데 그 안에 변함없는 것이 있습니다. 있어 ‘보이는 것’이 있고, 늘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있는 것’이 있습니다. 둘 다 있습니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가리키고, 다른 하나가 하나를 드러냅니다. 이렇게 해서 불변(에 가까운 것)을 이룹니다.

“춘추”는 역사책 이름입니다. 자연의 겉모습을 보고 지었는지, 자연 뒤에 있는 것을 겨냥하여 지은 것인지, 둘을 겹쳐 지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춘추는 사람의 일을 적습니다. 꽃보다 유한한 사람의 일을 적습니다. 사람은 태어난다, 사람은 죽는다, 이걸로 끝입니다. 사람에 관하여 이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역사는 그처럼 당연해 보이는 것을 기록하였고, 철학은 인간의 일에서 근원적인 것, 변함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찾아보려고 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철학은 그 탐구가 찾아낸 성과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뻔해 보이는 것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철학이라는 말보다는 ‘철학함’이라는 말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이 철학함은, 또는 공부는, 변함 속의 인간이 변함 없음을 향해 가는 행위입니다. 그러한 탐구 행위를 통해서 인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떠한지, 그 안에서 자신은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를 막연하게나마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철학은 사람을 철들게 하는 학문입니다.

저는 2009년 2월부터 11월까지 40주 동안 서울시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 인문학 고전들을 강의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강의는 《인문 古典 강의》로 묶여 2010년에 출간되었습니다. 2011년에 같은 곳에서 역사 고전들을 강의하고, 《역사 古典 강의》를 출간한 것은 2012년입니다. 그 뒤 이런저런 사정으로 철학 고전들을 읽을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시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2014년에 40주 동안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 강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강의 시간에는 더 많은 고전들을 읽었고 자질구레한 논의도 더 있었습니다만, 책으로 묶기에 적절한 것들만을 여기에 적었습니다.

오늘날 철학은 쇠퇴하는 학문이라고들 합니다. 다른 나라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그러한 판단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합니다. 겪은 바가 적고, 시야가 좁은 탓에 저는 이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져볼 재주는 없습니다만, 이 고전들을 읽는 동안에는 그러한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였습니다. 저와 함께 이 고전들을 읽었던 이들은 세상사와 별 관계없어 보이는 이 텍스트들을 읽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들을 이끌어간 힘은 세상에 불멸의 이름을 남기려는 명예욕도, 삶의 고통을 잊으려는 도피적 소망도, 주변 사람들에게 어려운 책을 읽고 있음을 보이려는 과시욕도 아닌, 잔잔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학문정신이었을 것입니다. 2014년에 40주 동안 함께 공부했던 그들의 학문정신을 각별히 기억해둡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학문의 토대이자 정수精髓인 철학을 공부하는 장을 마련하고 지켜준 도서관 사서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2016년 7월 강유원 적음

지은이: 강유원
출판사: 라티오
분야: 철학, 고전
발행일: 2016년 8월 5일
ISBN: 978-89-960561-9-5  03110
판형: 신국판
가격 및 쪽수: 27,000원/ 460쪽
<<철학 古典 강의>>(#ISBN9788996056195)

2009년부터 매년 40주 동안 공공도서관에서 고전을 가르치고 있는 철학자 강유원이 4년만에 내놓는 저작이다. <인문 古典 강의>(2010년 출간), <역사 古典 강의>(2012년 출간)에 이은, 古典 강의 세 번째 책 <철학 古典 강의>. 2017년에 <문학 古典 강의>를 출간함으로써 이 시리즈는 완간될 예정이다. 그동안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수백 명의 사람들이 현장 강의를 들었으며, 모든 강의를 수강한 수강생들의 수도 상당하다. 대학 안에서는 진정한 학문 정신이 사라졌고 대학 밖에서는 가짜 인문학이 판을 친다고 한탄하는 시대이지만 이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이 가지게 된, 앎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교양인으로서의 지속적인 열정은 도서관이 일반인들을 위한 학문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다양한 수준과 배경을 가진 일반인들을 고려하되, 이들을 수준 높게 이끌어갈 만한 일관성 있는 커리큘럼으로써 이 강의들과 저작들을 기획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강의를 몇 년 동안이나 진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하는 수강생들과 도서관 사서들의 도움이 컸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으로 공부해 나갈 수 있도록 이 책은 강의 내용을 보다 더 완성도 있게 정리하고자 했다.

이 시리즈의 입문서 격인 첫 번째 책 <인문 古典 강의>가 대표적인 서구 고전들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과 고귀한 삶의 의미를 탐색했다면, 인문학 분야 중 가장 먼저 익혀야 할 역사에 관한 두 번째 책 <역사 古典 강의>는 역사적 계기들을 중심으로 서양사를 서술하면서, 역사를 움직이는 힘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원천적인 모습을 밝히고자 했다.

이번에 출간된 <철학 古典 강의>는 고전적인 의미의 철학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고도의 추상적 사유들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것이 주요 철학자들의 저작들에서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들은 역사의 흐름과 무관해 보이지만, 깊이 있게 탐구해보면 형이상학적 사유의 원리의 전환이 시대의 큰 변화에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학문인 ‘철학’에 관한 강의이므로 이전 책들에 비해 내용 파악이 간단하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을 감안하고도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철학이야말로 우리의 이성을 단련시키는 엄격한 학문이자 우리의 삶과 세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유일한 반성적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철학의 가장 중심 분야인 존재론과 형이상학의 토대를 익힘으로써, 우리의 앎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차례

I 희랍 철학의 시작: 세계 전체에 대한 통찰

희랍 우주론의 원형|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

제1강_우주론, 철학적 사유의 시작

제2강_희랍 사유에서 우주의 구조와 생성 과정

세계의 원리에 관한 자연학적 파악|<<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제3강_존재의 근본 개념(파르메니데스)

제4강_일자와 두 세계 이론(파르메니데스에 관한 ‘전통적’ 해석)

제5강_대상 세계에 관한 탐구(파르메니데스에 관한 ‘현상-법칙’ 해석)

제6강_학문 탐구의 방법(파르메니데스에 관한 ‘학의 시원’ 해석)

제7강_세계를 지배하는 원리, 로고스(헤라클레이토스)

제8강_변화하는 여러 현상들과 궁극적인 ‘하나’(헤라클레이토스)

II 플라톤: ‘좋음’ 위에 인간과 공동체를 세우려는 노고

인간의 영혼과 형상이라는 목적|<<파이돈>>

제9강_잘 산다는 것

제10강_형상실재론과 형상시원론

제11강_합의된 규약에 의지하는 ‘차선의 방법’

제12강_같음과 같음 자체에 관한 논변

공동체, 넓은 의미의 인간학|<<국가>>

제13강_참으로 좋은 것에 관한 앎(태양의 비유)

제14강_참으로 좋은 것에 관한 앎과 그것의 실천(동굴의 비유)

