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만한 책들_강유원] 로드니 스타크, 기독교의 발흥

“결국 기독교의 발흥에 관한 모든 물음은 하나로 수렴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로마 제국 변방에서 시작된 미약하고 이름 없는 메시아 운동이 고전시대의 이방 종교를 밀어내고 서구 문명의 지배적 신앙으로 자리매김했을까? 하나의 물음이지만 답은 여러 갈래로 도출되어야 한다. 단 하나의 요소가 기독교의 승리를 이끌어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로드니 스타크, <<기독교의 발흥>>(#ISBN9788958742616), p. 17)

이러한 물음으로 시작된 책은 “사회과학자의 시선으로 탐색한 초기 기독교 성장의 요인”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기독교로 개종하는 과정에서 인적 네트워크의 역할, 기독교의 계급적 기반, 초기 기독교에서 유대인 신도의 비중과 역할, 역병이 기독교 성장에 끼친 적극적 요인, 고대 세계 여성의 지위가 기독교에서는 혁명적으로 달라진 점, 혼란스러운 도시에서의 기독교의 사회적 위력,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순교가 가져다주는 보상 등과 같은 “여러 갈래”의 대답을 검토한 다음, 기독교 성공의 핵심 요소는 교리에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여하간 기독교인은 잔인성과 쇼 관람 둘 다 정죄했다. “너희는 살인하지 말지니라”고 터툴리안은 독자들을 일깨웠다. 그리고 경기 관람이 일반화되자 기독교인은 이런 ‘경기’를 관람해서는 안 된다고 금했다. 더 중요한 점은 기독교인이 이교도가 관습적으로 가볍게 행하는 잔인성과는 전적으로 양립 불가한 도덕적 비전을 효과적으로 선포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독교가 개종자에게 선사한 것은 그들의 인간성에 다름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미덕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되었다.”(p. 321)

사회학적 분석과 역사적 맥락의 결합, 거기에 신학적 교리의 맥락 적절성을 잘 조화시킨 저작이다.

[철학 古典 강의] 2016년 출간 예정

이 원고는 필자가 서대문구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2014년 2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40회에 걸쳐 진행한 ‘철학 고전 강의’를 바탕으로 쓰였다. 이 강의는 전통적 형이상학과 존재론을 다룸으로써 철학의 전 영역으로 나아가는 기본적인 원리를 터득하게 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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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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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Die Lage der arbeitenden Klasse in England; The Condition of the Working Class in England

지은이: 프리드리히 엥겔스
옮긴이: 이재만
판형: 신국판; 384페이지(24,000원)
발간일: 2014년 12월 5일
ISBN: 9788996056188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프리드리히 엥겔스, 이재만 (#ISBN9788996056188)

도서안내
‘최초의 마르크스주의자’ 엥겔스, 그는 진정한 이론적 실천가이자 실천적 이론가였다.

청년 엥겔스가 살아간 시간은 산업혁명의 절정기였다. 청년 엥겔스가 살아간 공간은 산업혁명의 중심지였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 속의 행위자였던 그는 시대 속으로 들어간다 — 실천가 엥겔스.

산업혁명의 중심지 맨체스터와 영국 북부를 샅샅이 탐색한 엥겔스는 하나의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보고서에는 시대가 만들어낸 노동계급이, 그들이 살고 있는 대도시가,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경쟁이,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참혹한 귀결이 생생하게 서술되어 있다. 보고서가 여기서 끝맺었다면 엥겔스는 그저 실천가에 그쳤을 것이다. 청년 엥겔스는 여기에 철학적 전망을 더한다. 영국 부르주아지의 현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모든 이들이 참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미래를 전망한다 — 이론가 엥겔스.

우리는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에서 청년 엥겔스의 사회적 보고, 철학적 전망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디킨스의 소설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문학적 설득력은 뜻밖의 선물이기도 하다.

지금, 여기에서,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19세기 이래, 세계의 시대정신은 ‘인간’을 중심에 두지 않았다.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난 서구의 근대는 인간 중심의 세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계몽주의의 합리성은 기계 중심의 세계, 이윤 창출의 세계로 나아갔다. 이러한 세계관이 집약되어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실현된 시간과 공간이 바로 19세기 중반의 영국이다.

‘19세기 중반의 영국’은 우리의 현재이기도 하다. ‘우리의 현재’는 노동자가, 대도시가, 경쟁이 장악하고 있다. ‘우리의 현재’에는 ‘인간’이 없다. ‘19세기 중반의 영국’에 관한 청년 엥겔스의 이 보고서가 ‘우리의 현재’에 대한 보고서이며, 동시에 ‘우리의 미래’에 대한 지침일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의 한국어판은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라는 제목으로 1988년에 출간된 적이 있으나 지금은 구할 수 없고, 출간된 지 거의 한 세대가 지났으므로 새로운 번역본에 대한 요구가 절실했다. 이 번역본이 대본으로 삼은 것은, 1845년에 독일어 초판이 나온 지 42년이 지난 1887년에 F. 켈리 비슈네베츠키가 영어로 번역한 것을 엥겔스가 직접 개정한 후 뉴욕에서 첫 출간한 판본이다. 이 밖에도 독일어판 마르크스-엥겔스 전집을 참조하였으며, 독일어판에만 있는 주석과 도판을 첨부했다. 독일어판이 아닌 영어판을 선택한 이유는 이 영역본이 엥겔스가 생전에 직접 교정하고 인정한 판본일 뿐 아니라 출간 당시를 기준으로 엥겔스가 서문과 각주 등을 첨부했으며, 무엇보다 이 책의 배경이 영국이고 엥겔스가 참고하고 인용한 자료들 역시 대부분 영어로 쓰였기 때문이다. 고전인 만큼 인용의 준거로 삼을 수 있도록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되 청년 엥겔스의 문체를 살리도록 노력했다.

엥겔스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청년 엥겔스는 산업혁명 시대의 공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대도시’를 걸어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듯 그들의 삶을 묘사한다. “올드필드 가와 크로스 가 사이에 있는, 가장 열악한 안마당과 골목으로 가득한 구역의 노동자 거처들은 불결과 과밀이라는 면에서 구시가지의 거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 구역에서 나는 60세쯤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외양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창문도 없고 마루도 천장도 없는 장방형 우리에 일종의 굴뚝을 만들어놓고는 썩은 지붕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침대틀을 하나 구해 거기서 살고 있었다. 이 남자는 너무 늙고 약해서 일정하게 일하지 못했고, 손수레로 분뇨를 치워서 생계를 꾸렸다. 그의 ‘대궐’ 옆에는 똥떠미들이 쌓여 있었다!”

청년 엥겔스는 1840년의 런던에 만연해 있던 ‘소외’에 대해  말한다. “이 개인들이 제한된 공간 안에 모이면 모일수록 각자의 야만적인 무관심, 사익만을 추구하는 매몰찬 고립 상태는 한층 더 혐오스럽고 불쾌하게 변해간다. 그리고 이런 개인의 고립, 이런 편협한 이기주의가 어디서나 우리 사회의 근본 원칙이라는 것을 누군가 제아무리 명확하게 인식하더라도,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이 대도시만큼 뻔뻔스럽고 몰염치하고 자기 위주인 곳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인류가 각자의 원칙과 목적을 가진 단자들로 분해되는 원자들의 세계는 이곳에서 최고조에 이른다.”

청년 엥겔스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분석한다. “과거의 노예제와 현대의 노예제의 유일한 차이는 오늘날의 노동자가 자유로워 보인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그가 한 번에 팔리지 않고 일, 주, 연 단위로 조금씩 팔리고, 어떤 주인도 그를 다른 주인에게 팔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는 특정한 사람의 노예가 되는 대신 자산계급 전체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를 팔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보면 노동자의 처지는 바뀌지 않았으며, 설령 이런 겉치레 자유가 불가피하게 그에게 진짜 자유를 약간 주더라도 다른 한 편으로는 아무도 그의 생존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불이익을 수반한다. 노동자는 주인인 부르주아지에게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는 위태로운 처지이며, 부르주아지가 그의 일자리와 생존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으면 굶어죽고 만다. 반면에 부르주아지에게는 과거의 노예제보다 현행의 방식이 훨씬 낫다. 투자한 자본을 손해보지 않고도 피고용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고, 부르주아지를 위로하는 듯한 아담 스미스의 지적처럼 노예제에서 가능했던 것보다 훨씬 값싸게 노동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 엥겔스는 자신이 관찰한 이러한 비참함과 계급 억압의 파노라마로부터,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물론 엥겔스의 이러한 결론은 맞지 않았다. 엥겔스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부르주아지는  점점 더 영악해져서 노동자들의 단결을 깨부수고 자본주의 사회를 한층 더 확고하게 장악했다. 그러나 자본가와 노동자의 기본 관계는 오늘날의 산업사회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다. 2014년 11월에 발표된 영국 내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강제 매춘을 하는 여성들과 소녀들, 그리고 공장이나 농장, 어선 등에서 임금을 거의 받지 못하고 일하는 이들이 영국에서만 1만 3000명에 이른다.

청년 엥겔스의 서술을 21세기 한국에 투영해보면 우리는 무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차례
영국 노동계급에게
1845년 독일어 초판 서문
1887년 미국판 서문
1892년 영국판 서문

서론
산업혁명 이전 노동자의 상황—제니 방적기—산업 프롤레타리아트와 농업 프롤레타리아트의 형성—소모 방적기, 뮬 방적기, 역직기, 증기기관—수작업에 대한 기계의 승리—제조업의 발전—면 공업—양말류 제조업—레이스 제조업— 염색, 표백, 날염—양모 제조업—리넨 업—견직물 제조업—철 생산과 제련—탄광—도자기 제조업—농업 —도로, 운하, 철도, 증기선—요약—국가적 의의를 가지게 된 프롤레타리아트의 발전—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견해

산업 프롤레타리아트
노동자의 분류—자산의 집중—근대 산업의 동력—인구의 집중

대도시
런던의 첫인상—사회적 전쟁과 어디에나 있는 약탈 체제—이 체제에서 사는 가난한 자의 운명—빈민굴에 관한 일반적 서술—관찰의 시작, 런던: 세인트자일스와 그 주변—화이트 채플—프롤레타리아트 거처의 내부—공원의 노숙자들—야간 쉼터—더블린—에든버러—리버풀—공장 도시: 노팅엄, 버밍엄, 글래스고, 리즈, 브래드퍼드, 허더즈필즈—랭커셔: 일반적 논의—볼턴—스톡포트—애슈턴언더라인—스테일브리지—맨체스터에 관한 상세한 묘사: 일반적 구조—구시가지—신시가지—노동자 구역의 건축 구조—건물들과 뒷길—앤코츠—리틀 아일랜드—흄—샐퍼드—간략한 정리—건축업자—비좁은 거주지—지하 거주지—노동자의 옷—음식—부패한 고기—상품 속이기— 가짜 저울 등— 간략한 요약

경쟁
최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경쟁, 최고 임금을 받는 부르주아들의 경쟁—매일 매시간 자신을 판매해야만 하는, 부르주아의 노예인 노동자—과잉 인구—공황—산업 예비군—1842년 공황에서 산업 예비군의 운명

아일랜드 이주민
원인과 결과—칼라일의 서술— 아일랜드 인들의 불결함, 상스러움, 음주벽—아일랜드 인들과의 경쟁과 접촉이 잉글랜드 노동자들에게 끼치는 영향

결과
논의의 시작—앞서 서술한 상황이 노동자의 육체적 상태에 미치는 영향—대도시로의 인구 집중, 거주지, 오염 등—실태—폐병—티푸스, 특히 런던,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소화불량—폭음의 결과—돌팔이 의사—‘고드프리 강장제’—노동계급, 특히 어린 자녀들의 사망률—부르주아지가 저지르는 사회적 살인 혐의 고발—지적 도덕적 상태에서의 결과—교육기관의 결함—부족한 야간학교와 일요학교—노동계급의 무지—노동자들의 생활 속에 있는 교육의 대체물—도덕을 등한시하는 노동자—유일한 도덕이론인 법률—노동자가 자신의 처지에서 법률과 도덕을 무시하려는 유혹—빈곤의 영향—프롤레타리아와 불안정한 처지—강제노동이라는 형벌—인구 집중—아일랜드 인의 이주—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성격 구분— 부르주아보다 프롤레타리아가 앞서는 점—프롤레타리아 성격의 부정적 측면—음주벽—성적 방종—가정의 해체—사회질서에 대한 경멸—범죄—사회적 전쟁에 대한 서술