제15강_아는 것과 하는 것, 이론과 실천의 통일

III 아리스토텔레스: 희랍 형이상학의 체계적 완결

앎의 체계와 궁극적 실재|<<형이상학>>

제16강_<<형이상학>>의 구성

제17강_앎의 종류와 단계들

제18강_형상의 분리와 내재

제19강_학의 성립에 관한 물음, 보편적 존재론과 신학의 관계

제20강_실체론, ‘이것’(tode ti)과 ‘무엇’(ti esti)

제21강_운동론, 가능태와 현실태

IV 데카르트: 주체인 인간의 세계 구축

데카르트 형이상학의 근본 구도|<<철학의 원리>>

제22강_자기의식, 데카르트 철학의 근대성

제23강_진리의 원천과 진리 인식의 원천

자기의식의 형이상학|<<성찰>>

제24강_<<성찰>>의 구성과 목적

제25강_감각적 앎의 부정, 철저한 의심(제1성찰)

제26강_자립적 자기의식의 현존, 정신의 우선성(제2성찰)

제27강_인간의 유한성에 의거하는 신의 무한성 증명(제3성찰)

제28강_참과 거짓을 식별하는 정신, 정신과 신체의 합성체로서의 인간(제4성찰, 제6성찰)

V 칸트: 인간의 한계 자각과 ‘장래의 형이상학’

초월론적 이념들에 대한 일반적 주해|<<형이상학 서설>>

제29강_‘장래의 형이상학’의 성립 가능성

제30강_이성의 사변적 사용

제31강_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데카르트?칸트?헤겔 형이상학의 핵심 문제

자연과 자유의 통일적 체계|<<판단력비판>>

제32강_판단력의 연원

제33강_미감적 판단력, 목적론적 판단력

제34강_판단력을 통한 오성과 이성의 결합

VI 헤겔: 신적 입장으로 올라선 인간

절대적인 것의 자기전개|<<철학백과>>

제35강_헤겔 철학 체계의 구성

제36강_헤겔 형이상학의 기본 개념들

제37강_사변적 사유와 정신철학에 대한 일반적 논의

학적 인식으로 올라서는 사다리|<<정신현상학>>

제38강_<<정신현상학>>의 구성, 의식-자기의식-이성

제39강_진리의 역사성, 진리주체론

제40강_헤겔 철학의 목적, 역사와 이념의 통일

 

■ 본문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규정을 따른다면 우리는 헤시오도스의 텍스트를 읽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논증을 통해 주장을 내세우는 것만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과 우주의 전 국면에는 논증을 통해서 해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으며, 그것까지도 포괄해야만 철학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철학의 한 영역인 형이상학을 공부하면서 《신들의 계보》를 읽는다는 것은 철학에 대한 관점도 달리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신들의 계보》를 읽으면서 그것의 내용도 따져봐야 하지만, 종래의 철학이라는 것에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 《신들의 계보》를 읽는 이유는 이러한 우주론 안에 철학적 사색의 맹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신화(뮈토스)에서 이성(로고스)으로의 전환, 이것이 철학의 시작이다’라는 말은 일단 배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인간의 눈앞에는 수다한 것이 쫙 펼쳐져 있습니다. 많은 것들(다多)이 있습니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만 보고 있는 사람은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한 것처럼 ‘개처럼 짖기만’ 할 것입니다. 진리를 모르는 자들에게는 무엇이든 낯설 것입니다. 인간이 그 낯선 것들을 파악하여 법칙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하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것은 언제까지나 낯선 ‘여럿’일 뿐입니다. 봄이 와도 봄이라고 이름 붙일 줄도 모를 것입니다. 첫째 강물, 둘째 강물, 셋째 강물, 이렇게 강물들이 계속해서 흘러가도 그것에 ‘강’이라는 이름을 붙일 줄 모를 것입니다. 강물들이 흘러가다 더 이상 흐르지 않으면 ‘웅덩이’라고 이름을 붙여야 하는데 그렇게 할 줄도 모를 것입니다. 이렇게 개념을 바꾸어 쓸 줄 모를 것이고, 이렇게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그것은 한정되지 않은 것, 규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형상에 관한 플라톤의 입장은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사물 바깥에 실체인 형상이 따로 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살펴보면, 《파이돈》에서는 형상실재론과 형상시원론이 혼재하고 《국가》를 거쳐서 《필레보스》 등에 이르면 형상실재론의 입장이 고수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후기 형상론을 플라톤의 일관된 주장으로 파악합니다. ‘사물과 따로 떨어져서 사물 외부에 실체인 형상이 실제로 있다’, 이것이 플라톤의 입장이라고 정리하였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상이 사물들의 실체이려면 그것이 사물들과 분리되지 않고 사물 안에 있어야 한다는 형상내재론을 주장하려 합니다.”

“데카르트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자각해야만 신의 무한성을 알 수 있는 아주 불안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신에 의존하면서도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데카르트의 자기 의식입니다. 이론과 실천 양 측면에서 인간 자신이 유한자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데카르트의 이런 자기의식이 칸트에도 들어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칸트에서는 인간과 신이 합치될 수 없습니다. 인간과 신은 마주보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유한자와 무한자가 맞서 있습니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에서는 유한자인 인간이 노력하면 무한자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고대적인 사유입니다. 근대적인 사유에서는 자기의식이 등장하면서 신과 멀어져버렸습니다.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신이 안 보이는 것입니다. 프로테스탄트는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가 ‘그 어떤 매개를 거치지 않고도 신을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가톨릭에서 내세우는 성사聖事를 거치지 않고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기의식입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단독자로서의 인간의 위치를 확보했는데, 확보하면 확보할수록 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헤겔 철학에서는, 외부 세계에서 뭔가 데이터가 주어진다 해도, 인간이 데이터를 그냥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스스로의 힘으로 대상 세계까지 나아갑니다. 우리 인간 정신의 활동이 대상 세계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정신이 스스로 바깥으로 나아가서 대상 세계와 접촉하고 그 대상의 본성을 자신에게 가지고 옵니다. 정신은 무한자의 입장으로까지 뻗어나갑니다. 그렇게 하여 하나의 통일된 총체성(Totalität)을 이룹니다. 헤겔의 체계 안에서는 이러한 총체성이 유기적으로 짜여 있습니다. 그러나 헤겔의 체계를 벗어나면 그것은 거대한 사기처럼 보입니다.”

 

“결국 기독교의 발흥에 관한 모든 물음은 하나로 수렴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로마 제국 변방에서 시작된 미약하고 이름 없는 메시아 운동이 고전시대의 이방 종교를 밀어내고 서구 문명의 지배적 신앙으로 자리매김했을까? 하나의 물음이지만 답은 여러 갈래로 도출되어야 한다. 단 하나의 요소가 기독교의 승리를 이끌어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로드니 스타크, <<기독교의 발흥>>(#ISBN9788958742616), p. 17)

이러한 물음으로 시작된 책은 “사회과학자의 시선으로 탐색한 초기 기독교 성장의 요인”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기독교로 개종하는 과정에서 인적 네트워크의 역할, 기독교의 계급적 기반, 초기 기독교에서 유대인 신도의 비중과 역할, 역병이 기독교 성장에 끼친 적극적 요인, 고대 세계 여성의 지위가 기독교에서는 혁명적으로 달라진 점, 혼란스러운 도시에서의 기독교의 사회적 위력,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순교가 가져다주는 보상 등과 같은 “여러 갈래”의 대답을 검토한 다음, 기독교 성공의 핵심 요소는 교리에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여하간 기독교인은 잔인성과 쇼 관람 둘 다 정죄했다. “너희는 살인하지 말지니라”고 터툴리안은 독자들을 일깨웠다. 그리고 경기 관람이 일반화되자 기독교인은 이런 ‘경기’를 관람해서는 안 된다고 금했다. 더 중요한 점은 기독교인이 이교도가 관습적으로 가볍게 행하는 잔인성과는 전적으로 양립 불가한 도덕적 비전을 효과적으로 선포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독교가 개종자에게 선사한 것은 그들의 인간성에 다름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미덕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되었다.”(p. 321)

사회학적 분석과 역사적 맥락의 결합, 거기에 신학적 교리의 맥락 적절성을 잘 조화시킨 저작이다.

이 원고는 필자가 서대문구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2014년 2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40회에 걸쳐 진행한 ‘철학 고전 강의’를 바탕으로 쓰였다. 이 강의는 전통적 형이상학과 존재론을 다룸으로써 철학의 전 영역으로 나아가는 기본적인 원리를 터득하게 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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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Die Lage der arbeitenden Klasse in England; The Condition of the Working Class in England

지은이: 프리드리히 엥겔스
옮긴이: 이재만
판형: 신국판; 384페이지(24,000원)
발간일: 2014년 12월 5일
ISBN: 9788996056188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프리드리히 엥겔스, 이재만 (#ISBN9788996056188)

도서안내
‘최초의 마르크스주의자’ 엥겔스, 그는 진정한 이론적 실천가이자 실천적 이론가였다.

청년 엥겔스가 살아간 시간은 산업혁명의 절정기였다. 청년 엥겔스가 살아간 공간은 산업혁명의 중심지였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 속의 행위자였던 그는 시대 속으로 들어간다 — 실천가 엥겔스.

산업혁명의 중심지 맨체스터와 영국 북부를 샅샅이 탐색한 엥겔스는 하나의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보고서에는 시대가 만들어낸 노동계급이, 그들이 살고 있는 대도시가,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경쟁이,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참혹한 귀결이 생생하게 서술되어 있다. 보고서가 여기서 끝맺었다면 엥겔스는 그저 실천가에 그쳤을 것이다. 청년 엥겔스는 여기에 철학적 전망을 더한다. 영국 부르주아지의 현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모든 이들이 참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미래를 전망한다 — 이론가 엥겔스.

우리는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에서 청년 엥겔스의 사회적 보고, 철학적 전망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디킨스의 소설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문학적 설득력은 뜻밖의 선물이기도 하다.

지금, 여기에서,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19세기 이래, 세계의 시대정신은 ‘인간’을 중심에 두지 않았다.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난 서구의 근대는 인간 중심의 세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계몽주의의 합리성은 기계 중심의 세계, 이윤 창출의 세계로 나아갔다. 이러한 세계관이 집약되어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실현된 시간과 공간이 바로 19세기 중반의 영국이다.

‘19세기 중반의 영국’은 우리의 현재이기도 하다. ‘우리의 현재’는 노동자가, 대도시가, 경쟁이 장악하고 있다. ‘우리의 현재’에는 ‘인간’이 없다. ‘19세기 중반의 영국’에 관한 청년 엥겔스의 이 보고서가 ‘우리의 현재’에 대한 보고서이며, 동시에 ‘우리의 미래’에 대한 지침일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의 한국어판은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라는 제목으로 1988년에 출간된 적이 있으나 지금은 구할 수 없고, 출간된 지 거의 한 세대가 지났으므로 새로운 번역본에 대한 요구가 절실했다. 이 번역본이 대본으로 삼은 것은, 1845년에 독일어 초판이 나온 지 42년이 지난 1887년에 F. 켈리 비슈네베츠키가 영어로 번역한 것을 엥겔스가 직접 개정한 후 뉴욕에서 첫 출간한 판본이다. 이 밖에도 독일어판 마르크스-엥겔스 전집을 참조하였으며, 독일어판에만 있는 주석과 도판을 첨부했다. 독일어판이 아닌 영어판을 선택한 이유는 이 영역본이 엥겔스가 생전에 직접 교정하고 인정한 판본일 뿐 아니라 출간 당시를 기준으로 엥겔스가 서문과 각주 등을 첨부했으며, 무엇보다 이 책의 배경이 영국이고 엥겔스가 참고하고 인용한 자료들 역시 대부분 영어로 쓰였기 때문이다. 고전인 만큼 인용의 준거로 삼을 수 있도록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되 청년 엥겔스의 문체를 살리도록 노력했다.

엥겔스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청년 엥겔스는 산업혁명 시대의 공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대도시’를 걸어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듯 그들의 삶을 묘사한다. “올드필드 가와 크로스 가 사이에 있는, 가장 열악한 안마당과 골목으로 가득한 구역의 노동자 거처들은 불결과 과밀이라는 면에서 구시가지의 거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 구역에서 나는 60세쯤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외양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창문도 없고 마루도 천장도 없는 장방형 우리에 일종의 굴뚝을 만들어놓고는 썩은 지붕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침대틀을 하나 구해 거기서 살고 있었다. 이 남자는 너무 늙고 약해서 일정하게 일하지 못했고, 손수레로 분뇨를 치워서 생계를 꾸렸다. 그의 ‘대궐’ 옆에는 똥떠미들이 쌓여 있었다!”