산업의 단일 부문들 : 공장 노동자
기계의 영향—수작업—작업방식의 변화—여성노동, 가정의 해체—가족 내 관계의 뒤집힘—여성의 공장 취업이 초래하는 도덕적 결과—초야권—어린이 노동—견습공법—뒤늦은 국가 개입—공장 보고서에 대한 서술—기나긴 노동시간— 야간 노동—불구자들—가벼운 외과 질환—노동의 성격—일반적인 체질 쇠약—특수 질환—증언—조기 노화—여성 체격의 특이한 결과—건강에 특히 해로운 노동 부문—불행한 사고—공장제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판단—공장법 제정과 10시간 노동법—노동의 권태와 무감각한 성격—노예제—공장의 통제—현물급여제도—오두막제도—1145년의 농노와 1845년의 자유로운 노동자 비교

산업의 나머지 부문들
양말 직조공—레이스 생산—면직물 날염업—벨벳 재단사—견직물 직조공—금속 제품—버밍엄—스태포드셔—셰필드—철공업—스태포드셔 북쪽의 도자기 산업—유리 제조업—수공업—런던의 여성복 양장점과 바느질

노동운동
노동운동의 시작—범죄—기계류에 반대하는 폭동—결사, 동맹 파업—결사와 쟁의의 영향—결사와 쟁의에 뒤따르는 불법 행위—부르주아지에 대항하는 영국 프롤레타리아트 투쟁의 성격—1843년 5월 영국 맨체스터 전투, 프롤레타리아트에게는 낯선 법에 대한 존중—인민 헌장—차티스트 운동의 역사—1842년 봉기—프롤레타리아트 인민 헌장파와 급진파 부르주아지의 결정적인 분리—차티스트 운동의 사회적 경향—사회주의—노동자의 보편적 입장

광업 프롤레타리아트
콘월의 광부—앨스턴 무어—철광산과 탄광—남성, 여성, 어린이 노동자—탄광 특유의 질병—얇은 석탄층에서의 노동—처참한 재앙, 폭발 사고 등—교육 상태—도덕성—광산법—광업 노동자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광업 노동자들의 운동—‘탄부 조합’—1844년 잉글랜드 북부에서의 대회—로버츠와 치안 판사 현물급여제도에 대항하는 투쟁—투쟁의 성과

농업 프롤레타리아트
역사적인 배경—농촌의 사회적 빈곤화—농촌 날품팔이의 상황—방화—곡물법 문제에 대한 무관심—교회에 대한 증오—웨일즈: 소토지 보유농—레베카 폭동—불안—아일랜드: 소토지 소작농—아일랜드 국민의 사회적 빈곤화— 범죄—합병 철회 운동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태도
영국 부르주아지의 도덕적 타락—금전욕—경제와 자유경쟁—위선적인 자선—곡물법 문제의 경제학과 정치학— 부르주아지의 법률 제정과 사법기관—의회의 부르주아지—고용주와 피고용인 법안—맬서스의 이론—구구빈법— 신구빈법—구빈원의 잔혹한 사례들—영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

역자 후기
저자 소개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년 독일 라인 주 바르멘에서 방직 공장주의 아들로 태어나 바르멘, 맨체스터 등지에 있는 아버지 회사에서 일했다. 자본가이면서 공산주의자였던 엥겔스는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을 깊이 연구하였고 차티스트 운동 관련자들과도 교류하였다. 마르크스의 개인 생활을 적극적으로 돕는 한편 마르크스와 함께 제1인터내셔널 창건(1846년)했고, 마르크스가 죽은 후에는 국제공산주의 운동을 이끌면서 제2인터내셔널을 창건(1889년)했다. 1895년 런던에서 사망했다.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은 노동자들과 직접 교류했던 엥겔스가 1845년 당시에 산업의 심장부였던 맨체스터와 영국 북부를 답사하고 여러 보고서들을 종합한 후 자신의 이념을 투영하여 쓴 책이다. 그 밖에도 <<독일 이데올로기>>(마르크스와 공저), <<공산당 선언>>(마르크스와 공저), <<루트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 <<반뒤링론>> 등을 썼다.

옮긴이 소개
이재만
대학을 졸업하고 출판편집자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는 <<역사와 역사가들>>(공역), <<공부하는 삶>>, <<제국의 폐허에서>>, <<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 등이 있다.

 

[읽을 만한 책들_강유원] 추천 도서 140권

1차

  1. 고전
    김산해,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휴머니스트 (#ISBN9788958620242)
    성서, 창세기, 요한복음
    호메로스, 천병희(옮김), <<일리아스>>, 단국대 출판부. (#ISBN9788970922034)
    소포클레스, 천병희(옮김),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 문예출판사. (#ISBN9788975851490)
    마키아벨리, 강정인(옮김), <<로마사논고>>, 한길사. (#ISBN9788935650170)
    단테, 한형곤(옮김), <<신곡>>, 서해문집. (#ISBN9788974832490)
    홉스, 김용환(옮김), <<리바이어던>>, 살림출판사. (#ISBN9788974833220)
    다윈, 박동현(옮김), <<종의 기원>>, 신원문화사. (#ISBN9788935913428)
    공자, 미야자키 이치사다(해석), <<논어>>, 이산. (#ISBN9788987608235)
    루이스, <<단테>>, 푸른숲. (#ISBN9788971844342)

  2. 한국과 동남아시아
    정문태, <<전선기자 정문태 — 전쟁 취재 16년의 기록>>, 한겨레신문사. (#ISBN9788984311282)
    박명림, <<한국 1950: 전쟁과 평화>>, 나남출판. (#ISBN9788930039390)
    서중석,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웅진닷컴. (#ISBN9788901154190)
    오오누키 에미코,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 모멘토. (#ISBN9788991136038)
    존 키건, <<전쟁의 얼굴>>, 지호. (#ISBN9788959090044)
    강준만, <<한국현대사 산책>>, 인물과사상사. (#ISBN9788959060559)
    빅터 데이비드 핸슨, <<살육과 문명>> , 푸른숲.(#ISBN9788971843604)
    마이클 매클리어, <<베트남: 10,000일의 전쟁>>, 을유문화사. (#ISBN9788932460819)
    유인선, <<새로 쓴 베트남의 역사>>, 이산. (#ISBN9788987608242)
    이삼성,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외,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살림출판사.(#ISBN9788952203427)

  3. 미국의 패권주의와 중앙아시아
    로버트 카플란, <<타타르로 가는 길>>, 르네상스. (#ISBN9788990828002)
    후안 고이티솔로, <<전쟁의 풍경>>, 실천문학사.(#ISBN9788939204959)
    노르만 핀켈슈타인, <<홀로코스트 산업>>, 한겨레신문사. (#ISBN9788984311107)
    찰스 킨들버거,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1990>>, 까치글방. (#ISBN9788972913825)
    정수일, <<이슬람 문명>>, 창작과비평사. (#ISBN9788936470777)
    정수일, <<고대문명교류사>>, 사계절. (#ISBN9788971968307)
    프랜시스 로빈스 외,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이슬람사>>, 시공사. (#ISBN9788952716484)
    하워드 터너, <<이슬람의 과학과 문명>>, 르네상스. (#ISBN9788990828057)
    타리크 알리, <<근본주의의 충돌>>, 미토. (#ISBN9788995330470)
    랄프 쇤만, <<잔인한 이스라엘>>, 미세기. (#ISBN9788980711444)

  4. 전쟁의 엔진, 자본주의
    리오 휴버먼,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책벌레. (#ISBN9788989056003)
    어니스트 볼크먼,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이마고. (#ISBN9788990429087)
    고바야시 히데오, <<만철滿鐵>>, 산처럼. (#ISBN9788990062093)
    고모리 요이치, <<1945년 8월 15일, 천황 히로히토는 이렇게 말하였다>>, 뿌리와이파리. (#ISBN9788990024299)
    에릭 홉스봄, <<제국의 시대>>, 한길사. (#ISBN9788935651788)
    더글러스 러미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녹색평론사. (#ISBN9788990274632)
    장하준, <<사다리 걷어차기>>, 부키.(#ISBN9788985989695)
    에르네스트 만델, <<즐거운 살인: 범죄소설의 사회사>>, 이후. (#ISBN9788988105184)
    하워드 진,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이후. (#ISBN9788961570831)
    로버트 브레너, <<혼돈의 기원: 세계 경제 위기의 역사 1950~1998, 이후.>> (#ISBN9788988105412)

  5. 민주주의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후마니타스. (#ISBN9788964371169)
    로버트 달,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ISBN9788964372463)
    로버트 퍼트남, <<사회적 자본과 민주주의>>, 박영사. (#ISBN9788971893784)
    한국정치연구회(편), <<박정희를 넘어서>>, 푸른숲. (#ISBN9788971841617)
    버나드 마넹, <<선거는 민주적인가>>, 후마니타스. (#ISBN9788990106063)
    허승일, <<로마공화정>>, 서울대학출판부. (#ISBN9788970961590)
    레오나르도 브루니, <<피렌체 찬가>>, 책세상. (#ISBN9788970133140)
    데이비드 브룩, <<우익에 눈먼 미국: 어느 보수주의자의 고백>>, 나무와숲. (#ISBN9788988138328)
    프랜시스 라페 외, <<굶주리는 세계>>, 창비. (#ISBN9788936485207)
    홍은택,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창비. (#ISBN9788936470982)

  6. 현대사회와 커뮤니케이션
    사카이 나오키, <<번역과 주체>>, 이산. (#ISBN9788987608464)
    코린 쿨레, <<고대 그리스의 의사소통>>, 영림카디널. (#ISBN9788984010048)
    칼레 라슨 외, <<애드버스터>>, 현실문화연구. (#ISBN9788987057194)
    데스몬드 모리스, <<인간의 친밀행동>>, 지성사. (#ISBN9788978890892)
    톨스타인 베블렌, <<한가한 무리들>>, 동인. (#ISBN9788985812177)
    알버트 바라바시, <<링크: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동아시아. (#ISBN9788988165232)
    김경용, <<기호학이란 무엇인가>>, 민음사. (#ISBN9788937421525)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ISBN9788987671826)
    발자크, <<기자의 본성에 관한 보고>>, 서해문집. (#ISBN9788974831349)
    로버트 팩스턴, <<파시즘>>, 교양인. (#ISBN9788995530054)

  7. 정보화 사회
    허버트 실러, <<정보불평등>>, 민음사. (#ISBN9788937427091)
    마뉴엘 카스텔, <<정보도시>>, 한울. (#ISBN9788946038981)
    웹스터, 정보사회이론, 사회비평사.
    어슐러 휴즈, <<싸이버타리아트>>, 갈무리. (#ISBN9788986114652)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 민음사. (#ISBN9788937424755)
    댄 쉴러, <<미국의 새로운 세계지배 전략 디지털 자본주의>>, 나무와숲. (#ISBN9788988138229)
    제이슨 엡스타인, <<북 비즈니스>>, 미래사. (#ISBN9788970878102)
    조셉 테인터, <<문명의 붕괴>>, 대원사. (#ISBN9788936905217)
    빌렘 플루서, <<디지털시대의 글쓰기>>, 문예출판사. (#ISBN9788931003307)
    이충웅,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 이제이북스. (#ISBN9788956440729)

  8. 역사
    하비 케이, <<과거의 힘: 역사의식, 기억과 상상력>>, 삼인. (#ISBN9788991097100)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나간 미래>>, 문학동네. (#ISBN9788982811395)
    에릭 홉스봄, <<역사론>>, 민음사. (#ISBN9788937416101)
    한스 위르겐 괴르츠, <<역사학이란 무엇인가>>, 뿌리와이파리. (#ISBN9788990024107)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한길사. (#ISBN9788935654635)
    레이 황,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 푸른역사. (#ISBN9788987787350)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의 역사>>, 세종서적. (#ISBN9788984070288)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한길사. (#ISBN9788972914631)
    에두아르트 푹스, <<풍속의 역사>>, 까치.(#ISBN9788972912880)
    리사 자딘, <<상품의 역사>>, 영림카디널. (#ISBN9788984010734)

  9. 동아시아
    마루야마 마사오(외), <<번역과 일본의 근대>>, 이산. (#ISBN9788987608150)
    조너선 스펜스, <<천안문>>, 이산. (#ISBN9788987608099)
    윌리엄 시어도어 드 베리, <<다섯 단계의 대화로 본 동아시아 문명>>, 실천문학사. (#ISBN9788939204225)
    가시모토 미오/미야지마 히로시, <<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 역사비평사. (#ISBN9788976967077)
    허수열, <<개발없는 개발>>, 은행나무. (#ISBN9788956605722)
    티모시 브룩, <<쾌락의 혼돈>>, 이산. (#ISBN9788987608433)
    마르티나 도이힐러, <<한국 사회의 유교적 변환>>, 아카넷. (#ISBN9788957330197)
    강재언, <<선비의 나라 한국 유학 2천년>>, 한길사. (#ISBN9788935655229)
    유길준, <<서유견문>>, 서해문집. (#ISBN9788974832278)
    후쿠자와 유키치, <<학문의 권장>>, 소화. (#ISBN9788984102224)

  10. 예술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예경. (#ISBN9788970840659)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창비. (#ISBN9788936479671)
    알베르토 망구엘, <<나의 그림읽기>>, 세종서적. (#ISBN9788984071483)
    고바야시 다다시, <<우키요에의 미>>, 이다미디어. (#ISBN9788988350386)
    진 쿠퍼,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화상징사전>>, 까치. (#ISBN9788972910657)
    데이비드 호크니, <<명화의 비밀>>, 한길사. (#ISBN9788988360668)
    오주석, <<한국의 미 특강>>, 솔출판사. (#ISBN9788981335991)

2차

  1. 역사이야기
    강명관, <<조선의 뒷골목 풍경>>, 푸른역사. (#ISBN9788987787749)
    슈바이츠, <<어제의 세계>>, 지식공작소. (#ISBN9791130425054)
    반 룬, <<인류이야기>>, 아이필드. (#ISBN9788994620107)
    단턴, <<고양이 대학살>>, 문학과지성사. (#ISBN9788932008431)
    홀랜드, <<공화국의 몰락>>, 웅진닷컴. (#ISBN9788901047614)

  2. 문화
    미치너, <<소설>>, 열린책들.(#ISBN9788932909189)
    임석재, <<땅과 인간/기독교와 인간>>, 북하우스. (#ISBN9788956050836)
    라이히-라니츠키, <<사로잡힌 영혼>>, 빗살무늬. (#ISBN9788995233337)
    베리, <<현대 문학이론 입문>>, 시유시.(#ISBN9788981620264)
    벌린, <<낭만주의의 뿌리>>, 이제이북스. (#ISBN9788956440712)

  3. 자연과학
    해리스, 작은 인간, 한길사.
    길리스피, <<객관성의 칼날>>, 새물결. (#ISBN9788955591484)
    웹스터, <<과학기술과 사회>>, 한울. (#ISBN9788946040434)
    로버츠, <<석유의 종말>>, 서해문집. (#ISBN9788974832223)
    사이키스, <<이브의 일곱딸들>>, 따님. (#ISBN9788985277396)

  4. 경제와 세계화
    신이치,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동아시아. (#ISBN9788988165454)
    마르틴, <<세계화의 덫>>, 영림카디널. (#ISBN9788984010680)
    이정전, <<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한길사. (#ISBN9788935653607)
    갈브레이드, <<불확실성의 시대>>, 범우사.(#ISBN9788908020047)
    하일브로너,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민음사. (#ISBN9788937424724)

  5. 인물평전
    갈로,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 푸른숲. (#ISBN9788971843444)
    허마이오니 리, <<버지니아 울프>>, 책세상. (#ISBN9788970132686)
    김현우, <<안토니오 그람시>>, 살림. (#ISBN9788952203731)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4(율리우스 카이사르), 한길사. (#ISBN9788935610273)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5(율리우스 카이사르), 한길사. (#ISBN9788935610822)
    박홍규, <<카프카 권력과 싸우다>>, 미토. (#ISBN9788995330494)

  6. 정치사상
    블룸, <<셰익스피어의 정치철학>>, 집문당. (#ISBN9788930303743)
    강준만, <<나의 정치학 사전>>, 인물과사상사. (#ISBN9788959060092)
    뮬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한울. (#ISBN9788946061101)
    로크, 통치론, 문학과지성사.
    폴라니,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책세상. (#ISBN9788970133294)

7.사회과학
부르디외, <<과학의 사회적 사용>>, 창비. (#ISBN9788936485122)
엘리아스, <<기득권자와 아웃사이더>>, 한길사. (#ISBN9788935655502)
하비, <<파리 모더니티의 수도>>, 생각의나무. (#ISBN9788984984035)
일리히, <<학교없는 사회>>, 미토. (#ISBN9788990687173)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 나남. (#ISBN9788930039024)

  1. 철학
    가라타니 고진, <<윤리21>>, 사회평론. (#ISBN9788986167917)
    브루노 스넬, <<정신의 발견>>, 까치. (#ISBN9788972910725)
    박해용, <<철학용어용례사전>>, 돌기둥. (#ISBN9788995530900)
    야스퍼스, <<위대한 사상가들>>, 책과함께. (#ISBN9788991221116)
    프리틀라인, <<서양철학사>>, 서광사 (#ISBN9788930600101)

[역사 古典 강의] 차례

<<역사 古典 강의>> 강유원, 라티오 (#ISBN9788996056171)

첫 시간

Ⅰ 고대 지중해 세계와 폴리스 시대

제1강
진화를 멈춘 인류는 도구와 관념을 통해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문명 단계로 들어선다. 이 단계의 중요한 사건인 ‘신석기 농업혁명’ 이후 인류의 삶은 고통스러운 것이 된다. 역사는 이러한 고난의 기록이자 그 기록에 대한 통찰이다.

제2강
희랍 세계의 저 아래에는 지중해가 있다. 동 지중해, 즉 에게 해라는 지리적 조건 아래에서 자급자족을 할 수 없었던 희랍인들은 여기저기에 식민지를 건설한다.

제3강
희랍의 야망은 페르시아와 충돌하고, 페르시아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낳는다. 이 전쟁은 그것과 관계없어 보이는 자그마한 사건들의 묶음이자 그것들의 복합적 귀결이다. 이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은 역사가의 원초적 과제이다. 헤로도토스는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조사하고 연구한 탐사 보고서 《역사》를 쓴다. 이로써 그는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제4강
마라톤 평원과 살라미스 앞바다에서 페르시아를 물리친 희랍인들은 이것을 ‘자유의 승리’로 규정한다. 승리는 그들에게 번영과 영광을 안겨 주지만 그들 사이에 깊은 불신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희랍인들은 뜻이 맞는 나라들끼리 동맹을 맺고 패권을 향한 쟁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제5강
한편에는 아테나이 쉬마키아가, 다른 한편에는 펠로폰네소스 쉬마키아가 있다. 이 두 동맹은 전쟁을 시작한다. 투퀴디데스는 이 전쟁의 결과를 기록함과 동시에 인간 활동의 법칙을 찾고자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다. 이로써 역사가의 반성적 과제를 수행한 투퀴디데스는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제6강
아테나이는 스파르테의 공격에 맞서 ‘비기는 전쟁’을 시도하고, 적에게 ‘약탈당하지 않았다’는 심성으로 살아온 앗티케의 농민들은 도시로 피난을 간다. 전쟁 첫 해가 지난 후 치러진 장례식에서 아테나이의 지도자 페리클레스는 장엄한 연설을 한다. 그의 연설에는 희랍의 학교’로서의 아테나이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흐른다.

제7강
전쟁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아테나이의 역병도 그중 하나이다. 이 역병은 아테나이 사람들의 인내심과 도덕심을 무너뜨리고, 동족을 향한 대량 살육의 추악한 전쟁으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 젖힌다.

제8강
전쟁의 추악함과 잔혹함에 대한 투귀디데스의 서술은 냉정하다. 잔혹한 교사’로서의 전쟁. 전쟁은 말의 의미와 가치를 전도시키고, 그에 따라 기존의 객관적 질서를 파괴한다.

제9강
멜로스를 침략한 아테나이는 보편적인 선善을 가볍게 무시해 버린다. 광기에 휩싸인 인간들은 현실적 힘의 우위를 앞세운 제압의 논리에만 의존한다. 결국 아테나이 제국주의는 실패하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국제사회’라는 문제를 남긴다.

제10강
희랍의 폴리스들은 서로를 죽이면서 공멸의 길을 향해 가고 이 세계는 다시금 페르시아가 지배하지만 그것도 잠깐, 에게 해와 페르시아는 마케도니아 제국으로 흡수된다. 번영은 오만을, 오만은 싸움을 부르고 싸움에 지친 사람들은 편안함을 찾아 자신만의 세계로 파고든다.


Ⅱ 로마와 중세 가톨릭 제국 시대

제11강
영원한 제국’ 로마는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라 부르면서 ‘세계’를 제패한다. 이는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를 멸망시킨포에니 전쟁을 거치면서 굳건해졌으나 제국의 시민들은 농노나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한다.

제12강
시민들은 이제 신민이 되어 강력한 일인자들 아래의 병졸이 된다. 일인자 중의 한 명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 군단을 이끌고 갈리아 정복을 시도한다. 그가 쓴 보고서 《갈리아 원정기》는 로마 군대의 식민지 침략과 지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여실히 알려 준다.

제13강
넓은 제국은 군대로써 지키지만, 계속되는 영토 확장으로 인해 ‘테크놀러지(네트워크)의 한계에 직면하면 통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콘스탄티누스의 제국 분할은 이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었으나 제국에 대한 신민들의 충성심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제14강
로마제국 말기와 중세 초기는 엄밀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중세는 로마제국 말기의 지주-전사 연합체를 이어받아 그것을 밑바탕에 두고, 그 위에 기독교를 얹어서 로만 가톨릭 제국을 세운다.

제15강
제국 말기를 살았던 아우구스티누스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멸망할 운명에 놓인 것들이다. 진정한 나라는 신의 나라이다. 그의 《신국론》은 무너지는 ‘영원한 로마’를 대신할 ‘영원한 신의 도시’를 설파한다. 이로써 아우구스티누스는역사의 철학적 전망을 연다.

제16강
천국의 열쇠를 쥐었다고는 하나 기독교가 로만 가톨릭 제국의 통일성을 장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세속의 황제들은 교황에게 도전한다. 후기에 접어들어 여기저기에서 균열이 발생하면서 이 제국은 해체의 징후들을 드러낸다.

제17강
중세 제국 해체의 뚜렷한 표상 중의 하나는 신권에 반대하여 세속권의 우위를 선포한 텍스트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동서 교역의 산물이기도 한 14세기의 흑사병은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기존 질서의 전반적 붕괴를 가속화한다. 동시에 새로운 체제의 맹아도 싹트기 시작한다.

제18강
로만 가톨릭 제국 말기의 사태를 가리킬 때는 르네상스’보다는 화약과 대포’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시기 종교개혁의 주체였던 프로테스탄트는 새로운 시대의 정신적 지배에 대한 열망을 광신적으로 뿜어 낸다.

제19강
르네상스 인문주의는,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꾸 갈망하게 되는 유토피아 같은 것이다. 17세기 사람 비코는 ‘수학적 확실성’이라는 시대정신에 맞서 신의 섭리와 인문주의를 제창한다. 그의 《새로운 학문》은 비감한 텍스트이다.

제20강
신의 섭리를 폐기하지는 못했지만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자각은 비코에서 뚜렷하게 그 원리를 드러낸다. 진리 역시 태초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인간이 만든 역사가 진리인 것이다.


Ⅲ 근대 국민국가 체제와 세기말

제21강
종파 분쟁으로 시작된 30년전쟁은 정치적 쟁투를 숨기고 있었고, 근대적 영토 국가 성립의 씨앗을 뿌린다. 사람들은 기독교 공화국의 신도가 아닌 근대 국가의 ‘국민’이 되어 간다. 이는 국민군이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제22강
종파 간의 피흘림은 종교의 위력을 무너뜨리고, 세계와 인간을 설명하는 근본 범주는 자연과학이 만들어 낸다. 과학과 기술은 긴밀하게 얽히고 유력자들의 후원과 제도적 뒷받침에 힘입어 사회적 권위의 자리에 오른다.

제23강
과학의 성과는 계몽주의자들의 노력을 거쳐 대중화된다. 이렇게 해서 이성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 이성의 원리를 적용하면 미래는 행복한 대상이 되리라는 낙관적 진보주의가 그들의 가슴을 뿌듯하게 하였다.

제24강
낙관적 진보를 소망하는 것은 인간의 완전가능성을 갈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소망에 들뜬 콩도르세는 역사 속에서 실현할 ‘완전한 인간’에 관한 계획서를 작성한다.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제25강
18세기는 현대 사회의 ‘기원’이다. 이 시기에 정치혁명,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통신 혁명, 사회혁명, 국제관계 혁명, 문화혁명 등의 힘이 퍼져 나간다. 세계는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 버리고 낙관적이고 찬연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듯하다.