청년 엥겔스는 1840년의 런던에 만연해 있던 ‘소외’에 대해  말한다. “이 개인들이 제한된 공간 안에 모이면 모일수록 각자의 야만적인 무관심, 사익만을 추구하는 매몰찬 고립 상태는 한층 더 혐오스럽고 불쾌하게 변해간다. 그리고 이런 개인의 고립, 이런 편협한 이기주의가 어디서나 우리 사회의 근본 원칙이라는 것을 누군가 제아무리 명확하게 인식하더라도,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이 대도시만큼 뻔뻔스럽고 몰염치하고 자기 위주인 곳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인류가 각자의 원칙과 목적을 가진 단자들로 분해되는 원자들의 세계는 이곳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청년 엥겔스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분석한다. “과거의 노예제와 현대의 노예제의 유일한 차이는 오늘날의 노동자가 자유로워 보인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그가 한 번에 팔리지 않고 일, 주, 연 단위로 조금씩 팔리고, 어떤 주인도 그를 다른 주인에게 팔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는 특정한 사람의 노예가 되는 대신 자산계급 전체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를 팔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보면 노동자의 처지는 바뀌지 않았으며, 설령 이런 겉치레 자유가 불가피하게 그에게 진짜 자유를 약간 주더라도 다른 한 편으로는 아무도 그의 생존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불이익을 수반한다. 노동자는 주인인 부르주아지에게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는 위태로운 처지이며, 부르주아지가 그의 일자리와 생존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으면 굶어죽고 만다. 반면에 부르주아지에게는 과거의 노예제보다 현행의 방식이 훨씬 낫다. 투자한 자본을 손해보지 않고도 피고용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고, 부르주아지를 위로하는 듯한 아담 스미스의 지적처럼 노예제에서 가능했던 것보다 훨씬 값싸게 노동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 엥겔스는 자신이 관찰한 이러한 비참함과 계급 억압의 파노라마로부터,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물론 엥겔스의 이러한 결론은 맞지 않았다. 엥겔스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부르주아지는  점점 더 영악해져서 노동자들의 단결을 깨부수고 자본주의 사회를 한층 더 확고하게 장악했다. 그러나 자본가와 노동자의 기본 관계는 오늘날의 산업사회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다. 2014년 11월에 발표된 영국 내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강제 매춘을 하는 여성들과 소녀들, 그리고 공장이나 농장, 어선 등에서 임금을 거의 받지 못하고 일하는 이들이 영국에서만 1만 3000명에 이른다.

청년 엥겔스의 서술을 21세기 한국에 투영해보면 우리는 무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차례
영국 노동계급에게
1845년 독일어 초판 서문
1887년 미국판 서문
1892년 영국판 서문

서론
산업혁명 이전 노동자의 상황—제니 방적기—산업 프롤레타리아트와 농업 프롤레타리아트의 형성—소모 방적기, 뮬 방적기, 역직기, 증기기관—수작업에 대한 기계의 승리—제조업의 발전—면 공업—양말류 제조업—레이스 제조업— 염색, 표백, 날염—양모 제조업—리넨 업—견직물 제조업—철 생산과 제련—탄광—도자기 제조업—농업 —도로, 운하, 철도, 증기선—요약—국가적 의의를 가지게 된 프롤레타리아트의 발전—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견해

산업 프롤레타리아트
노동자의 분류—자산의 집중—근대 산업의 동력—인구의 집중

대도시
런던의 첫인상—사회적 전쟁과 어디에나 있는 약탈 체제—이 체제에서 사는 가난한 자의 운명—빈민굴에 관한 일반적 서술—관찰의 시작, 런던: 세인트자일스와 그 주변—화이트 채플—프롤레타리아트 거처의 내부—공원의 노숙자들—야간 쉼터—더블린—에든버러—리버풀—공장 도시: 노팅엄, 버밍엄, 글래스고, 리즈, 브래드퍼드, 허더즈필즈—랭커셔: 일반적 논의—볼턴—스톡포트—애슈턴언더라인—스테일브리지—맨체스터에 관한 상세한 묘사: 일반적 구조—구시가지—신시가지—노동자 구역의 건축 구조—건물들과 뒷길—앤코츠—리틀 아일랜드—흄—샐퍼드—간략한 정리—건축업자—비좁은 거주지—지하 거주지—노동자의 옷—음식—부패한 고기—상품 속이기— 가짜 저울 등— 간략한 요약

경쟁
최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경쟁, 최고 임금을 받는 부르주아들의 경쟁—매일 매시간 자신을 판매해야만 하는, 부르주아의 노예인 노동자—과잉 인구—공황—산업 예비군—1842년 공황에서 산업 예비군의 운명

아일랜드 이주민
원인과 결과—칼라일의 서술— 아일랜드 인들의 불결함, 상스러움, 음주벽—아일랜드 인들과의 경쟁과 접촉이 잉글랜드 노동자들에게 끼치는 영향

결과
논의의 시작—앞서 서술한 상황이 노동자의 육체적 상태에 미치는 영향—대도시로의 인구 집중, 거주지, 오염 등—실태—폐병—티푸스, 특히 런던,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소화불량—폭음의 결과—돌팔이 의사—‘고드프리 강장제’—노동계급, 특히 어린 자녀들의 사망률—부르주아지가 저지르는 사회적 살인 혐의 고발—지적 도덕적 상태에서의 결과—교육기관의 결함—부족한 야간학교와 일요학교—노동계급의 무지—노동자들의 생활 속에 있는 교육의 대체물—도덕을 등한시하는 노동자—유일한 도덕이론인 법률—노동자가 자신의 처지에서 법률과 도덕을 무시하려는 유혹—빈곤의 영향—프롤레타리아와 불안정한 처지—강제노동이라는 형벌—인구 집중—아일랜드 인의 이주—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성격 구분— 부르주아보다 프롤레타리아가 앞서는 점—프롤레타리아 성격의 부정적 측면—음주벽—성적 방종—가정의 해체—사회질서에 대한 경멸—범죄—사회적 전쟁에 대한 서술

산업의 단일 부문들 : 공장 노동자
기계의 영향—수작업—작업방식의 변화—여성노동, 가정의 해체—가족 내 관계의 뒤집힘—여성의 공장 취업이 초래하는 도덕적 결과—초야권—어린이 노동—견습공법—뒤늦은 국가 개입—공장 보고서에 대한 서술—기나긴 노동시간— 야간 노동—불구자들—가벼운 외과 질환—노동의 성격—일반적인 체질 쇠약—특수 질환—증언—조기 노화—여성 체격의 특이한 결과—건강에 특히 해로운 노동 부문—불행한 사고—공장제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판단—공장법 제정과 10시간 노동법—노동의 권태와 무감각한 성격—노예제—공장의 통제—현물급여제도—오두막제도—1145년의 농노와 1845년의 자유로운 노동자 비교

산업의 나머지 부문들
양말 직조공—레이스 생산—면직물 날염업—벨벳 재단사—견직물 직조공—금속 제품—버밍엄—스태포드셔—셰필드—철공업—스태포드셔 북쪽의 도자기 산업—유리 제조업—수공업—런던의 여성복 양장점과 바느질

노동운동
노동운동의 시작—범죄—기계류에 반대하는 폭동—결사, 동맹 파업—결사와 쟁의의 영향—결사와 쟁의에 뒤따르는 불법 행위—부르주아지에 대항하는 영국 프롤레타리아트 투쟁의 성격—1843년 5월 영국 맨체스터 전투, 프롤레타리아트에게는 낯선 법에 대한 존중—인민 헌장—차티스트 운동의 역사—1842년 봉기—프롤레타리아트 인민 헌장파와 급진파 부르주아지의 결정적인 분리—차티스트 운동의 사회적 경향—사회주의—노동자의 보편적 입장

광업 프롤레타리아트
콘월의 광부—앨스턴 무어—철광산과 탄광—남성, 여성, 어린이 노동자—탄광 특유의 질병—얇은 석탄층에서의 노동—처참한 재앙, 폭발 사고 등—교육 상태—도덕성—광산법—광업 노동자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광업 노동자들의 운동—‘탄부 조합’—1844년 잉글랜드 북부에서의 대회—로버츠와 치안 판사 현물급여제도에 대항하는 투쟁—투쟁의 성과

농업 프롤레타리아트
역사적인 배경—농촌의 사회적 빈곤화—농촌 날품팔이의 상황—방화—곡물법 문제에 대한 무관심—교회에 대한 증오—웨일즈: 소토지 보유농—레베카 폭동—불안—아일랜드: 소토지 소작농—아일랜드 국민의 사회적 빈곤화— 범죄—합병 철회 운동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태도
영국 부르주아지의 도덕적 타락—금전욕—경제와 자유경쟁—위선적인 자선—곡물법 문제의 경제학과 정치학— 부르주아지의 법률 제정과 사법기관—의회의 부르주아지—고용주와 피고용인 법안—맬서스의 이론—구구빈법— 신구빈법—구빈원의 잔혹한 사례들—영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

역자 후기
저자 소개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년 독일 라인 주 바르멘에서 방직 공장주의 아들로 태어나 바르멘, 맨체스터 등지에 있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했다. 자본가이면서 공산주의자였던 엥겔스는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을 깊이 연구하였고 차티스트 운동 관련자들과도 교류하였다. 마르크스의 개인 생활을 적극적으로 돕는 한편 마르크스와 함께 제1인터내셔널 창건(1846년)했고, 마르크스가 죽은 후에는 국제공산주의 운동을 이끌면서 제2인터내셔널을 창건(1889년)했다. 1895년 런던에서 사망했다.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은 노동자들과 직접 교류했던 엥겔스가 1845년 당시에 산업의 심장부였던 맨체스터와 영국 북부를 답사하고 여러 보고서들을 종합한 후 자신의 이념을 투영하여 쓴 책이다. 그 밖에도 <<독일 이데올로기>>(마르크스와 공저), <<공산당 선언>>(마르크스와 공저),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 <<반뒤링론>> 등을 썼다.

옮긴이 소개
이재만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편집자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는 <<역사와 역사가들>>(공역), <<공부하는 삶>>, <<제국의 폐허에서>>, <<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 등이 있다.

 

1차

  1. 고전
    김산해,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휴머니스트 (#ISBN9788958620242)
    성서, 창세기, 요한복음
    호메로스, 천병희(옮김), <<일리아스>>, 단국대 출판부. (#ISBN9788970922034)
    소포클레스, 천병희(옮김),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 문예출판사. (#ISBN9788975851490)
    마키아벨리, 강정인(옮김), <<로마사논고>>, 한길사. (#ISBN9788935650170)
    단테, 한형곤(옮김), <<신곡>>, 서해문집. (#ISBN9788974832490)
    홉스, 김용환(옮김), <<리바이어던>>, 살림출판사. (#ISBN9788974833220)
    다윈, 박동현(옮김), <<종의 기원>>, 신원문화사. (#ISBN9788935913428)
    공자, 미야자키 이치사다(해석), <<논어>>, 이산. (#ISBN9788987608235)
    루이스, <<단테>>, 푸른숲. (#ISBN9788971844342)

  2. 한국과 동남아시아
    정문태, <<전선기자 정문태 — 전쟁 취재 16년의 기록>>, 한겨레신문사. (#ISBN9788984311282)
    박명림, <<한국 1950: 전쟁과 평화>>, 나남출판. (#ISBN9788930039390)
    서중석,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웅진닷컴. (#ISBN9788901154190)
    오오누키 에미코,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 모멘토. (#ISBN9788991136038)
    존 키건, <<전쟁의 얼굴>>, 지호. (#ISBN9788959090044)
    강준만, <<한국현대사 산책>>, 인물과사상사. (#ISBN9788959060559)
    빅터 데이비드 핸슨, <<살육과 문명>> , 푸른숲.(#ISBN9788971843604)
    마이클 매클리어, <<베트남: 10,000일의 전쟁>>, 을유문화사. (#ISBN9788932460819)
    유인선, <<새로 쓴 베트남의 역사>>, 이산. (#ISBN9788987608242)
    이삼성,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외,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살림출판사.(#ISBN9788952203427)

  3. 미국의 패권주의와 중앙아시아
    로버트 카플란, <<타타르로 가는 길>>, 르네상스. (#ISBN9788990828002)
    후안 고이티솔로, <<전쟁의 풍경>>, 실천문학사.(#ISBN9788939204959)
    노르만 핀켈슈타인, <<홀로코스트 산업>>, 한겨레신문사. (#ISBN9788984311107)
    찰스 킨들버거,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1990>>, 까치글방. (#ISBN9788972913825)
    정수일, <<이슬람 문명>>, 창작과비평사. (#ISBN9788936470777)
    정수일, <<고대문명교류사>>, 사계절. (#ISBN9788971968307)
    프랜시스 로빈스 외,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이슬람사>>, 시공사. (#ISBN9788952716484)
    하워드 터너, <<이슬람의 과학과 문명>>, 르네상스. (#ISBN9788990828057)
    타리크 알리, <<근본주의의 충돌>>, 미토. (#ISBN9788995330470)
    랄프 쇤만, <<잔인한 이스라엘>>, 미세기. (#ISBN9788980711444)

  4. 전쟁의 엔진, 자본주의
    리오 휴버먼,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책벌레. (#ISBN9788989056003)
    어니스트 볼크먼,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이마고. (#ISBN9788990429087)
    고바야시 히데오, <<만철滿鐵>>, 산처럼. (#ISBN9788990062093)
    고모리 요이치, <<1945년 8월 15일, 천황 히로히토는 이렇게 말하였다>>, 뿌리와이파리. (#ISBN9788990024299)
    에릭 홉스봄, <<제국의 시대>>, 한길사. (#ISBN9788935651788)
    더글러스 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녹색평론사. (#ISBN9788990274632)
    장하준, <<사다리 걷어차기>>, 부키.(#ISBN9788985989695)
    에르네스트 만델, <<즐거운 살인: 범죄소설의 사회사>>, 이후. (#ISBN9788988105184)
    하워드 진,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이후. (#ISBN9788961570831)
    로버트 브레너, <<혼돈의 기원: 세계 경제 위기의 역사 1950~1998, 이후.>> (#ISBN9788988105412)

  5. 민주주의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후마니타스. (#ISBN9788964371169)
    로버트 달,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ISBN9788964372463)
    로버트 퍼트남, <<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 박영사. (#ISBN9788971893784)
    한국정치연구회(편), <<박정희를 넘어서>>, 푸른숲. (#ISBN9788971841617)
    버나드 마넹, <<선거는 민주적인가>>, 후마니타스. (#ISBN9788990106063)
    허승일, <<로마공화정>>, 서울대학출판부. (#ISBN9788970961590)
    레오나르도 브루니, <<피렌체 찬가>>, 책세상. (#ISBN9788970133140)
    데이비드 브룩, <<우익에 눈먼 미국: 어느 보수주의자의 고백>>, 나무와숲. (#ISBN9788988138328)
    프랜시스 라페 외, <<굶주리는 세계>>, 창비. (#ISBN9788936485207)
    홍은택,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창비. (#ISBN9788936470982)