제26강
새로운 세계’의 법칙은 ‘상품화’이다. 인간, 토지, 화폐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된 것이다. 상품이 된 이것들은 산업혁명이 이루어 내고 있는 기술혁신의 틀 속으로 들어가 이윤을 만들어 내는 원자재가 된다.

제27강
산업혁명은 근대 산업도시를 만들었고, 그 도시에는 ‘자유로운 노동자’가 살고 있다. 청년 엥겔스는 산업혁명의 도시 맨체스터와 노동자들을 관찰한다.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는 이 모든 것을 전형적으로 집약한다.

제28강
‘근대화’된 맨체스터는 근대 도시의 전형적인 공간 배치를 구현한다. 노동자들의 거주지와 삶은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은폐된다. 그들에게는 낙관적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인간 정신의 진보’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닌 것이다.

제29강
산업도시에 사는 노동자들에게는 사회의 살인 행위가 벌어지는 반면, 부르주아계급은 이윤 추구를 위해 냉혹한 계산을 되풀이한다. 엥겔스는 노동자들의 총 봉기에 의한 부르주아계급의 타도라는 헛된 희망을 품는다.

제30강
19세기에 만개한 근대화는 수많은 찬양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들은 이윤 추구가 인간의 파괴적 정념을 다스리는 처방전이 되리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자본주의 정신은 ‘훌륭한’ 정신인 것이다. 이 자신감은 20세기에 이르도록, 아니 지금까지도 소멸되지 않는다.

제31강
프랑스혁명은 부르주아계급의 정치적 지배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태였으나 혁명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애국심으로 무장한 국민군을 탄생시킨 혁명은 계몽주의적 엘리트 지식인 콩도르세를 처형하면서 대중들에게 힘의 과시와 체제 장악의 기회까지 제공한다. 이로써 프랑스혁명은 혁명적 집단심성’의 위력을 드러내면서 ‘대혁명’이 된다.

제32강
기존 질서를 중시하는 이들은 대혁명의 여파에 노심초사한다. 영국의 버크도 그중 한 사람이다. 독일에서도 지식인들이 대혁명을 두고 논쟁을 벌인다. 어쨌든 혁명은 인류가 끝없이 향해 가야 할 이상을 하나 덧붙인다.

제33강
독일의 낭만주의자들은 인류 역사의 진행 경과를 고민한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는 설계도가 난무하는 법이다. 헤르더는 역사의 최종 목적을 내세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을 세속화한 듯한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은 인류 도야의 학교로서의 세계사를 말한다. 이로써 미래의 전망을 세우는 역사철학이 또 하나 등장한다.

제34강
마르크스는 엥겔스와 함께 1848년 혁명의 선언서, 《공산당 선언》을 작성한다. 그들은 근대 세계의 주인공인 부르주아계급의 등장 과정과 업적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이 문헌은 묘사로 가득 찬 듯하지만 미래의 전망을 세우기는 마찬가지다. 다가올 세상의 주인공이 신의 섭리나 인류 일반이 아닌 프롤레타리아계급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제35강
부르주아계급은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문명을 창출했고, 이로써 19세기는 그들의 시대가 된다. 부르주아 체제의 헤게모니를 부정하였기에 폭력으로 완벽하게 진압된 파리코뮌 같은 프롤레타리아계급 운동은 그러한 운동이 있었다는 것만을 역사가 기록할 뿐이다.

제36강
19세기 세계에서는 국민경제들 사이의 경쟁이 절정에 이른다. 이 시대의 주인공인 부르주아계급은 유한계급으로 변태하고, 세계에는 세기말적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솟아난다. 프롤레타리아계급 운동이 아직은 절멸되지 않은 상태이다.

제37강
프롤레타리아계급은 쉽게 단결하지 못한다. 그들이 공동의 계급의식을 갖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그들은 하나의 정체성만 가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프롤레타리아계급 운동 내부에서도 전선은 분열되었다.


Ⅳ 제1, 2차 세계대전과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

제38강
절정은 파국에 앞선 것일 뿐이다. 두 번에 걸친 20세기의 세계대전들은 19세기 부르주아 전성기의 거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대전쟁’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은 인간의 진보와 이성에 대한 신념을 파괴했고, 인간은 국가라는 거대 행위자가 동원하는 부품으로 전락한다.

제39강
어떻게 해서든 파국과 절멸은 막아야 한다. 한가하게 이상주의를 말할 때가 아니다. 에드워드 카는 전간기에 쓰인 《20년의 위기》에서 질타와 처방을 제시한다. 그러나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쟁은 자기운동을 가진 체제가 벌이는 최악의 결과다.

제40강
제2차 세계대전 이후는 미합중국의 헤게모니가 관철되는 시대이다. 황금시대도 있었으나, 더욱 짧아진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순환고리는 다시 저점을 향하고 있다. 대규모의 체제 전환기라는 조짐은 있는데, 인간 행위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직 모르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 시간

더 읽어 볼 책들

[역사 古典 강의] 출간

역사고
역사 古典 강의

지은이: 강유원
판형: 신국판; 488페이지(27,000원)
발간일: 2012년 6월 5일
ISBN: 9788996056171

 

<<역사 古典 강의>> 강유원, 라티오 (#ISBN9788996056171)

2009년부터 40주 단위로 공공 도서관에서 인문학 연속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철학자 강유원의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 <<인문 古典 강의>>가 인문학 전반에 걸친 기본적인 고전을 다루었다면, 이 책은 인문학의 세 분야인 문학, 역사, 철학 중 역사만을 다루어 좀 더 깊이 있는 인문학 공부와 역사.역사철학 공부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문학 공부는 어떤 분야에서 시작하여도 무방하지만 저자는 역사 공부가 가장 먼저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과 우리 자신의 역동적 상호작용에 대한 역사적 통찰이 있어야만 인문학 공부가 제대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는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나 팩트가 아니다. 이 책이 역사, 역사학, 역사철학의 성격을 모두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파악한 역사적 계기들을 중심으로 서양사를 서술하면서, 역사를 움직이는 힘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원천적인 모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과거의 수많은 유산들 위에서 현재의 삶이 영위되고 있음을 깨닫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도 따져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금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앞날을 장기적으로 내다보는 안목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는 구조 속에서 우리 행위자들이 어떻게 행위하는가’에 따라 그 경로를 결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나아가는 세계 속에서 과거를 성찰하는 역사 고전 공부를 통하여 시대의 교양에 기여하는 ‘참다운 인문인’이 되는 것이자 ‘역사의 창조자’로 동참하는 것이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각 시대의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낸 것들이거나 미래에 대한 역사철학적 전망을 탁월하게 제시하는) 역사 고전들을 읽어 나가면서, 서양의 정치체제와 국제관계의 흐름 속에서 ‘사회구조와 인간 행위자들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탐구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역사 고전들을 읽음과 동시에 이 고전들이 생겨난 시대적 맥락을 함께 살펴보는데 이를 위한 시대 구분은, 국제사회라는 문제를 제기한 ‘고대 희랍의 폴리스 시대’, 여러 가지 제도와 법률이 확립되기 시작한 ‘로마와 중세 가톨릭 제국 시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 체제와 지식 권력이 성립된 ‘근대 국민국가 시대’,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과 위력으로 초래된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현재의 ‘전 지구적 자본주의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 구분 아래 각 강의들에는 각 시대의 구체적인 전개 과정과 역사 고전에 관한 설명, 시대의 의의 등이 들어 있으며, 이것의 대강은 “차례”와 본문에 서술형 문장으로 안내되어 있다. “차례”에서 이 대강을 읽어 책 전체 내용을 개괄하고 본문으로 들어가면, 본문에서 제시하는 역사의 큰 흐름과 독서의 맥을 짚어 내기가 수월하다. 이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강의를 하면서 소개했던 “더 읽어 볼 책들”을 읽음으로써 이 책의 한계를 넘어서는 공부로 나아갈 수 있다.

 

차례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첫시간

I 고대 지중해 세계와 폴리스 시대

제1강 진화를 멈춘 인류는 도구와 관념을 통해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문명 단계로 들어선다. 이 단계의 중요한 사건인‘신석기 농업혁명’이후 인류의 삶은 고통스러운 것이 된다. 역사는 이러한 고난의 기록이자 그 기록에 대한 통찰이다.

제2강 희랍세계의 저 아래에는 지중해가 있다. 동지중해, 즉 에게 해라는 지리적 조건 아래에서 자급자족을 할 수 없었던 희랍인들은 여기저기에 식민지를 건설한다.

제3강 희랍의 야망은 페르시아와 충돌하고, 페르시아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낳는다. 이 전쟁은 그것과 관계없어 보이는 자그마한 사건들의 묶음이자 그것들의 복합적 귀결이다. 이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은 역사가의 원초적 과제이다. 헤로도토스는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조사하고 연구한 탐사 보고서 《역사》를 쓴다. 이로써 그는‘역사’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제4강 마라톤 평원과 살라미스 앞바다에서 페르시아를 물리친 희랍인들은 이것을 ‘자유의 승리’로 규정한다. 승리는 그들에게 번영과 영광을 안겨주지만 그들 사이에 깊은 불신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희랍인들은 뜻이 맞는 나라들끼fl 동맹을 맺고 패권을 향한 쟁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제5강 한 편에는 아테나이 쉬마키아가, 다른 한 편에는 펠로폰네소스 쉬마키아가 있다. 이 두 동맹은 전쟁을 시작한다. 투퀴디데스는 이 전쟁의 경과를 기록함과 동시에 인간 활동의 법칙을 찾고자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다. 이로써 역사가의 반성적 과제를 수행한 투퀴디데스는‘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제6강 아테나이는 스파르테의 공격에 맞서 ‘비기는 전쟁’을 시도하고, 적에게 ‘약탈당하지 않았다’는 심성으로 살아온 앗티케의 농민들은 도시로 피난을 간다. 전쟁 첫 해가 지난 후 치러진 장례식에서 아테나이의 지도자 페리클레스는 장엄한 연설을 한다. 그의 연설에는‘희랍의 학교’로서의 아테나이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흐른다.

제7강 전쟁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아테나이의 역병도 그중 하나이다. 이 역병은 아테나이 사람들의 인내심과 도덕심을 무너뜨리고, 동족을 향한 대량 살육의 추악한 전쟁으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 젖힌다.

제8강 전쟁의 추악함과 잔혹함에 대한 투퀴디데스의 서술은 냉정하다.‘잔혹한 교사’로서의 전쟁. 전쟁은 말의 의미와 가치를 전도시키고, 그에 따라 기존의 객관적 질서를 파괴한다.

제9강 멜로스를 침략한 아테나이는 보편적인 선善을 가볍게 무시해 버린다. 광기에 휩싸인 인간들은 현실적 힘의 우위를 앞세운 제압의 논리에만 의존한다. 결국 아테나이 제국주의는 실패하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국제사회’라는 문제를 남긴다.

제10강 희랍의 폴리스들은 서로를 죽이면서 공멸의 길을 향해 가고 이 세계는 다시금 페르시아가 지배하지만 그것도 잠깐, 에게 해와 페르시아는 마케도니아 제국으로 흡수된다. 번영은 오만을, 오만은 싸움을 부르고 싸움에 지친 사람들은 편안함을 찾아 자신만의 세계로 파고든다.

 

II 로마와 중세 가톨릭 제국 시대

제11강 ‘영원한 제국’ 로마는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라 부르면서 ‘세계’를 제패한다. 이는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포에니 전쟁을 거치면서 굳건해졌으나 제국의 시민들은 농노나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한다.

제12강 시민들은 이제 신민이 되어 강력한 일인자들 아래의 병졸이 된다. 일인자 중의 한 명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 군단을 이끌고 갈리아 정복을 시도한다. 그가 쓴 보고서 《갈리아 원정기》는 로마 군대의 식민지 침략과 지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여실히 알려준다.

제13강 넓은 제국은 군대로써 지키지만, 계속되는 영토 확장으로 인해 ‘테크놀러지’(네크워크)의 한계에 직면하면 통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콘스탄티누스의 제국 분할은 이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었으나 제국에 대한 신민들의 충성심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제14강 로마제국 말기와 중세 초기는 엄밀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중세는 로마제국 말기의 지주-전사 연합체를 이어받아 그것을 밑바탕에 두고, 그 위에 기독교를 얹어서 로만 가톨릭 제국을 세운다.