  6. 현대사회와 커뮤니케이션
    사카이 나오키, <<번역과 주체>>, 이산. (#ISBN9788987608464)
    코린 쿨레, <<고대 그리스의 의사소통>>, 영림카디널. (#ISBN9788984010048)
    칼레 라슨 외, <<애드버스터>>, 현실문화연구. (#ISBN9788987057194)
    데스몬드 모리스, <<인간의 친밀행동>>, 지성사. (#ISBN9788978890892)
    톨스타인 베블렌, <<한가한 무리들>>, 동인. (#ISBN9788985812177)
    알버트 바라바시, <<링크: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동아시아. (#ISBN9788988165232)
    김경용, <<기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ISBN9788937421525)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ISBN9788987671826)
    발자크, <<기자의 본성에 관한 보고>>, 서해문집. (#ISBN9788974831349)
    로버트 팩스턴, <<파시즘>>, 교양인. (#ISBN9788995530054)

  7. 정보화 사회
    허버트 실러, <<정보불평등>>, 민음사. (#ISBN9788937427091)
    마뉴엘 카스텔, <<정보도시>>, 한울. (#ISBN9788946038981)
    웹스터, 정보사회이론, 사회비평사.
    어슐러 휴즈, <<싸이버타리아트>>, 갈무리. (#ISBN9788986114652)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 민음사. (#ISBN9788937424755)
    댄 쉴러, <<미국의 새로운 세계지배 전략 디지털 자본주의>>, 나무와숲. (#ISBN9788988138229)
    제이슨 엡스타인, <<북 비즈니스>>, 미래사. (#ISBN9788970878102)
    조셉 테인터, <<문명의 붕괴>>, 대원사. (#ISBN9788936905217)
    빌렘 플루서, <<디지털시대의 글쓰기>>, 문예출판사. (#ISBN9788931003307)
    이충웅,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 이제이북스. (#ISBN9788956440729)

  8. 역사
    하비 케이, <<과거의 힘: 역사의식, 기억과 상상력>>, 삼인. (#ISBN9788991097100)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나간 미래>>, 문학동네. (#ISBN9788982811395)
    에릭 홉스봄, <<역사론>>, 민음사. (#ISBN9788937416101)
    한스 위르겐 괴르츠, <<역사학이란 무엇인가>>, 뿌리와이파리. (#ISBN9788990024107)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한길사. (#ISBN9788935654635)
    레이 황,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 푸른역사. (#ISBN9788987787350)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의 역사>>, 세종서적. (#ISBN9788984070288)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한길사. (#ISBN9788972914631)
    에두아르트 푹스, <<풍속의 역사>>, 까치.(#ISBN9788972912880)
    리사 자딘, <<상품의 역사>>, 영림카디널. (#ISBN9788984010734)

  9. 동아시아
    마루야마 마사오(외), <<번역과 일본의 근대>>, 이산. (#ISBN9788987608150)
    조너선 스펜스, <<천안문>>, 이산. (#ISBN9788987608099)
    윌리엄 시어도어 드 베리, <<다섯 단계의 대화로 본 동아시아 문명>>, 실천문학사. (#ISBN9788939204225)
    가시모토 미오/미야지마 히로시, <<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 역사비평사. (#ISBN9788976967077)
    허수열, <<개발없는 개발>>, 은행나무. (#ISBN9788956605722)
    티모시 브룩, <<쾌락의 혼돈>>, 이산. (#ISBN9788987608433)
    마르티나 도이힐러, <<한국 사회의 유교적 변환>>, 아카넷. (#ISBN9788957330197)
    강재언, <<선비의 나라 한국 유학 2천년>>, 한길사. (#ISBN9788935655229)
    유길준, <<서유견문>>, 서해문집. (#ISBN9788974832278)
    후쿠자와 유키치, <<학문의 권장>>, 소화. (#ISBN9788984102224)

  10. 예술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예경. (#ISBN9788970840659)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창비. (#ISBN9788936479671)
    알베르토 망구엘, <<나의 그림읽기>>, 세종서적. (#ISBN9788984071483)
    고바야시 다다시, <<우키요에의 미>>, 이다미디어. (#ISBN9788988350386)
    진 쿠퍼,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화상징사전>>, 까치. (#ISBN9788972910657)
    데이비드 호크니, <<명화의 비밀>>, 한길사. (#ISBN9788988360668)
    오주석, <<한국의 미 특강>>, 솔출판사. (#ISBN9788981335991)

2차

  1. 역사이야기
    강명관, <<조선의 뒷골목 풍경>>, 푸른역사. (#ISBN9788987787749)
    슈바이츠, <<어제의 세계>>, 지식공작소. (#ISBN9791130425054)
    반 룬, <<인류이야기>>, 아이필드. (#ISBN9788994620107)
    단턴, <<고양이 대학살>>, 문학과지성사. (#ISBN9788932008431)
    홀랜드, <<공화국의 몰락>>, 웅진닷컴. (#ISBN9788901047614)

  2. 문화
    미치너, <<소설>>, 열린책들.(#ISBN9788932909189)
    임석재, <<땅과 인간/기독교와 인간>>, 북하우스. (#ISBN9788956050836)
    라이히-라니츠키, <<사로잡힌 영혼>>, 빗살무늬. (#ISBN9788995233337)
    베리, <<현대 문학이론 입문>>, 시유시.(#ISBN9788981620264)
    벌린, <<낭만주의의 뿌리>>, 이제이북스. (#ISBN9788956440712)

  3. 자연과학
    해리스, 작은 인간, 한길사.
    길리스피, <<객관성의 칼날>>, 새물결. (#ISBN9788955591484)
    웹스터, <<과학기술과 사회>>, 한울. (#ISBN9788946040434)
    로버츠, <<석유의 종말>>, 서해문집. (#ISBN9788974832223)
    사이키스, <<이브의 일곱딸들>>, 따님. (#ISBN9788985277396)

  4. 경제와 세계화
    신이치,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동아시아. (#ISBN9788988165454)
    마르틴, <<세계화의 덫>>, 영림카디널. (#ISBN9788984010680)
    이정전, <<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한길사. (#ISBN9788935653607)
    갈브레이드, <<불확실성의 시대>>, 범우사.(#ISBN9788908020047)
    하일브로너,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민음사. (#ISBN9788937424724)

  5. 인물평전
    갈로,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 푸른숲. (#ISBN9788971843444)
    허마이오니 리, <<버지니아 울프>>, 책세상. (#ISBN9788970132686)
    김현우, <<안토니오 그람시>>, 살림. (#ISBN9788952203731)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4(율리우스 카이사르), 한길사. (#ISBN9788935610273)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5(율리우스 카이사르), 한길사. (#ISBN9788935610822)
    박홍규, <<카프카 권력과 싸우다>>, 미토. (#ISBN9788995330494)