제15강 제국 말기를 살았던 아우구스티누스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멸망할 운명에 놓인 것들이다. 진정한 나라는 신의 나라이다. 그의 《신국론》은 무너지는‘영원한 로마’를 대신할 ‘영원한 신의 도시’를 설파한다. 이로써 아우구스티누스는 역사의 철학적 전망을 연다.

제16강 천국의 열쇠를 쥐었다고는 하나 기독교가 로만 가톨릭 제국의 통일성을 장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세속의 황제들은 교황에게 도전한다. 후기에 접어들어 여기 저기에서 균열이 발생하면서 이 제국은 해체의 징후들을 드러낸다.

제17강 중세 제국 해체의 뚜렷한 표상 중의 하나는 신권에 반대하여 세속권의 우위를 선포한 텍스트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동서 교역의 산물이기도 한 14세기의 흑사병은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기존 질서의 전반적 붕괴를 가속화한다. 동시에 새로운 체제의 맹아도 싹트기 시작한다.

제18강 로만 가톨릭 제국 말기의 사태를 가리킬 때는 ‘르네상스’보다는 ‘화약과 대포’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시기 종교개혁의 주체였던 프로테스탄트는 새로운 시대의 정신적 지배에 대한 열망을 광신적으로 뿜어낸다.

제19강 르네상스 인문주의는,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꾸 갈망하게 되는 유토피아 같은 것이다. 17세기 사람 비코는 ‘수학적 확실성’이라는 시대정신에 맞서 신의 섭리와 인문주의를 제창한다. 그의 《새로운 학문》은 비감한 텍스트이다.

제20강 신의 섭리를 폐기하지는 못했지만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자각은 비코에서 뚜렷하게 그 원리를 드러낸다. 진리 역시 태초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인간이 만든 역사가 진리인 것이다.

 

III 근대 국민국가 체제와 세기말

제21강 종파 분쟁으로 시작된 30년전쟁은 정치적 쟁투를 숨기고 있었고, 근대적 영토 국가 성립의 씨앗을 뿌린다. 사람들은 기독교 공화국의 신도가 아닌 근대 국가의‘국민’이 되어 간다. 이는 국민군이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제22강 종파 간의 피흘림은 종교의 위력을 무너뜨리고, 세계와 인간을 설명하는 근본 범주는 자연과학이 만들어 낸다. 과학과 기술은 긴밀하게 얽히고 유력자들의 후원과 제도적 뒷받침에 힘입어 사회적 권위의 자리에 오른다.

제23강 과학의 성과는 계몽주의자들의 노력을 거쳐 대중화된다. 이렇게 해서 ‘이성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 이성의 원리를 적용하면 미래는 행복한 세상이 되리라는 낙관적 진보주의가 그들의 가슴을 뿌듯하게 하였다.

제24강 낙관적 진보를 소망하는 것은 인간의 완전가능성을 갈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소망에 들뜬 콩도르세는 역사 속에서 실현할 ‘완전한 인간’에 관한 계획서를 작성한다.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제25강 18세기는 현대사회의 ‘기원’이다. 이 시기에 정치혁명,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통신혁명, 사회혁명, 국제관계 혁명, 문화혁명 등의 힘이 퍼져 나간다. 세계는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낙관적이고 찬연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듯하다.

제26강 ‘새로운 세계’의 법칙은‘상품화’이다. 인간, 토지, 화폐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된 것이다. 상품이 된 이것들은 산업혁명이 이루어내고 있는 기술혁신의 틀 속으로 들어가 이윤을 만들어 내는 원자재가 된다.

제27강 산업혁명은 근대 산업도시를 만들었고, 그 도시에는 ‘자유로운 노동자’가 살고 있다. 청년 엥겔스는 산업혁명의 도시 맨체스터와 노동자들을 관찰한다.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황》은 이 모든 것을 전형적으로 집약한다.

제28강 ‘근대화’된 맨체스터는 근대 도시의 전형적인 공간 배치를 구현한다. 노동자들의 거주지와 삶은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은폐된다. 그들에게는 낙관적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인간 정신의 진보’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닌 것이다.

제29강 산업도시에 사는 노동자들에게는 사회의 살인 행위가 벌어지는 반면, 부르주아계급은 이윤 추구를 위해 냉혹한 계산을 되풀이한다. 엥겔스는 노동자들의 총 봉기에 의한 부르주아계급의 타도라는 헛된 희망을 품는다.

제30강 19세기에 만개한 근대화는 수많은 찬양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들은 이윤 추구가 인간의 파괴적 정념을 다스리는 처방전이 되리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자본주의 정신은 ‘훌륭한’ 정신인 것이다. 이 자신감은 20세기에 이르도록, 아니 지금까지도 소멸되지 않는다.

제31강 프랑스혁명은 부르주아계급의 정치적 지배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태였으나 혁명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애국심으로 무장한 국민군을 탄생시킨 혁명은 계몽주의적 엘리트 지식인 콩도르세를 처형하면서 대중들에게 힘의 과시와 체제 장악의 기회까지 제공한다. 이로써 프랑스혁명은 ‘혁명적 집단심성’의 위력을 드러내면서 ‘대혁명’이 된다.

제32강 기존 질서를 중시하는 이들은 대혁명의 여파에 노심초사한다. 영국의 버크도 그중 한 사람이다. 독일에서도 지식인들이 대혁명을 두고 논쟁을 벌인다. 어쨌든 혁명은 인류가 끝없이 향해 가야 할 이상을 하나 덧붙인다.

제33강 독일의 낭만주의자들은 인류 역사의 진행 경과를 고민한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는 설계도가 난무하는 법이다. 헤르더는 역사의 최종 목적을 내세운다. 아우구스티누스의《신국론》을 세속화한 듯한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은 인류 도야의 학교로서의 세계사를 말한다. 이로써 미래의 전망을 세우는 역사철학이 또 하나 등장한다.

제34강 마르크스는 엥겔스와 함께 1848년 혁명의 선언서 《공산당 선언》을 작성한다. 그들은 근대 세계의 주인공인 부르주아계급의 등장 과정과 업적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이 문헌은 묘사로 가득 찬 듯하지만 미래의 전망을 세우기는 마찬가지다. 다가올 세상의 주인공이 신의 섭리나 인류 일반이 아닌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제35강 부르주아 계급은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문명을 창출했고, 이로써 19세기는 그들의 시대가 된다. 부르주아 체제의 헤게모니를 부정하였기에 폭력으로 완벽하게 진압된 파리코뮌 같은 프롤레타리아계급 운동은 그러한 운동이 있었다는 것만을 역사가 기록할 뿐이다.

제36강 19세기 세계에서는 국민경제들 사이의 경쟁이 절정에 이른다. 이 시대의 주인공인 부르주아계급은 유한계급으로 변태하고, 세계에는 세기말적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솟아난다. 프롤레타리아계급 운동이 아직은 절멸되지 않은 상태이다.

제37강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쉽게 단결하지 못한다. 그들이 공동의 계급의식을 갖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그들은 하나의 정체성만 가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프롤레타리아계급 운동 내부에서도 전선은 분열되었다.

 

IV 제1,2차 세계대전과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

제38강 절정은 파국에 앞선 것일 뿐이다. 두 번에 걸친 20세기의 세계대전들은 19세기 부르주아 전성기의 거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대전쟁’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은 인간의 진보와 이성에 대한 신념을 파괴했고, 인간은 국가라는 거대 행위자가 동원하는 부품으로 전락한다.

제39강 어떻게 해서든 파국과 절멸은 막아야 한다. 한가하게 이상주의를 말할 때가 아니다. 에드워드 카는 전간기에 쓰인 《20년의 위기》에서 질타와 처방을 제시한다. 그러나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쟁은 자기운동을 가진 체제가 벌이는 최악의 결과다.

제40강 제2차 세계대전 이후는 미합중국의 헤게모니가 관철되는 시대이다. 황금시대도 있었으나, 더욱 짧아진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순환고리는 다시 저점을 향하고 있다. 대규모의 체제 전환기라는 조짐은 있는데, 인간 행위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직 모르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시간

더읽어볼책들

[외국 도서 소개] Platon Code

플라톤 코드

최근 <<아페이론Apeiron>>지에 실린 제이 케네디(Jay Kennedy)의 논문은 플라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발견이 플라톤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전환시켰고 그에따라 철학과 과학의 기원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바뀌었다. 이 발견은 일부 고대 해석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있지만 음악, 수학, 그리고 문예 이론에 있어서 플라톤의 선구자적인 역할에 대한 뜻밖의 중요한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핵심적인 발견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은 어떤 철학적 미스터리에서 출발하여 고대의 서적 생산에 대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측면들을 더듬어 보는 것이다.

첫째, 미스터리. 몇 세대에 걸쳐 강도높게 연구했지만 플라톤의 대화편과 이를 둘러싼 몇몇 쟁점들은 끈질기게도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

플라톤의 적극적 철학은 무엇이었는가? 플라톤은 자신 이전의 철학자들의 훌륭한 이야기를 상세히 묘사하고 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직접 밝힌 적은 결코 없었다. 독자들 모두 이러한 플라톤의 익명성 문제와 씨름해야만 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플라톤의 핵심적인 주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세우지만, 엄격하게 말하자면 이것 역시 대체로 추측일 뿐이다. 고대와 근대 두 시대에 소수 집단은 플라톤이 적극적 견해를 전혀 갖지 않은 부정적인 회의주의자였다고 결론짓는 가능한 견해의 범위를 예시하였다. 그들에게 플라톤은 뛰어난 선동자였을 뿐이다. 그는 결국 우리 모두 무지한 자라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에 헌신한 것이었다.

왜 플라톤은 고대에 피타고라스의 추종자로 여겨졌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라톤 사상이 형성되는 데는 소크라테스,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가 더 중요했다고 말할 것이 틀림없다. 결국 피타고라스는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거의 언급된 적이 없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은 플라톤 이전 세기에 밀교 집단을 만든 선지자이며 수학자인 피타고라스의 추종자였다고 노골적으로 말해 역사가들을 항상 당황케 하였다.

번이트(Myles Burnyeat)가 최근 런던 서평(London Review of Books)에 실은 글에 요약하였듯이 역사가들은 피타고라스의 명성이 매우 과장되었다고 믿기 때문에 이는 더욱더 난감한 사실이다. 피타고라스는 그 유명한 정리를 증명한 적이 결코 없었으며, 그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 역시 후대에 날조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의 아카데메이아의 구성원, 그리고 많은 플라톤의 후대 추종자들까지도 플라톤은 근본적으로 피타고라스의 추종자였다고 주장했다. 버케트(Walter Burkert)는 피타고라스의 명성에 흠집을 내는데 영향을 끼친 한 연구에서 현대의 이러한 난처함을 “플라톤과 그의 제자들이 자신들을 피타고라스 이론의 계승자로 본 이유는 추측할 수 밖에 없다”고 요약해버렸다.

대화편은 어떻게 구조화되었는가? 플라톤은 식별할 수 있는 질서가 없는 문서구성을 조롱하였다. 그는 작문은 생물처럼 각각의 부분이 적절한 곳에 위치한 하나의 총체적 유기체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작품들은 종잡을 수 없고 잡다하며 우회하고 되돌아가는 대화들로 가득하다. 대화 도중 화제를 바꿀 때마다 그 이유가 있고 정리된 질문이나 목표가 더러 나오지만, 대화는 우왕좌왕하는 방식에 맞추어져 있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국가>>는 악명높은 뒤범벅이다. 이 책은 정치 이론에서 문예이론으로, 형이상학에서 수학과 도시계획으로 교육이론에서 신비학으로 이쪽저쪽으로 흔들거리며 진행된다. 많은 학자들은 <<국가>>의 다양한 문체와 주제들이 이 저서가 느슨하게 하나로 꿰매져 있는 구획된 영역들로 구성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다방면에서 완벽한 문장가인 플라톤이 가장 중요한 그의 대작에 대해 어떻게 그리 부주의할 수 있단 말인가?

왜 플라톤의 추종자들은 대화를 상징적으로 해석하였을까? 고대에서 르네상스 시대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라톤이 본인의 진정한 철학을 대화편에 숨겼다고 믿었다고 말해도 타당할 것 같다. 신피타고라스주의자, 신플라톤주의자, 르네상스 플라톤주의자 등 다양한 학파들 모두 다양한 의미층을 만들기 위해 상징과 우화가 대화편에 사용되었다는 데 동의하였다. 표면에 드러난 서사는 탐구심을 자극하지만, 상급 학생들은 피타고라스 철학을 담고 더 깊은 곳에 놓여진 상징적 층까지 들어가야만 했다.