  6. 정치사상
    블룸, <<셰익스피어의 정치철학>>, 집문당. (#ISBN9788930303743)
    강준만, <<나의 정치학 사전>>, 인물과사상사. (#ISBN9788959060092)
    뮬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한울. (#ISBN9788946061101)
    로크, 통치론, 문학과지성사.
    폴라니,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책세상. (#ISBN9788970133294)

7.사회과학
부르디외, <<과학의 사회적 사용>>, 창비. (#ISBN9788936485122)
엘리아스, <<기득권자와 아웃사이더>>, 한길사. (#ISBN9788935655502)
하비, <<파리 모더니티의 수도>>, 생각의나무. (#ISBN9788984984035)
일리히, <<학교없는 사회>>, 미토. (#ISBN9788990687173)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 나남. (#ISBN9788930039024)

  1. 철학
    가라타니 고진, <<윤리21>>, 사회평론. (#ISBN9788986167917)
    브루노 스넬, <<정신의 발견>>, 까치. (#ISBN9788972910725)
    박해용, <<철학용어용례사전>>, 돌기둥. (#ISBN9788995530900)
    야스퍼스, <<위대한 사상가들>>, 책과함께. (#ISBN9788991221116)
    프리틀라인, <<서양철학사>>, 서광사 (#ISBN9788930600101)

<<역사 古典 강의>> 강유원, 라티오 (#ISBN9788996056171)

첫 시간

Ⅰ 고대 지중해 세계와 폴리스 시대

제1강
진화를 멈춘 인류는 도구와 관념을 통해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문명 단계로 들어선다. 이 단계의 중요한 사건인 ‘신석기 농업혁명’ 이후 인류의 삶은 고통스러운 것이 된다. 역사는 이러한 고난의 기록이자 그 기록에 대한 통찰이다.

제2강
희랍 세계의 저 아래에는 지중해가 있다. 동 지중해, 즉 에게 해라는 지리적 조건 아래에서 자급자족을 할 수 없었던 희랍인들은 여기저기에 식민지를 건설한다.

제3강
희랍의 야망은 페르시아와 충돌하고, 페르시아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낳는다. 이 전쟁은 그것과 관계없어 보이는 자그마한 사건들의 묶음이자 그것들의 복합적 귀결이다. 이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은 역사가의 원초적 과제이다. 헤로도토스는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조사하고 연구한 탐사 보고서 《역사》를 쓴다. 이로써 그는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제4강
마라톤 평원과 살라미스 앞바다에서 페르시아를 물리친 희랍인들은 이것을 ‘자유의 승리’로 규정한다. 승리는 그들에게 번영과 영광을 안겨 주지만 그들 사이에 깊은 불신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희랍인들은 뜻이 맞는 나라들끼리 동맹을 맺고 패권을 향한 쟁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제5강
한편에는 아테나이 쉬마키아가, 다른 한편에는 펠로폰네소스 쉬마키아가 있다. 이 두 동맹은 전쟁을 시작한다. 투퀴디데스는 이 전쟁의 결과를 기록함과 동시에 인간 활동의 법칙을 찾고자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다. 이로써 역사가의 반성적 과제를 수행한 투퀴디데스는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제6강
아테나이는 스파르테의 공격에 맞서 ‘비기는 전쟁’을 시도하고, 적에게 ‘약탈당하지 않았다’는 심성으로 살아온 앗티케의 농민들은 도시로 피난을 간다. 전쟁 첫 해가 지난 후 치러진 장례식에서 아테나이의 지도자 페리클레스는 장엄한 연설을 한다. 그의 연설에는 희랍의 학교’로서의 아테나이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흐른다.

제7강
전쟁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아테나이의 역병도 그중 하나이다. 이 역병은 아테나이 사람들의 인내심과 도덕심을 무너뜨리고, 동족을 향한 대량 살육의 추악한 전쟁으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 젖힌다.

제8강
전쟁의 추악함과 잔혹함에 대한 투귀디데스의 서술은 냉정하다. 잔혹한 교사’로서의 전쟁. 전쟁은 말의 의미와 가치를 전도시키고, 그에 따라 기존의 객관적 질서를 파괴한다.

제9강
멜로스를 침략한 아테나이는 보편적인 선善을 가볍게 무시해 버린다. 광기에 휩싸인 인간들은 현실적 힘의 우위를 앞세운 제압의 논리에만 의존한다. 결국 아테나이 제국주의는 실패하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국제사회’라는 문제를 남긴다.

제10강
희랍의 폴리스들은 서로를 죽이면서 공멸의 길을 향해 가고 이 세계는 다시금 페르시아가 지배하지만 그것도 잠깐, 에게 해와 페르시아는 마케도니아 제국으로 흡수된다. 번영은 오만을, 오만은 싸움을 부르고 싸움에 지친 사람들은 편안함을 찾아 자신만의 세계로 파고든다.


Ⅱ 로마와 중세 가톨릭 제국 시대

제11강
영원한 제국’ 로마는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라 부르면서 ‘세계’를 제패한다. 이는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를 멸망시킨포에니 전쟁을 거치면서 굳건해졌으나 제국의 시민들은 농노나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한다.

제12강
시민들은 이제 신민이 되어 강력한 일인자들 아래의 병졸이 된다. 일인자 중의 한 명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 군단을 이끌고 갈리아 정복을 시도한다. 그가 쓴 보고서 《갈리아 원정기》는 로마 군대의 식민지 침략과 지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여실히 알려 준다.

제13강
넓은 제국은 군대로써 지키지만, 계속되는 영토 확장으로 인해 ‘테크놀러지(네트워크)의 한계에 직면하면 통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콘스탄티누스의 제국 분할은 이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었으나 제국에 대한 신민들의 충성심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제14강
로마제국 말기와 중세 초기는 엄밀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중세는 로마제국 말기의 지주-전사 연합체를 이어받아 그것을 밑바탕에 두고, 그 위에 기독교를 얹어서 로만 가톨릭 제국을 세운다.

제15강
제국 말기를 살았던 아우구스티누스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멸망할 운명에 놓인 것들이다. 진정한 나라는 신의 나라이다. 그의 《신국론》은 무너지는 ‘영원한 로마’를 대신할 ‘영원한 신의 도시’를 설파한다. 이로써 아우구스티누스는역사의 철학적 전망을 연다.

제16강
천국의 열쇠를 쥐었다고는 하나 기독교가 로만 가톨릭 제국의 통일성을 장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세속의 황제들은 교황에게 도전한다. 후기에 접어들어 여기저기에서 균열이 발생하면서 이 제국은 해체의 징후들을 드러낸다.

제17강
중세 제국 해체의 뚜렷한 표상 중의 하나는 신권에 반대하여 세속권의 우위를 선포한 텍스트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동서 교역의 산물이기도 한 14세기의 흑사병은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기존 질서의 전반적 붕괴를 가속화한다. 동시에 새로운 체제의 맹아도 싹트기 시작한다.

제18강
로만 가톨릭 제국 말기의 사태를 가리킬 때는 르네상스’보다는 화약과 대포’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시기 종교개혁의 주체였던 프로테스탄트는 새로운 시대의 정신적 지배에 대한 열망을 광신적으로 뿜어 낸다.