타렌트(Harold Tarrant)는 1세기 신피타고라스주의자들의 견해를 요약했는데, 이들은 “피타고라스주의 이론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 이론들을 전면에 드러내기 꺼려했던 플라톤의 저서에 숨겨져 있으며, 진정한 피타고라스주의는 플라톤의 텍스트를 심층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피타고라스주의자들에게는 신념이 걸린, 피타고라스 형이상학의 구체적인 내용이 숨겨져 있는 플라톤의 텍스트 속에 어떤 난해한 것이 규칙적으로 간파된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18세기부터, 성서읽는 훈련을 받은 프로테스탄트 신학자들은 대화 속에는 일관된 상징주의에 대한 증거가 전혀 없다는 이유로, 문자 그대로 읽기를 주장하였다. 퇴폐적이며 미스터리를 파는 추종자들로부터 플라톤을 구하기 위해 이 고대 플라톤주의자들을 한 지적 집단으로 분리하여 그들의 스승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신플라톤주의자”로 이름 붙였다.  최근에 더 많은 연구들은 신플라톤주의의 근원을 플라톤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이들의 상징적인 접근 방식은 여전히 이들을 근대 플라톤 연구의 주류 밖에 놓고 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고대의 해석 방식은 매우 기초적이며 플라톤의 상징주의에 대한 신플라톤주의자들의 많은 주장들이 경박하며 더 나아가 기괴하기도 하지만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플라톤에 언어적으로 문화적으로 가장 근접한 이들이 왜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대화편을 상징적으로 읽어야만 한다고 믿었던 것일까?

왜 플라톤이 구두로 비밀스러운 가르침을 전했다는 소문이 퍼졌을까? 오늘날 유럽 대륙과 영어권의 플라톤 학자들 간에는 주요한 경계선이 있다. 고대에는 플라톤이 “쓰여지지 않은 가르침(unwritten teaching)”을 가지고 있었다는 기록이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되어 주기적으로 되풀이 되었다.

오늘날 유럽 대륙의 많은 지역에서는 이 가르침이 플라톤의 진정한 철학을 담고 있으며, 이를 그의 추종자들이 전했음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철학자들은 이러한 튀빙겐 학파의 해석을 대체로 터무니없다면서 폐기하였는데, 이들은 플라톤의 사상을 알 수 있는 그리고 확신할 수 있는 전거는 대화뿐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세이어(Sayer), 딜론(Dillon), 칸(Kahn)같은 일류 플라톤 전문가들은 중도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플라톤이 (그의 “후기 존재론”에서) 비밀스러운 수학적 형이상학을 전개하였다는 단서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이론이 지속적으로 비밀스럽게 전해졌다는 데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여전히 대화가 가장 우선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이 논쟁에서 양측 모두 플라톤의 진정한 철학은 대화에서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것보다는 더 비밀스러운 것임에 동의하겠지만, 이는 미스터리를 가중시킬 뿐이다. 이 비밀스러운 철학은 무엇이었으며, 왜 플라톤은 이를 대화로 기록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는, 간략한 역사적 여담이 필요할 것 같다. 플라톤은 약 5미터나 10미터 길이의 파피루스 지에 대화를 적어 나갔다. 고대에 문학작품은 일반적으로 대문자로, 띄어쓰기 없이 작성되었다. 즉 단어, 문단 혹은 구절을 나누는 띄어쓰기가 없었고 마침표 역시 거의 없거나 아예 없었다.

이러한 문자들은 보기 좋게 분리된 정사각형의 단 안에 배치되었다. 각각의 단은 일정 수의 정해진 행으로 이루어졌다. 플라톤 이전 한 세기부터 대략 35개의 문자로 구성된 행이 일반적으로 채택되기 시작하였는데, 호메로스의 작품이 이러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책의 페이지 수나 글의 단어 수를 세는 것처럼 고대 그리스인들도 전체 행 수를 세었다. 필경사가 행당 얼마를 받을지 법으로 정했기 때문에 한 작품의 행 수는 그 작품의 필사 가격을 결정했다. 전체 행수를 세는 것이 쉬웠으며, 이 숫자는 흔히 그 작품의 두루마리 안에 명시되었다. 알렉산드리아의 거대한 도서관 카탈로그는 각 작품의 길이를 명백히 기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아 있는 기록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이 대략 445,270의 표준 행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플라톤 이후, 헬레니즘 시기 어느 지점에서 필경사가 호메로스 행의 단으로 필사하는 것을 그만두기 시작하였고 가능한 공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여전히 오래된 규범의 행 길이로 텍스트를 측정했으나, 사실 임의적으로 길이를 적용하였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적으로 저술 기술이 발달하여 텍스트는 우리에게 익숙한 읽기 쉬운 모양을 띠기 시작했다.  띄어쓰기와 마침표를 삽입했고 소문자를 사용하여 대문자와 구분하였고 문단을 구분하였으며 장을 매겼고 다양한 종류의 제목을 붙였다.

현대의 플라톤 표준 텍스트인 옥스퍼드 고전 판(Oxford Classical Texts)은 이러한 방식으로 현대화된 것이다. 나는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텍스트를 워드 프로세서로 고대의 판형으로 복원시켰다. 텍스트를 호메로스 행의 통일된 단으로 다시 배열하였으며, 마침표와 띄어쓰기를 뺐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처럼, 플라톤의 손에 쥐어진 그대로의 대화편을 헬레니즘 시대 이후로 처음 본 것이 나였다.

패턴이 두드러져 보였다. 표준 행과 통일된 단으로 텍스트를 재배열하니 유사한 개념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 텍스트 안에서 수학적으로 의미심장한 위치는 철학적으로 중요한 개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플라톤 이전의 피타고라스 전통이 희미해졌다고는 하나, 우주와 그 안의 만물이 어떤 근본적인 수학적 구조를 가졌다는 생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이들의 멋진 이론에 따르자면, 궤도를 따라 돌고 있는 행성조차 일정한 수학적 음정을 띤 톤의 교향곡을 들려주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 “천체의 하모니”를 지혜로운 자만이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로마의 건축 저술가인 비트루비우스(Virtuvius)는 피타고라스주의자들이 기억하기 쉽도록 자신들의 텍스트를 수학적으로 체계화하였다고 말했다. 플라톤의 대화편의 전체 길이를 측정해보면 그의 주장에 대한 놀라운 증거가 제시된다. 플라톤의 텍스트가 수세기 동안 필사되는 과정에서 이 텍스트가 1~2퍼센트의 오차 내로 사소하게 누락되거나 수정되었다 하더라도 일부 대화편의 길이는 놀라울 정도로 그 끝이 꼭 맞아 떨어진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1200행 혹은 12 단에 100행

<<프로타고라스>>, <<크라틸로스>>, <<필레보스>>, <<향연>>은 각 2400행 혹은 12 단에 200행

<<고르기아스>>는 3600행 혹은 12 단에 300행

<<국가>>는 12,000행 혹은 12 단에 1000행

<<법률>>은 14,400행 혹은 12 에 1200행

대화편의 중요한 개념과 서사의 전환 역시 대체로 수학적으로 중요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점들 간의 일정한 간격을 부연된 에피소드와 논쟁이 메우고 있다.

일부 대화편은 주변 대화와 명확히 분리된 한묶음의 연설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연설들의 길이와 위치는 쉽게 측정되며 플라톤이 저술하면서 행을 세었다는 더 유력한 증거를 보여준다. 이러한 각각의 증거들이 사소하게 보인다해도, 이어지는 부분에서 바탕에 놓인 구조를 위한 더 체계적인 증거를 구축하고 있다.

여러 사례들 중의 하나를 들자면 <<파이드로스>>에서 소크라테스의 두 번째 연설은 그의 첫 번째 연설에 비해 세배나 길다. 최초의 연설은 7,169개의 희랍문자로 쓰여졌다. 이 수의 세배는 21,507이며 두 번째 연설의 문자 수가 21,508이다.

<<향연>>은 일련의 연설 묶음들이며 행 수에 관한 증거가 특히 풍부하다. 이는수 12가 건축학적 구조상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암시하고 있다. 파우사니아스(Pausanias)의 연설의 시작은 대화의 12분의 2지점에 놓여있으며, 에뤽시마코스(Eryximachos)의 연설(그의 딸꾹질을 포함해서)의 시작은 12분의 3지점에,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의 연설의 시작은 12분의 4지점에 놓여있다. 에로스에 대한 찬미가 최고조에 달한, 아가톤(Agathon)의 연설을 결말짓는 미사연구는 12분의 6지점, 즉 대화의 한 중간에 놓여 있다.

1에서 12라는 척도는 <<향연>>의 더 긴 연설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예를들이 디오티마(Diotima)의 연설에는 중요한 지점이 두 번 있는데, 미의 탄생에 대한 서술과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미의 초월적 형상에 대한 설명이 그것들이다. 이 두 부분은 대화가 이어지는 과정 중 12분의 8, 12분의 9지점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 두 부분은 12분의 1 간격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다.

회의론자들은 즉시 이는 근거 없는 수비학일 뿐이지 않겠느냐고 물을 것이다. 이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지난 세대 동안 과학사가들이 자연과학에 선행 했던 유사과학을 반드시 탐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음을 알아야만 하겠다. 근대 화학과 천문학은 연금술과 형이상학에서 기원하였다. 수학은 산술학과 기하학, 수비학과 신비주의, 음악 이론과 형이상학의 이상한 조합으로 탄생하였다. 이러한 수학의 초기 전(前)-역사에 대한 지식은 플라톤에 대한 이 발견의 단서였다. 나는 철학자들에게 플라톤의 <<국가>>에 대한 고급과정을 가르쳤고, 수학과 학생들에게는 수학사를 가르쳤다. 최초의, 중요한 통찰력을 갖게 만든 것이 바로 이 두 분야의 결합이었다.

<<국가>>와 다른 대화편에 플라톤의 수비학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 것을 전제할때, 플라톤이 피타고라스 학파의 수비학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이 의외라고 말하는 것은 플라톤과 플라톤주의의 역사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아카데메이아는 희랍수학 혁명의 심장부였다. 플라톤과 그의 학생들은 태양계와 음계의 수학적 이론을 향해 역사적인 걸음을 내디뎠다. 이 선구자들이 때로는 도에 지나치게 수학의 제국을 확장하려 하였으며,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수학을 밀어 붙였다고 말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과학과 유사과학간의 우리의 구별은 최초로 과학을 확립하고자 했던 그들의 기여에 의거한다.

플라톤이 수비학에 안목 높은 관심을 가졌다는 잘 알려진 사실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플라톤이 수비학을 자신의 대화편을 구성하기 위해 이용하였다는 것을 가정해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동료 중 한 명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채 말한 것처럼, “플라톤이라면 해보았을만한 그런 것이다.”

수비학의 주제는 놀랍게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에도 가끔 등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피타고라스 학설에 대한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정보제공자이지만 피타고라스에 대해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그의 연구는 그가 박식한 문외한이었을 뿐임을 보여주고 있다. 때때로 그의 신랄한 비판은 그가 피타고라스 학설을 전수받은 사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위에서 숫자 12가 대화편의 구조에 일정한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는데, 더 깊은 탐구는 놀랍고도 근사한 통찰로 귀결된다. 플라톤은 각각의 대화편에 12 음표를 묻어 놓았다. 다시 말해서 각 텍스트의 12분의 1지점에 어떤 상징을, 그리고 12분의 2지점에 이 상징과 연관된 다른 상징을 집어 넣는 식이었다. 예를 들면, <<향연>>에서 “조화롭게 하는 것” 또는 “하나로 혼합하는 하는 것” 이라는 표현은 음표를 표시하는데 쓰였다. 음악적 하모니에 대한 에뤽시마코스의 논의, 아리스토파네스의 진정한 연인들이 하나가 됨, 디오티마의 이상적으로 통일된 미의 형상에 대한 생각 모두 음표의 위치에 놓여 있다. 이러한 개념의 일정한 패턴이 음계를 형성한다. 각각의 대화에서 다른 유개념이 전개되더라도, 12배수 패턴은 동일하다.

곧 발간될 나의 저서 <<플라톤 대화편의 음악적 구조: 증거에 대한 안내The Musical Structure of Plato’s Dialogues: a Guide to the Evidence>>는 두 대화편에 보이는 음악적 기호들의 패턴에 주석을 달고 있다. 이 패턴들이 수학적으로 규칙적이기 때문에 플라톤의 기호 체계는 정확하고도 엄밀하게 연구될 수 있으며, 이는 더 뜻밖의 발견으로 귀결되는데 이로써 패턴이 음계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널리 알려졌듯이 음악적 조화를 정수 비율과 동일시 하였다. 길이가 2대 3의 비율을 갖는 현악기가 내는 곡조는 음이 잘 맞지만 반대로 7대 2의 비율은 귀에 거슬린다.

플라톤의 친구이자 잘 알려진 피타고라스 학파인 아르키타스(Archytas)와 다른 이들은 이 생각을 일반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음계의 음은 대체로 그 중 가장 마지막에 있는 음과 조화를 이루는지 아닌지에 따라 차례가 정해진다. 12음계에서 세 번째, 네 번째, 여섯 번째, 여덟 번째 그리고 아홉 번째 음은 열두 번째 음과 조화를 가장 잘 이룬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적극적이고 더 “플라톤적인” 개념 — 형상, 탁월함, 올바름, 아름다움, 조화 등 — 은 조화로운 음의 위치에 놓여 진다. 더욱 부정적인 개념 — 악, 부정, 참주, 지하세계 등 — 일수록 더욱 더 불협화음의 위치에 놓여진다.

이것이 플라톤 대화편의 구조에 대한 열쇠이다. 끊임없이 정점을 향해 쌓아나가는 대신, 대화는 각 대화로부터 4분의 3지점에 있는, 조화로운 9번째 음에서 절정에 이르고 이후 일련의 불협화음을 거치면서 점차 쇠약해진다. 따라서 <<향연>>에서, 디오티마의 연설이 절정에 이른 후 알키비아데스(Alcibiades)의 수치스럽고도 파괴적인 연설이 불협화음인 10번째, 11번째 음표까지 계속된다. 이점은 대화편이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결론이 나지 않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겉으로는 두서없이 보인다해도, 플라톤의 대화는 표면적인 서사 밑에 음악적 형태로 우아하면서도 엄밀하게 짜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피타고라스가 우주는 들리지 않는 멜로디를 낸다고 생각했듯이 플라톤의 저서도 은밀한 음악을 품고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이 하모니이거나 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플라톤의 서사 안에 있는 음계를 가로질러 간다면, 일련의 조화와 부조화의 부분들에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반향할 수 있을 것이다. 묻혀있는 음계는 독자의 영혼 안에 있는 무의식의, 지적 음악을 연주하도록 계획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플라톤이 그의 독자들을 악기처럼 연주하려 했을 수도 있다.

이 음계가 대화편 안에 있다면, 고대의 독자들은 이를 알아차렸을까? 스미르나의 테온(Theon of Smyrna)이라 불리는 2세기의 플라톤주의자는 아주 혼란스러운 책을 썼다. 책제목은 <<플라톤을 읽는데 유용한 수학에 관하여On the Mathematics Useful for Reading Plato>>라고 붙여졌는데, 대화편의 독서법과는 별 상관 없어 보였다. 희랍 수학과 수비학 역사가들에게는 중요하였지만, 현대의 플라톤 학자들에게는 대체로 무시되었다. 부분적으로는 테온 그 자신에게 잘못이 있었다. 그는 현재는 잊혀진 낡은 플라톤 입문서들을 편집한 이었으며, 그의 수학이 플라톤의 어떤 특정 부분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언급하지 못했다.

테온의 저서의 장황한 절들은 대화편이 상징적이며 숨은 층위가 있다고 주장하는 초기 플라톤주의자들의 유실된 글들을 요약 정리하고 있다. 이들의 책들은 [비밀에 관하여] 혹은 [플라톤 철학에 남겨져 있는 의미]와 같은 감질나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테온의 자세한 설명으로부터 우리는 이들이 플라톤의 해석자에게 동일한 간격을 둔 12개의 음계의 연구를 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대화편 어디에서도 공공연하게 언급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들은 대화편에는 없는 상대적 화성 이론의 연구도 권했으며, 이에 대한 공을 피타고라스와 아르키데메스에게 돌리고 있다.

따라서 대화편을 해석하는 맥락에서 일부 고대 플라톤주의자들은 플라톤의 대화편에 보존된 또는 숨겨진 형이상학 이론이 있으며, 이는 피타고라스와 연관이 있고 12개의 규칙적인 간격을 둔 음계가 논의되었으며, 상대적 화성 이론이 검토되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이는 이 저술가들이 남긴 빈약한 양의 글이 재평가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들이 대화편의 음악적 구조를 인정했다는 자명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이들이 살았던 시대가 일정 정도 불명확하지만, 이 해석자들은 여전히 행을 셀 수 있게 만들어 음악적 구조를 단숨에 알 수 있는 판형의 대화편 사본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 세대 전에 콜럼비아 대학교수인 히에트(A.Kent Hieatt)는 스펜서의 잘 알려진 시에 수학적 구조가 숨겨져 있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세익스피어에 비하면 이류였지만, 스펜서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뛰어난 시인이었고 르네상스 플라톤주의자였다. 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연구되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오히려 그 구조가 더 일찍 지적되지 않았다는데 놀랐다. 히에트의 발견은 연구방향을 전환시켰고, 이후로 대학 교과과정에도 반영되었다. 파울러(Fowler)는 후에 조사를 진행하여 단테의 <<신곡>>에서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만큼 많은 문예작품들이 수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서를 저술하였다. 학자들이 어떻게 스펜서의 시 안에 있는 구조를 간과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파울러는 “인문학자들은 셈을 못한다”고 빈정거렸다.

상징주의 작가들은 표면적인 서사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상징을 집어 넣는데 뛰어나다. 단테, 스펜서, 조이스, 만 그리고 다른 우의작가들에 대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징체계를 해독하고 설명해내는 확립된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후기 작품들의 특징이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독법으로 사용되지는 않아야겠지만, 전례들은 중요할 것이다.

음악적 상징주의가 플라톤의 상징방식의 열쇠이다. 한번 풀리면, 이는 다른 숨겨진 체계를 풀게 해준다. 고대 독자들이 말했듯이, 대화편은 상징으로 얽히고 설켜있다.

특히 어떤 상징들은 수학적, 음악적 위치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이 상징들은 다른 이론을 함유하고 있다. 플라톤의 적극적 철학은 근저에 놓여있는 형상에 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두 번째 논문은 대화편의 저층위를 탐색하고 있다. 예를들어 이 연구는 각 대화 안에 있는 음악적 순서가 대화의 순서로 귀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른 남짓의 대화는 일관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므로 플라톤의 비밀스러운 가르침이 구두로 몰래 전달되었다고 주장할 필요가 없다. 비전의 수학 철학에 대한 끊임없는 평판은, 보통의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대화편 내에 숨겨진 의미의 층으로 인해 널리 전파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플라톤은 왜 그의 이론을 이런 방식으로 숨기려 하였을까? 플라톤의 동기에 대한 논쟁은 중요한 역사적 사실에서 시작되어야만 한다. 고대의 우애집단, 길드, 종교집단에게 비밀은 통상적인 것이었다. 이들은 성스러운 것은 밀실 안에 보존되어야만 한다는 본능을 가졌던 듯 하다. 그렇지만 비밀은 사회적인 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비밀은 집단을 외부인으로부터 분리하여 더욱 강하게 응집시켰다. 특히 초기 피타고라스 학파는 박해 받는 집단으로 간주되어 자신들의 정체성과 이론을 비밀리에 숨겼다.

문학적인 비유와 지식의 보존에 대한 플라톤의 관심은 대화편에 잘 드러나고 있다. 문학에서의 상징주의의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은 이 주제가 소크라테스를 따르는 집단에게 특별히 중요한 주제였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하였던 우의문학 장르는 “피타고라스적인 것”으로 불리었다. 맥락상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겠지만, 노이제(Neuse)의 간결한 요약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피타고라스 학파 미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예술가가 그의 작품에 불어넣어야만 하는 암시적인 혹은 숨은 조화로움이었다. 따라서 (플라톤주의자인 스펜서의 시에 내재한) 수로 표시되는 상징 체계는 피타고라스 학파 풍으로 우주의 수학적 위계질서와 은밀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표현하는데 이바지했다. 추상적 구조 또는 패턴에 대한 요구와 결합시키기 위해 인문주의적 피타고라스주의는 예술작품 제작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예술가들의 상상은 자연의 흐름으로 들어가야 하며, 이와 동일시 되어야 하고, 자연의 힘으로 이미지가 생성되어야 한다.”

플라톤과 같은 일류 저자가 왜 부차적이고 상징적인 수준의 문체에 의지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답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플라톤이 문예 상징주의의 이론가일 뿐 아니라 이를 실천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안다.

대화편의 숨겨진 의미층을 판독하는 것은 무덤을 열어 플라톤의 새로운 저서를 발굴하는 것과 같다. 이것이 플라톤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변환시킬 것이다. 그는 유럽의 지적 전통의 상징적인 창시자일 뿐만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와 다른 이들이 말한 바와 같이 피타고라스주의자였다. 그들의 이론이 비밀의 장막에 쌓여있을지라도, 피타고라스 학파는 플라톤이 살아 있을 당시에 비범한 정치세력이었다. 그의 친구인 아르키타스는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를 다스렸다. 테바이에서 피타고라스 학파는 스파르타의 점령에 대항하는 반란을 이끌었으며, 군대를 소집하여 고대의 중요한 전투 중의 하나에서 스타르타르인들을 전멸시켰다. 이제 <<파이돈>>과 <<향연>>에 나타난 테바이에 대한 경의가 이해될 것이다. 플라톤은 자신의 시대에 중요한 개혁운동에도 관여하였다.

우리는 과학과 수학에 있어서의 플라톤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자들은 플라톤이 높은 수준의 탐구에 적극적으로 몰두했는지 아니면 그저 앞장서서 과학을 예찬한 사람이었는지 논의를 벌여왔다. 대화편에 고등 수학에 대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가 과학을 부차적인 것으로 권장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플라톤의 상징체계에 고등 수학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 처음으로 우리는 플라톤이 대화편에 수학적 구조를 깔아 놓으면서 정교한 계산을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게다가 대화편의 일부 수학적 기호는 아카데메이아에서 발전된 명확한 고등수학 지식을 보여준다. 플라톤이 정리를 증명했으며, 핵심 문제 연구에 집중했다는 고대 기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연구자들이 대화의 상징층에 암호화된 모든 원리들을 발굴하고 평가하는데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소수의 학자들만이 연구에 필수불가결한 고대철학, 음악이론, 수학, 문예이론 그리고 피타고라스 철학에 정통하다. 결국에는 철학의 탄생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며, 플라톤은 새롭게 될 것이다.

부가적인 학문적인 논의와, 참고서적, 플라톤의 저서에 대한 스테파누스의 인용은 <<아페이론: 고대철학과 자연과학지>>의 “Plato’s Forms, Pythagorean Mathematics, and Stichometry”를 볼 것, 음계의 위치를 알려주는 주석을 단 옥스포드 고전판의 플라톤의 대화편 파일은 저자의 맨체스터 대학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음.

제이 케네디는 맨체스터 대학의 자연과학과 기술사 연구소의 방문학자이다.

출처: TPM: The Philosophers’ Magazine

https://reader.exacteditions.com/issues/52098/thumbs

번역: 라티오 출판사

[외국 도서 소개] Hugh Trevor-Roper, History and the Enlightenment

휴 트레버-로퍼의 <역사와 계몽주의History and the Enlightenment>
조나단 리(Jonathan Ree)

“휴 트레버-로퍼(Hugh Trevor-Roper)는 종교를 조소하였으나 이를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았고, 계몽주의에 대한 과대평가라는 유혹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History and the Enlightenment by Hugh Trevor-Roper, edited by John Robertson (Yale)

역사학자 휴 트레버-로퍼가 2003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을 때 부고 기사는 많았지만 호의적인 것들은 아니었다. 트레버-로퍼는 20년 넘게 옥스퍼드 대학에서 근대사 흠정교수였고 그 후에는 캠브리지 대학의 피터하우스 칼리지 학장이었으며, 1979년에는 상원 의원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토리당의 높은 지위에 있었는데도 그는 권력 층 내에서 그리 많은 호감을 얻지는 못하였다. 또한 <타임스>의 이사를 역임했으나 고위층 부고 담당 기자들 역시 동정적이지는 않았다. <<로드 대주교Archbishop Laud>>(1940), <<히틀러의 마지막 날들The Last Days of Hitler>>(1947), <<유럽의 마녀 열풍The European Witch Craze>>(1970) 등의 일부 저서에 대한 간단한 인사치례 정도의 호평은 있었지만, 그가 새로 발견된 히틀러의 일기라고 알려진 노트가 원본이라는데 자신의 명성을 걸었던 1985년, 그 정신 나갔던 순간이 부각되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재빠르게 철회하였으나 이미 <타임스>는 독점 연재권을 얻는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 후였다. 존경할만한 역사학자가 곧바로 <프라이빗 아이Private Eye>지의 지면에서 매우-신통치 못한 휴(Hugh Very-Ropey)가 되어 버렸으나 <타임스>는 이에 대한 복수를 그가 사망할 때까지 아껴두었다. “그는 자신에 대해 비호감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호감을 갖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적수들을 적절히 상대하지 못했으며 자신보다 타인에 대해 더 아이러니컬했다”며 히죽거렸다.