제19강
르네상스 인문주의는,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꾸 갈망하게 되는 유토피아 같은 것이다. 17세기 사람 비코는 ‘수학적 확실성’이라는 시대정신에 맞서 신의 섭리와 인문주의를 제창한다. 그의 《새로운 학문》은 비감한 텍스트이다.

제20강
신의 섭리를 폐기하지는 못했지만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자각은 비코에서 뚜렷하게 그 원리를 드러낸다. 진리 역시 태초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인간이 만든 역사가 진리인 것이다.


Ⅲ 근대 국민국가 체제와 세기말

제21강
종파 분쟁으로 시작된 30년전쟁은 정치적 쟁투를 숨기고 있었고, 근대적 영토 국가 성립의 씨앗을 뿌린다. 사람들은 기독교 공화국의 신도가 아닌 근대 국가의 ‘국민’이 되어 간다. 이는 국민군이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제22강
종파 간의 피흘림은 종교의 위력을 무너뜨리고, 세계와 인간을 설명하는 근본 범주는 자연과학이 만들어 낸다. 과학과 기술은 긴밀하게 얽히고 유력자들의 후원과 제도적 뒷받침에 힘입어 사회적 권위의 자리에 오른다.

제23강
과학의 성과는 계몽주의자들의 노력을 거쳐 대중화된다. 이렇게 해서 이성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 이성의 원리를 적용하면 미래는 행복한 대상이 되리라는 낙관적 진보주의가 그들의 가슴을 뿌듯하게 하였다.

제24강
낙관적 진보를 소망하는 것은 인간의 완전가능성을 갈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소망에 들뜬 콩도르세는 역사 속에서 실현할 ‘완전한 인간’에 관한 계획서를 작성한다.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제25강
18세기는 현대 사회의 ‘기원’이다. 이 시기에 정치혁명,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통신 혁명, 사회혁명, 국제관계 혁명, 문화혁명 등의 힘이 퍼져 나간다. 세계는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 버리고 낙관적이고 찬연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듯하다.

제26강
새로운 세계’의 법칙은 ‘상품화’이다. 인간, 토지, 화폐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된 것이다. 상품이 된 이것들은 산업혁명이 이루어 내고 있는 기술혁신의 틀 속으로 들어가 이윤을 만들어 내는 원자재가 된다.

제27강
산업혁명은 근대 산업도시를 만들었고, 그 도시에는 ‘자유로운 노동자’가 살고 있다. 청년 엥겔스는 산업혁명의 도시 맨체스터와 노동자들을 관찰한다.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는 이 모든 것을 전형적으로 집약한다.

제28강
‘근대화’된 맨체스터는 근대 도시의 전형적인 공간 배치를 구현한다. 노동자들의 거주지와 삶은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은폐된다. 그들에게는 낙관적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인간 정신의 진보’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닌 것이다.

제29강
산업도시에 사는 노동자들에게는 사회의 살인 행위가 벌어지는 반면, 부르주아계급은 이윤 추구를 위해 냉혹한 계산을 되풀이한다. 엥겔스는 노동자들의 총 봉기에 의한 부르주아계급의 타도라는 헛된 희망을 품는다.

제30강
19세기에 만개한 근대화는 수많은 찬양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들은 이윤 추구가 인간의 파괴적 정념을 다스리는 처방전이 되리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자본주의 정신은 ‘훌륭한’ 정신인 것이다. 이 자신감은 20세기에 이르도록, 아니 지금까지도 소멸되지 않는다.

제31강
프랑스혁명은 부르주아계급의 정치적 지배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태였으나 혁명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애국심으로 무장한 국민군을 탄생시킨 혁명은 계몽주의적 엘리트 지식인 콩도르세를 처형하면서 대중들에게 힘의 과시와 체제 장악의 기회까지 제공한다. 이로써 프랑스혁명은 혁명적 집단심성’의 위력을 드러내면서 ‘대혁명’이 된다.

제32강
기존 질서를 중시하는 이들은 대혁명의 여파에 노심초사한다. 영국의 버크도 그중 한 사람이다. 독일에서도 지식인들이 대혁명을 두고 논쟁을 벌인다. 어쨌든 혁명은 인류가 끝없이 향해 가야 할 이상을 하나 덧붙인다.

제33강
독일의 낭만주의자들은 인류 역사의 진행 경과를 고민한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는 설계도가 난무하는 법이다. 헤르더는 역사의 최종 목적을 내세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을 세속화한 듯한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은 인류 도야의 학교로서의 세계사를 말한다. 이로써 미래의 전망을 세우는 역사철학이 또 하나 등장한다.

제34강
마르크스는 엥겔스와 함께 1848년 혁명의 선언서, 《공산당 선언》을 작성한다. 그들은 근대 세계의 주인공인 부르주아계급의 등장 과정과 업적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이 문헌은 묘사로 가득 찬 듯하지만 미래의 전망을 세우기는 마찬가지다. 다가올 세상의 주인공이 신의 섭리나 인류 일반이 아닌 프롤레타리아계급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제35강
부르주아계급은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문명을 창출했고, 이로써 19세기는 그들의 시대가 된다. 부르주아 체제의 헤게모니를 부정하였기에 폭력으로 완벽하게 진압된 파리코뮌 같은 프롤레타리아계급 운동은 그러한 운동이 있었다는 것만을 역사가 기록할 뿐이다.

제36강
19세기 세계에서는 국민경제들 사이의 경쟁이 절정에 이른다. 이 시대의 주인공인 부르주아계급은 유한계급으로 변태하고, 세계에는 세기말적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솟아난다. 프롤레타리아계급 운동이 아직은 절멸되지 않은 상태이다.

제37강
프롤레타리아계급은 쉽게 단결하지 못한다. 그들이 공동의 계급의식을 갖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그들은 하나의 정체성만 가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프롤레타리아계급 운동 내부에서도 전선은 분열되었다.


Ⅳ 제1, 2차 세계대전과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

제38강
절정은 파국에 앞선 것일 뿐이다. 두 번에 걸친 20세기의 세계대전들은 19세기 부르주아 전성기의 거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대전쟁’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은 인간의 진보와 이성에 대한 신념을 파괴했고, 인간은 국가라는 거대 행위자가 동원하는 부품으로 전락한다.

제39강
어떻게 해서든 파국과 절멸은 막아야 한다. 한가하게 이상주의를 말할 때가 아니다. 에드워드 카는 전간기에 쓰인 《20년의 위기》에서 질타와 처방을 제시한다. 그러나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쟁은 자기운동을 가진 체제가 벌이는 최악의 결과다.

제40강
제2차 세계대전 이후는 미합중국의 헤게모니가 관철되는 시대이다. 황금시대도 있었으나, 더욱 짧아진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순환고리는 다시 저점을 향하고 있다. 대규모의 체제 전환기라는 조짐은 있는데, 인간 행위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직 모르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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