트레버-로퍼의 명성은 그가 사망한 이래로 더 커졌다.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은 역사학자로서의 그의 놀라운 열정을 높이 평가하였다: 흩어진 문서더미에서 잃어버린 보물을 찾아내는 요령(그는 손쉽게 8개 국어로 작업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발견한 것을 그래함 그린(Graham Greene)만큼 이국적으로, 그리고 이블린 워(Evelyn Waugh)만큼 익살스러운 이야기로 만드는 재주. 뛰어난 중국학자이며 위대한 박애주의자 그리고 구제불능의 거짓말쟁이며 사기꾼인 에드문드 백하우스(Edmund Backhouse)에 대한 그의 1976년 연구서 <<북경의 은둔자The Hermit of Peking>>를 예로 들어보자. 이 책은 사실 역사적 발견이라는 위대한 업적이 아니었더라도 희극 소설로서의 그 위치를 쉽게 고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그의 여러 강의와 에세이 그리고 책으로 출판될 만큼의 분량을 지닌 연구물 (이 중 대부분이 생전에 출판되지 않기를 원했다 — 특히 2006년 그의 사망 후 출판된 17세기 전환기의 유럽 문화생활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인 <<유럽의 내과의사Europe’s Physician>>) 등에 다양하게 적용된다.

그는 자신이 흥미로운 세부사항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이론을 다룰 줄 아는 진지한 역사 사상가임을 보여주었다. 트레버-로퍼는 골수 보수주의자였겠으나, 보수 세력의 편협함을 경멸했고 근래 들어 그에게 붙여진 “토리 마르크스주의자”라는 표현에 전혀 이의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근대 초기의 유럽 정치 드라마가 정당성의 구조적 위기의 일부이며, 역사적 지식이 일개 국가나 일개 언어에 제한된 이들(대부분의 그의 전문가 집단 동료와 같은)은 이 점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이나 다른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를 공격할 때 그가 문제 삼은 것은 이들의 유물론이 아니라 구조적 분석을 무시하며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도덕적인 순교자를 위해 과거를 닦아 내려는 이들의 습관인 “감상주의”였다. 그가 영국의 제도를 옹호하였다면, 이는 이 제도를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서가 아니라 인간 어리석음에 대한 영예로운 기념비로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기독교의 “예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교리”를 믿는다고 주장하는 이들에 당황하였지만, 바보 같은 믿음에 달라붙어 있는 태평스러움을 즐길 수만 있다면 영국 국교회의 의식에 기쁘게 참여하였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그것은 “고대 유대의 광적인 베두인, 비잔티움 혹은 로마의 마그레브의 건달 성직자, 17세기의 박식한 영국 국교회 주교, 그리고 19세기의 훌쩍거리는 감리교 성가학자”에서 나온 여러 유산들 중 하나를 뽑는 게임과 같은 것이었다.

트레버-로퍼가 모든 것 (혹은 거의 모든 것)에 재미삼아 놀리는 태도를 갖게된 것은 군복무때문이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부분을 영국군대에서 독일군의 정보를 해독하며 보냈지만, 1945년 널리 믿어지는 것과 달리 히틀러가 정말로 벙커에서 죽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기사 — 이후 베스트셀러가 된 책 — 를 쓰기 위해 베를린으로 갔다. 이러한 학문외적인 경험때문에 그는 이전에 훈련한 편협한 학습법에 반대하게 되었다. 그는 철학자들이 철학을 멸종시킨 것처럼 전문 역사가들이  “중요하지 않은 진실”을 위한 그릇된 열성으로 역사를 멸종시킬 위험이 있다고 썼다. 그러므로 그는 일반 독자들이 역사를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공적 담론으로 알리는데 전념했다.

세계 대전 기간에 트레버-로퍼는 18세기 회의주의자이며 <<로마 제국 쇠망사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의 저자인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역사에 대한 완벽한 연구서가 있다면 트레버-로퍼에게 <<로마 제국 쇠망사>>가 바로 그것이었고, 역사 과학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 연구의 창시자는 마르크스가 아닌 기번, 즉 프랑스 사회이론가인 몽테스키외의 어깨 위에 서있는 기번이었다. 남은 인생동안 트레버-로퍼는 자신들의 학문분야가 의미심장한 과거를 갖고 있음을 동료 역사가들이 깨닫도록 지속적으로 설득하려했고, 이 일에 전념한 그의 에세이와 강의가 마침내 <<역사와 계몽주의>>라는 제목으로 묶였다.

그는 (일부 인문주의자들이 맹목적으로 사랑했던) 진리의 빛이 18세기 초 유럽에서 갑작스럽게 밝혀졌다는 다소 진부한 개념에는 흥미가 없었으며, 과거에 사람들이 겁내던 악마는 그들의 미신적인 상상의 산물임을 밝혔다. 트레버-로퍼가 기리려 했던 계몽주의는 철학적인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것이다: 이는 의미 없는 사실 또는 교화적인 모범이 아닌 “사회학적 내용”, 다른 말로 하자면 “인간 사회는 내재적 역동성을 가졌고 이는 이들의 사회구조와 명확한 전개에 달려있다”는 혁명적인 개념을 헌신적으로 파헤친, 새로운 종류의 역사에 대한 기번의 연구에 의해 두드러진다. 역사를 “지상으로 끌어 내림”으로써 기번과 계몽주의 역사가들은 다른 많은 철학자들이 했던 것보다 더욱더 무지한 신학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기번은 종교를 조롱했으나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았다. 그는 종교적 체험이, 트레버-로퍼의 표현에 따르자면, “사회 구조와 정치 유형에 연관된 가치들”을 수반하고 있음을 인정했고, 그에따라 사람들이 종교를 위해 타인을 죽이거나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정도로 종교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오랜 동맹인 볼테르를 비난했는데, 볼테르는 성직자의 비행에 대한 분노로 인해 자신의 적의 거울 이미지, 즉 기번의 표현에 따르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편견이 심한 사람”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기번은 자신의 주장을 멋있게 펼쳤으며, 트레버-로퍼 역시 그러했다: 회의적인 세속주의가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면 이는 역사는 좀 더 많이 그리고 철학은 덜 필요로 할 것이며, 더 많은 설명과 더 적은 분노를 필요로 할 것이다.

출처: New Humanist Volume 125 Issue 3 May/June 2010

번역: 라티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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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古典 강의] 출간

인문고전

인문 古典 강의

지은이: 강유원
판형: 신국판; 576페이지(27,000원)
발간일: 2010년 4월 15일
ISBN: 9788996056164

<<인문 古典 강의>> 강유원, 라티오 (#ISBN9788996056164)

도서안내
체계적인 기본 지식도, 현실적인 지혜도 주지 못하는 인문학 공부는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과장하는 책이나 현실에 대한 표피적인 비판을 담은 조각 글들이 아니다. 인류의 오래된 지식에 관한 ‘총체적인 통찰’과 삶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담긴 책이 필요하다. 이런 책을 통해서라야만, 고전에 천착하여 당면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인문학적 교양인’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신화(神化, 고귀한 삶)와 물화(物化, 천박한 삶)의 대립이라는 일관된 주제의식 아래, 고대와 근현대의 주요 고전을 선정하여, 텍스트 안팎의 역사와 사상을 종횡으로 설명하고 있다. 시대와 삶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고전읽기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자기계발을 하고자 하는 이, 고전 공부를 통해 인문 교양의 핵심을 얻고자 하는 이, 책과 세계 그리고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매개하고자 하는 이를 위해 쓰인 책이다.

여기서 다루는 고전들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문학 텍스트도 있고, 역사적 성찰에 기여하는 것도 있으며,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사유의 힘을 기르기 위한 것도 있다. 그러나 이 고전들은 역사적 배경으로도 철학적 내용으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어떤 하나의 책에 관한 논의를 읽을 때에도 그것이 고립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강의는 서구 서사시의 출발점이라 여겨지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시작한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서구의 유년 시대에 해당할 것이다. 이 시대는 물론이고 이어지는 시대에서도 사람들은 인간과 세계를 분리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항상 우주 혹은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인간을 보는 관점을 견지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안티고네>>,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거쳐 <<신곡>>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과 세계가 하나가 되는 장쾌한 드라마를 경험할 수 있다.

<<군주론>>에서 <<방법서설>>, <<통치론>>, <<법의 정신>>을 거쳐 <<직업으로서의 정치>>, <<파놉티콘>>, <<거대한 전환>>에 이르는 과정은 서구의 근현대에 해당한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힘의 약진과 그것의 파멸을 목격한다. 인간은 대단한 존재이지만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때에는 결국 인간성을 벗어난 것, 즉 기계가 되고 만다는 것을 여실히 알게 된다. 이에 마지막으로 우리는 동아시아의 소박한 유년 시대가 담긴 <<논어>>를 들여다보면서 고대와 근현대를 잇는 자기반성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차례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첫 시간

진정으로 명예로운 인간의 길 : 호메로스 <<일리아스>>
제1강 사건의 한가운데로
제2강 불멸하는 신, 필멸하는 인간
제3강 공동체를 구하는 ‘명예’
제4강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여 영원함을 얻은 자

신의 법과 인간의 법 :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제5강 삶 자체가 정치인 공동체
제6강 고귀함과 천박함
제7강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제8강 파멸을 향해 가는 인간

덕을 닦는다는 것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9강 훌륭한 시민의 조건
제10강 향락적 삶, 정치적 삶, 관조적 삶
제11강 실천적 지혜의 도야
제12강 완성된 인간의 자기관조

절대자와의 만남: 단테 <<신곡>>
제13강 기쁨에 가득 찬 시
제14강 훌륭한 말
제15강 신의 은총과 초인간적 경지
제16강 신을 닮은 인간

지극히 현실적인 것의 발견 : 마키아벨리 <<군주론>>
제17강 군주의 역량
제18강 행동하는 삶
제19강 무장한 예언자의 무력과 설득력
제20강 군주를 몰락시키는 미움과 경멸

인간주체의 허약한 확실성 : 데카르트 <<방법서설>>
제21강 세상이라는 커다란 책
제22강 삶에 유용한 여러 지식
제23강 이성을 사용하는 방법
제24강 근대의 정신분열

물질세계의 소유 : 로크  <<통치론>>
제25강 물질주의적 인간관
제26강 자유주의 국가의 목표
제27강 재산으로 증명되는 인간의 정체성
제28강 세계의 중심을 차지한 ‘소유권’

이성주의에 대한 희미한 저항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제29강 인민의 도덕적 기질과 성향
제30강 인류학적 상대주의

폭력으로 다스려지는 세계 :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제31강 물리적 강제력, 근대국가의 수단
제32강 근대의 정치, 악마적 힘들과 관계맺기

기계화되는 인간 : 벤담 <<파놉티콘>>
제33강 이익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세계
제34강 내면화되는 감시의 시선

근대 세계의 파탄과 혼돈의 시작 : 폴라니 <<거대한 전환>>
제35강 자기조정시장의 파탄
제36강 물건으로 변해버린 인간

역사에게 묻는 인간 : 공자 <<논어>>
제37강 정치적 현실, 유가의 출발점
제38강 사심을 이겨내고 예로 돌아간다
제39강 “이 문화”의 보존과 계승
제40강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

마지막 시간

저자소개
대학과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고전 공부를 해야한다고 믿는 지식주의자이지만, 시대와 역사를 모르면 모든 공부가 공허할 뿐이라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하다. ‘인문철학자’로서 철학, 역사, 문학, 정치, 종교,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유기적으로 탐구하고 있으며, 강의와 글쓰기, 번역을 통해 공동 지식과 공통 교양의 확산에 힘쓰고 있다.

<<책과 세계>>, <<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 <<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주제: 강유원 서평집>> 등을 썼으며, <<인문학 스터디>>(공역), <<경제학-철학 수고>>, <<역사와 역사가들>>(공역), <<낭만주의의 뿌리>>(공역), <<헤겔 근대 철학사 강의>>(공역), <<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